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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호준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게 행복이죠”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브라운관 속 멜로눈빛은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호준은 인터뷰 내내 우수에 찬 눈망울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담담히 풀어냈다.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고마움을, 앞으로 나아갈 연기의 길에 대해서는 겸손과 희망을 말했다. 과거와 미래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말하던 그는 이내 “지금은 배우가 되고자 노력하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목표를 힘주어 강조했다. 소탈함과 소박함이 매력적인 손호준을 만나 연기에 대한 그의 진심을 들여다봤다.

Q. 어딘지 뭉클한 작품, ‘고백부부’를 마쳤어요. 돌아보니 어떻던가요?
손호준: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스태프와 배우들과도 정말 즐겁게 지냈죠. 동료 배우들과 항상 붙어 있다가 자주 못 보게 됐다는 게 아쉽고 서운해요.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쫑파티 할 때도 많이들 울더라고요. 저는 안 울었지만요(웃음).

Q. ‘고백부부’에서 우는 장면이 참 많았어요. 꼭 울지 않더라도 울컥하는 감정을 많이 표현해야 했죠.
손호준:
저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반도라는 친구를 너무 이해하다보니 상황들이 참 슬프게 다가왔어요. 반도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아버지만 봐도 직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집에서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점들이 반도의 모습과도 참 많이 공감됐죠.

Q. 극 중 최반도는 38살의 제약사 영업사원이에요. 한 아이의 아빠기도 하죠. 34세의 손호준이라는 배우와 접점이 없는데, 반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손호준:
워낙 작가님이 디테일하게 잘 써주시고 하병훈 감독님이 인물에 대해 잘 이해를 시켜주셔서 그런 고충은 없었어요. 매 장면마다의 느낌도 설명해주시고 몰입을 위해 음악도 많이 들려주셨거든요. 연기하기엔 좋은 환경이었죠. 많은 분들이 함께 잘 해주셔서 모두 다 같이 잘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주위에 결혼한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 친구들에게도 반도 같은 가장의 모습이 보여서 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Q. 감독의 디렉션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손호준:
38세의 반도가 20세의 과거로 넘어가는 게 현재에선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럴 때 감독님이 노래를 들려주시면서 어떤 분위기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기억에 남는 건 소향님의 ‘바람의 노래’예요. 그 노래를 감독님이 들려주시면서 행복한 에피소드에 깔릴 거라 말씀해주셨는데, 에필로그 촬영해놓은 것들을 생각하며 노래를 듣고 있자니 너무 슬프더라고요.

Q.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만큼 디테일한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아요. 특히 보여지는 부분에서 차이가 필요하니까.
손호준:
맞아요. 38살에서 20살로 갔을 때 그 차이를 많이 두고 싶었어요. 38살을 연기할 땐 배도 좀 나오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냥 가발을 썼고 메이크업도 덜 했어요. 수염 자국이 보이게끔 했고요. 38살의 반도가 거의 꾸미지 않았다면 20살의 반도는 메이크업을 두껍게 했죠(웃음).

Q. 워낙 공감가는 대사가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던 대사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손호준:
포도를 들고 진주의 집에 찾아가 “나도 장모님이 보고 싶었다고”라고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제가 반도를 이해하면 할수록 느낀 건, 반도가 매시간 최선을 다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며 노력한 친구라는 거예요.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장모님의 임종을 못 지키게 되고, 진주에게 항상 미안해하죠. 18년 동안 말도 못 하고 마음속에 계속 죄의식을 갖고 있던 거예요. 그런 반도를 이해하면 할수록 그 장면이 정말 슬펐어요. “너만 사랑하는 부모 잃은 게 아니라 나도 내가 사랑하는 장모님을 잃었다”는 대사는 참 마음이 아팠어요.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Q. 함께 한 배우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워낙 촬영장 분위기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손호준: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좋고 재밌었어요. 혼자 촬영하는 장면이 길어지거나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장면을 찍을 때면 다시 힘이 났죠. 즐겁게 촬영했어요. 과거 장면을 찍을 땐 다들 진짜 스무 살 친구들 같았어요. 워낙 다들 동안이기도 하고(웃음). 임지규 형님이 나이가 가장 많은데도 위화감은 전혀 없었어요.

