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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나영은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을까?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이든나인)
(사진=이든나인)

6년만의 복귀다. 그동안 컴백이 기대되는 스타 중 한 사람으로 꼽혔던 배우 이나영이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돌아왔다.

복귀작 역시 예상을 뛰어넘었다. 저예산 영화인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는 탈북민과 조선족으로 꾸려진 한 가족의 일상에 관한 영화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소재다. 이나영은 이처럼 낯선 ‘뷰티풀 데이즈’를 6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해 과거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드러낸다.

섬세한 상황 설정과 암시적인 대사로 이루어진 ‘뷰티풀 데이즈’, 압축적인 영화인 만큼 이나영이 맡은 ‘엄마’ 캐릭터 역시 비극적인 삶을 꾹꾹 눌러 담아 놓은 형태를 띠고 있다.

이나영은 극중 1997년부터 현재, 그리고 2022년까지 10대부터 30대까지 한 인물의 25년의 세월을 소화하며 강렬한 비주얼은 물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운명을 덤덤하게 털어놓는다.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복귀한 이나영이 과연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나영과 일문일답

Q. 평소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맡았는데

A. 잘 어울리지 않나. (웃음) 다른 언어를 쓰니까 모습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배우는 캐릭터에 따라 다른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연변 사투리ㆍ빨간 머리 등 이질감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려우면서도 재밌게 잘 촬영했다.

Q. 그동안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왔었을 텐데, 그중 이 작품이 특별했던 이유는?

A. 이런 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시나리오 구성이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지문도 많지 않은데 감정들이 느껴지더라. 담백하면서 시크하기까지 하는데 먹먹함이 느껴지는 표현들이 있었다. 나도 그 안에 있고 싶었고 관객에게도 전달해드리고 싶었다. 내가 원래 먹먹한 걸 좋아한다. 먹먹하면 생각을 하게 된다. 아련한 노래를 들을 때 기분이 이상하듯이 영화도 그렇다. 굴곡 있는 삶의 인물이라 관객들이 얼마나 이입을 할까 궁금해 하면서 그의 진심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했다.

Q. 10대부터 30대, 순박한 시골 소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인물까지 연기했다. 비주얼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소화했는데, 스타일을 어떻게 잡았나.

A. 장르의 차이일 수는 있지만, 보통 의상 등을 세게 잡을수록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덜어내야겠더라. 임신을 한 모습도 꽃무늬 남방에 트레이닝과 카디건을 입을 뿐이었다. 옷을 막 사면 예산이 올라가기 때문에 하나 하나 신경 써야 했다.(웃음) 30대 역을 위해선 잘 보이진 않지만 손톱색깔도 고민했다. 강한 색깔을 칠하는 사람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엄마에게 술집은 단순히 직장이 아니라 삶이 아닌가. 그럼 색을 빼도 될 것 같아서 진한 색을 쓰지 않았고, 립스틱도 손으로 찍어 바르는 듯한 느낌으로 했다. 나름의 디테일이 있었다.

Q. 회차는 15차 정도였고, 촬영 기간이 짧아서 감정적으로 어려웠을 것 같은데

A. 이 사람의 삶을 한 순간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매일 대본을 정독했다. 사실 대본에는 더 센 대사도 있었다. 아들(장동윤 분)과 방에서 대화할 때 어깨도 치고, ‘이 새끼가’라고 욕도 하는데, 실제 연기를 해보니 그 감정까지 안 가더라. 오히려 아들을 그저 눈으로만 툭 쳐다보면서 얘기하는데 역경들이 눌려서 표현되는 것 같았다. 그날 그날의 감정들을 썼다.

(사진=이든나인)
(사진=이든나인)

Q. 매달리듯 공부하며 준비했다고 하더라.

A. 원래 공부하듯이 파고드는 편이다. 이번 영화는 특히 생소한 것들이 많았으니까.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생활들, 말투들이었다. 윤재호 감독은 5년 정도 그쪽에 살면서 시나리오도 썼기 때문에 그 삶에 잘 묻어 계시더라. 많이 물어보면서 촬영했다. 연변 사투리는 함께 출연한 배우 중 실제 북한 출신의 김아라에게 배웠다. 녹음본을 받았는데 통화한 번 할 수 있냐고 계속 물어보면서 확인했다. 욕은 어떻게 하는지 어떤 말이 일상에서 쓰이는지 배웠다.

