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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재인 “제 음악이, 저를 똑바로 서게 만들어요”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장재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수 장재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시절의 가수 장재인을 보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딘가 모르게 위태로워 보이던 장재인의 모습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제 힘으로 똑바로 서 있는 그를 과거의 이미지에 가둬놓는 건, 그를 지켜봐오던 내게도 답답한 일이기에.

Q. 오늘 굉장히 밝네요. 성격이에요, 아니면 신곡 발매를 앞두고 의욕이 넘치는 상태인 거예요? (인터뷰는 ‘버튼’이 공개되기 전 진행됐다.)
장재인:
융통성이 생겼어요. 흐흐. 사회생활을 4~5년 했거든요. 이제 포기할 건 포기하고 물 흐르 대로 흘러가자는 마음이에요. 요즘엔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었을 때 저도 행복해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늘은 특히 여자 기자 분들만 오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향도 좋고요.(웃음)

Q. 올해 미스틱 첫 주자로 나서게 됐어요. 기분이 어때요?
장재인:
회사의 막중한 사랑에 힘을 얻어서 앞으로 나올 모든 음악 콘텐츠에 정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헤헤헤. 얼마 전 A&R 조 모 대리님이 제게 어떤 제안이 들어왔다면서 제 의사를 묻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회사 편한 대로 하십시오’ 했을 텐데, 이번엔 ‘황금 개띠 해 미스틱 첫 주잡니다. 그냥 나와선 안 됩니다. 제가 체크 한 번만 해줄 수 있게 해주시고 회사에서 검토 해주십쇼’라고 했습니다. 따악 바뀌었어요, 책임감 있는 자세로.

Q. 흥미롭네요. 회사의 사랑에 부응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을 쉽게 따를 것 같거든요.
장재인:
회사 말은 잘 들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게 됐어요. 미스틱은 뮤지션을 존중하는 회사이니 제 자아를 표출하는 게 회사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수 장재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수 장재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지우고 싶은 기억. 없어요, 아무것도.”

Q. 신곡 얘길 해볼까요. 소재가 독특한 노래입니다. ‘버튼’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장재인: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윤종신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이건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에 관한 노래야. 에피소드 세 개를 보도록 해.” ‘뭐지? 이거 공감할 수 있었는데, 어디로 가는 거지? 혹시 제 3세계?’ 그런데 드라마, 정말 제 3세계.(웃음) 강렬하고 염세적이었어요. 선생님의 감성은 존중하고 저 또한 선생님의 시야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잘 안 됐어요. 결국 제 해석으로 불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연인의 이별보다 폭 넓은 소재를 잡아야 울림이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곡의 테마를 ‘삶’으로 정했어요. 그 때부터는 아주 수월하게 불러지기 시작했고요.

Q. 노래는 만족스럽게 완성이 됐나요?
장재인:
마스터링 상태, 100점 줍니다. 흐흐흐. 수정 녹음을 원하는 만큼 했어요. 쉽지 않은 일인데 제가 미스틱에 나름 오래 있어서 그런지 신임을 얻었나 봐요. 지금 가장 마음에 드는 상태로 곡이 나왔어요. 좋아요. 헤헤헤.

Q. ‘버튼’은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한 노래입니다. 만약 노래 가사처럼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버튼이 생긴다면 재인 씨는 그걸 누르겠어요?
장재인:
그 또한 저의 일부에요. 힘든 걸 겪어야 멋있어지거든요. 제가 아파봐야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고 보듬을 수 있게 돼요. 저는 누군가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힐링의 메딕(PC 게임 의무관 캐릭터), 메딕의 아이콘처럼. 흐흐흐. 사실 지난 인터뷰에서도 모든 기억을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는데… 때는 어제 밤 11시 반. 집에 돌아와 생각했습니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이번 주 화요일 기억을 지우겠다고. 이번 주 화요일에 슬펐어요.

Q. 말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장재인:
그냥 슬펐어요. 울었어요. 그래서 지금 시무룩해요. 나중에 말할래요. 나중에… 예능 프로그램 나가서.(일동 폭소) 지금은 가슴이 너무 아파요.