Q. 부부로 호흡을 맞춘 장나라는 어땠나요.
손호준:
처음 뵀을 때 너무 어려 보여서 놀랐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엔 누나에게 “실례지만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여쭤보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반말만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나가 귀여울 때도 많았거든요. 촬영을 시작하면 대선배님이고 워낙 잘 하셔서 많이 배우기도 했죠.

Q. 절친한 사이로 유명한 유노윤호가 카메오 출연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손호준:
그때 윤호가 제대한 뒤에 ‘멜로홀릭’을 이미 다 찍어놓은 상태였거든요. 저는 군대 전역한 뒤 본인 드라마로 처음 인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이 아니었다면 카메오 출연을 말렸을 거예요. 주위에서도 저 같은 생각을 하며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윤호가 선뜻 나오겠다 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Q. 유노윤호뿐만 아니라 유연석이 커피차를 선물하기도 했죠. 친구들의 반응은 다들 어땠나요?
손호준:
연석이도, 친구들도 다 너무 잘 봤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특히 저는 그런 얘기가 좋았어요. 결혼한 친구들이 몰랐던, 잊고 있던 걸 느끼게 되고 부부관계도 좋아졌다거나 와이프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눴다는 말들을 들으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라 보시는 분들이 뭔가를 느끼게 됐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게 느껴졌어요. 댓글들도 많이 봤는데,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말이나 드라마 보면서 엄마가 생각나서 전화 드렸다는 이야기들이 정말 뿌듯했어요.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Q.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린 드라마였어요. 그렇게 큰 호응과 반응을 얻을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손호준:
공감대였던 것 같아요. 진주가 남길에게 하는 대사 중에 ‘엄마 없는 자식이 어딨냐’는 말이 있어요. 다들 어머니가 있고 가정을 갖고 있는 만큼 저희 드라마 소재가 공감대 형성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최반도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손호준:
저희 아버지나 가장인 제 친구들의 모습들이요. 그들이 갖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무게, 하지만 자기 가족들에겐 내비칠 수 없는 그런 면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주위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러다보니 연기를 하며 반도에 대한 애정을 많이 느꼈어요.

Q. 연기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아요.
손호준:
아버지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아버지도 힘들었을 텐데 용돈을 달라거나 했던 일들 자체가 정말 죄송했죠. 아버지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는 반도 입장에서 계속 촬영하다가 드라마를 보면 진주의 입장이 보였는데, 시청자 입장에선 반도가 미워보일 때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드라마를 통해서는 진주를 이해하며 어머니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Q. 드라마에서 진주는 엄마와 아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어요. 만약 본인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손호준:
저도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대사 중에 “머릿속에 꽉 찬 아들보다 내 심장 같은 네가 더 소중해”라는 말이 있었거든요. 반도가 진주에게 다 잊고 여기서 엄마랑 살라고 하니 진주가 “그럼 서진이는?”이라고 묻죠.
근데 반도 입장에서 반도가 서진이를 포기하는 건 전부를 포기하는 거거든요. 모든 걸 포기하고 진주의 행복을 바라는 건데, 저는 그 모급이 모든 가정의 대표적인 가장의 모습이라 생각해요. 저 또한 반도와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반도는 진주를 웃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반도는 남길이 진주에게 다가가는 게 슬프고 볼 때 마다 미안했을 거예요. 차라리 그렇게라도 행복해라 싶지만 진주를 자신이 웃게 해주지 못해서 슬프고.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Q. ‘고백부부’를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도 했을 것 같아요.
손호준: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배운 건 많죠. 이렇게 하면 사랑 받는 사위가 되겠구나 느꼈고요(웃음). 가장의 무게는 갖되 부부끼리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것도 배웠고요. 반도와 진주에게 골이 생긴 건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사이에도 대화는 꼭 필요하다 생각해요.

