
의학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라면 으레 그렇듯이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의 송은재(하지원 분) 역시 천부적인 수술 실력을 가졌다. 재벌 2세의 간 이식 수술쯤이야 껌 씹는 일보다 쉽게 해내고, 병원선 탑승 이후에는 치과용 기구로 맹장 수술을 하거나 심장 박동 소리를 청진하는 것만으로 심근경색을 진단하는 등 기적에 가까운 의술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송은재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무리수’ 설정이 남발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희생양(?)은 간호사였다. ‘병원선’에서 간호사들은 많은 순간 의사의 보조자 혹은 의사의 아랫사람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첫 화에서 등장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재벌 2세의 막무가내 코드블루 호출 요구에 응한다. 병원선 간호사 유아림(민아 분)이 실수투성이로 그려지는 것은 캐릭터 설정상 이해할 수 있으나 그의 실수를 수습하는 것이 선배 간호사 표고은(정경순 분)이 아니라 의사 송은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간호사가 무능해지면 의사가 유능해지나? 알 수 없는 논리에 현직 간호사들만 뿔났다.

송은재가 도끼를 가져와 환자의 팔을 절단하는 장면은 숫제 경악스럽다. 제작사 측은 “팔의 괴사를 막기 위해 손도끼로 강정호(송지호 분)의 팔을 깔끔하게 잘라내는 모습은 인간미 없는 ‘괴물 의사’ 송은재의 냉철한 면모를 제대로 드러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큰일 날 소리. 수술기구가 아닌 도구로 수술하는 것은, 외국의 경우 정직까지 가능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또한 절단 부분의 접합 수술은 극중 송은재가 언급한대로 정형외과 의사 가운데서도 베테랑에게 맡겨야 할 일이다. 송은재가 전문의의 지도 아래 접합수술을 성공시켰다는 내용은, 그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작품의 비현실성을 부각시킨 쪽에 가깝다.
평상 위에서 개복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다. KBS2 ‘태양의 후예’에서 강모연(송혜교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의 에피소드의 야외 수술 집도 이후 또 다시 지상파 드라마에서 같은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환자의 배를 가른 곳이 시멘트 먼지 휘날리는 전장이 아님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무리한 설정에 잠시 판단력이 흐려진다.
혹자는 드라마를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학드라마가 인기 장르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급의 현실성을 갖추지 못한 작품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승전 송은재’ 식의 사건 해결 방식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소구력을 떨어뜨려 극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병원선’의 송은재 님은 천재시고 전지전능하셨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병원선’의 난파가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