Q.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당신을 훌쩍 성장시켜 준 사건이 있었겠죠.
장재인:
이번 주 화요일 같습니다. 으흐흐흐. 저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요. 미묘한 변화 앞에서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많이 생각하고 심지어 그걸 재밌어 해요. 하지만 관계에 대한 기대가 컸을 때, 그리고 상대가 그에 부응하지 않을 때 가장 큰 상처를 받죠.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때 너무 아프고요. 어느 날 모두를 위해 기대를 낮추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나중에도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겠죠. 하지만 이전보다는 나을 거예요.

Q. 화요일에 그렇게 아팠다면서 제법 빠르게 회복된 것 같아요.
장재인:
…네. 헤헤헤. 그래도 며칠 울었어요.

Q. 기대를 낮춘다는 게 그들의 기대를 외면한다는 말은 아닐 거예요.
장재인:
사람들의 필요는 만족시켜야 해요. 그런데 제 자신이 평탄해야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다는 건 이제 확실히 알았어요.

Q. 지금과 같은 태도와 마음가짐이 처음 가수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있었어요? ‘슈퍼스타K2’에서 본 장재인의 모습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거든요. 비주류에 가까웠다고 할까요.
장재인:
전 제가 비주류인 줄 몰랐어요. 어렸을 땐 제가 하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내 음악 열심히 해서 행복하게 잘 살자는 쪽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다 보니, 제 고집만 부릴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어요.

▲가수 장재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수 장재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요즘 윤종신 선생님이 이상형이라고 말하고 다녀요.”

Q. 지우고 싶은 기억은 없다고 했지만 지우고 싶은 만큼 절절한 사랑을 해본 기억은 있나요.
장재인:
아이, (말하면) 안 돼요~ 지나간 남자는 있지만 끝난 순간 지워버립니다. 다음 연애가 저의 첫 연애, 첫 남자, 첫 사랑.(웃음)

Q. 연애는 계속 하고 있나 봐요.
장재인:
연애는 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은 하트 모양이고요, 누가 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좋아요. 제 이상형이 저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즘 윤종신 선생님이 이상형이라고 하고 있어요.

Q. 왜요?
장재인:
기사 제목을 뽑아야 해서….(일동 폭소) 사실 ‘리퀴드(LIQUID)’(2015) 음반을 내고 인터뷰를 하면서 조정치 오빠를 많이 언급했어요. 그 땐 윤종신 선생님과 관계가 많이 알려져 있었으니 굳이 더 부각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1-2개월 후, 문자가 왔습니다. ‘재인아 너는 (조)정치랑 작업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으하하. 여기서 뭔가 느껴지시죠? 맞습니다. 앞으로 인터뷰에서 윤종신 선생님을 최대한 언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선생님 기다리십쇼. 앞으로 선생님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하하하.

Q. 말한 대로 ‘리퀴드’ 음반 이후 오랜만에 윤종신 프로듀서와 호흡을 맞췄어요.
장재인:
소통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는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는 편이었지만 ‘버튼’에서는 제 의견을 냈어요.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리고 제 창작품이 아니라 의견을 더 내려고 했어요. 그래야 제 색깔로 소화가 될 거니까요.

Q. 뭐랄까요. Mnet ‘슈퍼스타K2’에 출연했을 땐 어리고 여린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단단해진 것 같아요.
장재인:
타인의 마음을 캐치하는 능력이 발달한 걸 크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어렸을 땐 그게 부족했거든요. 그땐 어렸으니까, 경험치가 적었으니까요. 지금은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내가 어떤 말을 해주는 게 좋을지 알아차리는 능력이 발전한 게 너무 좋아요.

Q. 반대로 아직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요?
장재인:
순수성 같아요. 순진이 아니에요. 스물여덟 살에 순진하면 그것도 폐가될 수 있어요. 흐흐흐. 순수함이 저를 아프게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노래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죠.

Q. 순수함이 가수 혹은 창작자 장재인에겐 분명 도움이 될 테지만, 말한 것처럼 인간 장재인을 힘들게 만드는 속성이 될 수도 있어요. 가수 장재인과 인간 장재인은 잘 구분이 되나요.
장재인:
그건 잘 안 되는데 이건 돼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일. 두 개를 구분하는 건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어요. 저는 창작이 너무 즐겁거든요. 제가 만든, 제가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과 나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일. ‘일’이라는 단어가 안 좋게 들릴 수도 있는데 한 웹진 인터뷰에서 “‘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에서 장재인의 의욕이 드러났다”고 써주셨어요. 좋았어요. 헤헤헤.