Q. 이전에 출연했던 ‘응답하라1994’에서도 과거를 연기하고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의 타임워프 소재에 출연했어요. 이런 작품들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손호준:
일단 대학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요(웃음). 저는 이런 작품들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때로 돌아가서 그 당시의 물건들이나 과거를 만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옛날 추억이 떠오르는 게 반가웠어요. 극 중에서도 작은 휴대폰을 보니 옛날 일들이 생각나더라고요.

Q. 최반도처럼 본인도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나요.
손호준:
고등학교 때요. 연극을 했었는데 정말 즐겁고 재밌게 했거든요. 그 덕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제가 다시 돌아가서 공부를 즐겁게 한다면 어떤 제가 되어있을지가 궁금해요.

Q. 어렸을 때 연기 외에 다른 꿈은 없었나요?
손호준:
많은 꿈들이 있었죠. 그 중에서도 저는 특히 경호원이 되고 싶었어요. 영화 ‘보디가드’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웃음).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Q. 예능에 대한 욕심이 없을지 궁금해요. 이전에 ‘꽃보다 청춘’과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 많은 활약을 펼쳤었는데.
손호준:
욕심은 없어요. 배우가 되는 게 우선적인 목표예요. 물론 나영석 PD님이 부르면 가는 게 당연하고 신원호 감독님이 부르면 가는 것도 당연한 건데, 예능은 저의 선택이 아닌 것 같아요.

Q. 지금도 이미 배우라 생각하는데.
손호준:
저 스스로 배우라고 말해도 배우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한 작품을 보시고 시청자 분들이 배우라 인정해줘야 배우죠. 저는 지금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봐요. 많은 분들이 제가 표현하는 캐릭터에 공감해주는 때가 곧 배우가 되는 시점 아닐까요?

Q. ‘고백부부’로 많은 시청자 분들이 공감을 해줬어요. 반응도 정말 뜨겁고.
손호준:
한 번 잘했다고 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더, 계속 잘 해나가야죠. 지금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이고, 나중에 배우가 된 뒤에 다음의 목표를 세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지향점 또한 제가 배우가 됐을 때 세울 수 있는 거고요.

Q. 그렇다면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걸까요.
손호준:
어떤 캐릭터든 최대한 이해를 많이 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그 친구에 대한 표현도 잘 해나가야 하고요. 배우가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Q. 죽기 전까지 배우가 되지 못한다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되기 위해 그만큼 노력을 해야겠죠?(웃음).

Q. 연기 외의 관심사는 뭔가요.
손호준: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떠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는 게 취미죠. 혼자 있을 땐 심심하니까 TV나 영화를 많이 봐요. ‘나는 자연인이다’같이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Q. 배우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많이 가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을까요.
손호준:
저도 여행을 좋아하긴 하는데,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해요. 밥을 먹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혼자 여행해본 적은 없어요. 어디로 가야 좋고 그런 것도 잘 몰라서… 아마 예전처럼 연석이, 바로와 함께 여행을 가는 기회가 생기거나 한다면 연석이가 가고 싶은 곳을 가지 않을까 싶어요.

Q. 정적인 느낌이 다분한데, 혹시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손호준:
그냥… ‘행복하게 살자’요.

Q.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손호준:
그냥 전 지금이 행복해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이런 게 다 행복이라 생각해요.

Q. 손호준에게 미래의 행복이란…
손호준:
행복한 가정을 갖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건 제 꿈이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결혼은 일찍 하고 싶었거든요. 부모님의 영향도 커요. 정말 예쁘게 잘 사세요. 아빠는 엄마랑 저랑 싸웠을 때, 엄마의 잘못이라고 해도 무조건 엄마 편을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그게 너무 억울해서 빨리 제 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Q. 작품을 다 마친 지금, 연말 계획이나 내년 계획을 세운 게 있나요.
손호준:
연말엔 아마 광주에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내년에는 저를 응원해주시고 좋아해주는 분들을 만날 계획을 갖고 있고, 영화 개봉 계획도 있어요.

Q. 인터뷰 일정까지 다 마치면 자유시간인데, 뭔가를 할 계획이 있다면…
손호준:
글쎄요. 집에 가서 자지 않을까요(일동웃음).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호준(사진=YG엔터테인먼트)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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