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그룹 2PM의 멤버 준케이는 얼마 전 자신이 20대 시절 미니홈피에 적어 둔 글을 다시 읽었다. 새 솔로음반 ‘나의 20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20대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되돌아보며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썼다.
“20대 땐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정신없이 2PM 활동을 하면서도 제 미래를 걱정했죠. 그룹이 인기를 얻던 때에도 ‘나는 어떻게 음악을 해나가야 할까’ 고민했어요. 시간이 정신없이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2008년 2PM 멤버로 데뷔한 그는 사실 가수가 아닌 작곡가를 꿈꿨다. 열일곱 살의 준케이는 화성학 책이 작곡 공부를 시켜줄 거라 믿었다. 두 달 동안 모은 용돈으로 노란 화성학 책을 샀다. “그런데 책을 읽어도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고요. 하하하.”
작곡가 데뷔의 꿈은 조금 늦게 이뤄졌다. 2011년 발표한 KBS2 드라마 ‘드림하이’의 OST ‘가지마’가 데뷔작이 됐다. “화성학 책을 보며 공부하던 시간이 떠오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2014년에는 준케이의 자작곡이 2PM 음반의 타이틀곡으로 뽑혔다. ‘미친 거 아니야’다.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그는 눈물을 흘렸다. 모친은 준케이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사람이다.
준케이는 지난해 첫 번째 국내 솔로 음반을 냈다. 일본에서는 2014년부터 솔로 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그는 ‘신인’을 자처했다. 솔로음반 타이틀곡 선정을 두고 A&R 팀과 이견이 생기자 직접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첫 솔로곡 ‘씽크 어바웃 유(Think About You)’가 퓨처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곡이에요. (박)진영이 형이 듣고 ‘너무 좋다’고 칭찬을 해주시기에 정말 행복했죠. 그런데 막상 회의에 들어갔더니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이게 뭐야? 무슨 음악이야?’ 그래서 제가 직원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어요.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음악입니다. 제 음악적인 도전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 있었거든요.”
음악적인 욕심이 우선했던 첫 솔로 음반 ‘미스터 노러브(MR. NO♡)’와 다르게 새 솔로 음반 ‘나의 20대’는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준케이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입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하고 싶은 음악에 다가가려면 대중에게 사랑받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써보자는 게 이번 음반의 시작이었어요.”
타이틀곡 ‘이사 하는 날’은 옛 연인과의 추억이 담겨 있는 집을 떠나며 남겨둔 그리움을 비로소 정리한다는 내용의 노래다. 최근 이사를 했다는 준케이는 “내 흔적이 사라지는 게, 추억까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시렸다”고 했다. 퓨처 베이스 사운드에 감성적인 멜로디를 얹어 만들어진 이 노래는 그리움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따뜻한 인상을 남긴다.
소속사 식구 박지민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수록곡 ‘왜’에는 20대 준케이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겼다. 준케이는 “사람들이 다수의 의견만 보고 판단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엔 ‘나는 저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인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자조적인 시선이 있는 것 같다. 한탄하고 싶은 사람들이 들으면 좋을 노래”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난 나를 지킬 수 있다고 난 믿어왔는데” “이젠 날 나도 모르겠어”와 같은 가사는 대중이 정의하는 대로 정의될 수밖에 없는 준케이 자신의 처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생각을 따르는 것이 더 쉽지 않나. 그래서 스스로에게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자책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준케이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음 또한 알고 있다. “이번엔 제 얘기를 음반에 담아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길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에요.”
준케이는 2012년 아버지를 여의었다. 자신보다 1년 앞서 부친상을 당한 친구가 ‘부모님께 잘 하라’고 얘기했을 땐 그것이 막연한 것으로만 들렸는데, 이젠 준케이가 나서서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에 그는 생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름을 ‘준수’에서 ‘민준’으로 개명했다. “아무리 좋은 얘기도 경험하기 전에는 살갗으로 와 닿지 않았어요.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경험을 통해서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준케이는 20대를 “화려하지만 아팠다”고 회상했다. ‘어게인 & 어게인(Again & Again)’(2009)으로 첫 1위를 차지한 이후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아픈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서 내가 더 강해지고 나 자신을 추스를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 “마냥 헛된 시간은 아닌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내년에는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초, 적어도 중순에는 입대한다. 군 생활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 군 휴가를 나온 택연의 얼굴이 더욱 좋아진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준케이의 뒤를 이어 우영과 찬성, 준호 등이 차례로 군대에 간다. 2PM은 잠정 휴업이다. 하지만 준케이는 “제대 후 다시 2PM 활동을 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설령 소속사가 나뉘게 되더라도 팀을 지켜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30대의 준케이는 이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다. 가족과 2PM, 자신이 꿈꾸고 있는 음악을 잘 이끌어 멋진 30대를 만들어 가고 싶다. “군대 안에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준케이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번에 깨달았어요. 어린 시절, 음악을 하고 싶어 하던 간절함이 저를 더 노력하게 만들었다는 걸요. 어느 순간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간절함이 사라지겠죠. 그 간절했던 순간을 자꾸 끄집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