Q. 창작자 장재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예요?
장재인:
행복이요. 저의 행복. 그리고 제가 정말 마음을 열고 좋다고 느낀 사람과 작업을 하면 그 사람들의 행복도 상당히 중요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일이) 분류가 돼요. 저에게 최고의 행복은 제 창작품을 만들 때 생기거든요. 그런데 그건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에 실현시켜야 하니까 꾹꾹 담아두고 있고 지금은 다른 행복에 집중하는 거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나오는 행복에.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그래. 나에겐 나의 것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요.

(사진=미)
(사진=미)

장재인을 곧추 세우는 것

Q. 지금은 타인과 관계와 그로부터 나오는 행복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이 분명 있을 테죠.
장재인:
아이폰에 저장돼 있는 제 음악들입니다. 이게 있어서 저는 똑바로 설 수 있어요. 이 안에 저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Q. 설령 그 음악에 대한 타인의 평가가 좋지 않아도 재인 씨는 흔들리지 않는 건가요.
장재인: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작품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대한 평가는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 성격상, 저는 이 음악들을 정말 잘 낼 거거든요, 틀어짐 없이. 그러면 사람들의 평가는 옳다, 틀리다가 아니라 내 취향과 맞다, 안 맞다의 문제가 되는 거니까요. 흔들리지 않을 자신 있어요.

Q. 만들어놓은 곡 중에 가장 먼저 공개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살짝 소개해줄 수 있어요?
장재인:
들려드릴게요! 저는 이 곡을 밀었는데 ‘버튼’이 잘 되면 빨리 나올 수도 있어요. (노래는 나른한 분위기였지만 날 것의 장재인이 담겨 있는 듯 했다.) 노래가 참 괜찮죠? 헤헤. 아이폰에 음반 두 장 분량의 노래가 있는데 ‘버튼’이 잘 되면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때는 어제 3시 반. 최 모 본부장님이 저를 부르셔서 올해는 쉬지 않고 활동하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Q. 기사에 써놓으면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웃음)
장재인:
그 말이 2015년도에도 쓰여 있더라고요. 하하하. 본부장님 말을 듣고 너무 행복한 상태로 앞선 인터뷰를 했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예전에 몇 번 들은 말 같더라고요. 그래도 이젠 평정심을 찾았어요. 흐르는 대로. 저는 즐겁게 음악하고 있으니까요.

Q. 창작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장재인:
최근에 다시 발견했어요. 음악이 너무 좋아요. 그동안 음악으로 누군가를 위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건 제가 음악으로 치유받기 때문이에요. ‘와, 음악은 어떻게 다 낫게 만들지?’하는 경험들….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이 오누키 타에코라는 여성 보컬과 만든 ‘우타우(うたう, 노래하다)’라는 음반이 있거든요. 최고에요. 오누키 타에코가 한 음(音)을 내뱉는 순간, 제 상처가 다 녹아요. 그리고 훵크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리듬이 있는 음악도 힐링이 돼요. 작업실에서 듣고 있으면 이 안의 먼지가 돼도 행복하겠다 싶어요.

Q. 당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자화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장재인:
사실 서른쯤에는 일본어와 영어를 통달하고 싶었어요. 살다 보니까 시간이 훅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일본어 책을 작업실에 가져다 놨는데 결국 인테리어가 될 뿐이에요.(웃음) 그리고 리듬감을 최고 수준으로 익혀서 음악적인 성장을 이루면 멋진 어른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타인에게 필요한 문장을 찾아내는 능력. 한 문장으로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Q. 지금 재인 씨에게 가장 필요한 문장은 뭐예요?
장재인:
‘너의 소리가 참 좋다. 너 자신의 고유한 것들이 참 좋으니까 꾸준히 너의 오리지널리티를 발전시켜라.’ 이런 말들이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는 제가 직접 편곡이나 프로듀싱에 참여한 음반을 만들고 싶어요. 그동안은 학교에 다닌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제는 배운 걸 실행에 옮길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런데 악기 연주까지 제가 하려면 정말 매일 연습해야하거든요. 매일매일 수 시간씩. 하지만 확실하게 연습해서 모든 게 통달된 상태로 음반을 만들고 싶어요. 혼이 실린 음반을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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