Q.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해봤거나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 있나.

A. 아들과 마주쳤을 때 계속 바라보는 신이 있다. 그게 좋았다. 실제 촬영본은 완성본보다 훨씬 길다. 아들이 얘기를 하고 나는 요동치지만 바라보면서 눈으로만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신은 내가 처음 해본 거다. 그렇게 대사 없이 긴 시간을 받은 건 처음이다.

Q. 서울에서의 애인(서현우 분)도 중요한 캐릭터다. 처음에 보기엔 그저 그런 건달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다. 대본상에서는 거칠기만 한 역할이었지만 배우들을 만나고 나서 바뀐 캐릭터이기도 하다. 서현우 역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이나영을 보고 캐릭터를 잡았다고 하던데. 이나영이 보기에 애인은 어떤 인물이었나.

A. 맞다. 애인 역할은 엄마에게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전에 엄마는 선택 ‘되어지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삶은 엄마가 직접 선택을 한 거다. 현재 애인의 모습이 어떤가에 따라 현재 엄마의 삶과 취향이 드러나는 거다. 그래서 캐스팅 당시에 어떤 남자가 엄마랑 같이 살아야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서현우가 캐스팅되면서 안심이 되었다. 어떤 부분에선 눈빛이 날카롭기도 한데, 톤이나 행동들이 따뜻해서 관객들도 안심하지 않을까 싶었다. 표현상으로는 백수처럼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무마될 수 있는 연기를 해주신 것 같다. 엄마 캐릭터를 만드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극중 밥상 신도 중요하다. 그런데 아들이 된장찌개가 싫다는데 자꾸 만들어 준다.(웃음)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살기 바쁘면 그럴 수도 있다.(웃음) ‘엄마’는 쿨한 성격을 가졌다. 이미지적인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Q. 완벽하게 상처가 봉합되는 신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마주 앉는 마지막 밥상 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어떤 의미가 담긴 신인지 설명을 해 달라.

A. 한국 사회에서는 각자의 숟가락으로 하나의 찌개를 퍼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엔딩에서부터 이 엄마의 ‘뷰티풀 데이즈’라고 할 수 있는, 조금의 희망적인 부분이 보이는 것 같다. 자신의 과거와 진실도 다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모든 것을 직시한 현실에서 가족들이 밥을 먹게 된 거라면 그때부터 엄마의 삶은 희망적일 것이다.

(사진=이든나인)
(사진=이든나인)

Q. 6년만의 복귀작인데, ‘복귀’라는 지점에서 고민한 부분은?

A. ‘복귀’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는데 난 그냥 똑같았다. 현장에 간 것도 똑같았다. 오랜만이라 설렜냐는 질문도 받았지만, 사실 설렐 겨를도 없었고 현장에선 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하느라 바빴다. 현장은 늘 긴장이 된다. 나도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던져보기도 하고, 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시간이었다.

Q. 6년 동안 뭐하고 지냈나. 공백기가 길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A.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고, 시나리오는 계속 받아 봤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나 싶지만 내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나의 뭐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 생각해 봤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대중에게 자신 있게 내보이고 싶었다. 조금 길어졌는데 애매한 걸로 나오면 안 되지 않나. 그럼 나도 나 자신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 속도의 차이일 것 같다. 그게 빠를 때도 있고 느릴 때도 있는데, 계획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때그때의 감성일 수도 있고 영화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 같다.

Q. 영화 ‘뷰티풀 데이즈’ 뿐만 아니라 차기작으로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까지 출연한다. 연이어 작품을 선택하면서 갑자기 ‘열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다가 다시 오랜 공백기를 갖게 될 수도 있나.

A. 복귀를 위해 선택한 작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우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론 (공백기가 생기지 않도록) 시나리오 잡아와야할 것 같다.(웃음) 그래도 요새 한국영화의 장르가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이나영을 ‘신비주의’로 보는 사람이 많다.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A. 사람들이 내 목소리 모를 것 같다.(웃음) 내 모습은 작품으로 대중에겐 보이는 거라 진중하게 보일 것이다. 어떤 게 내 스타일은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호흡을 길게 가지고 있으니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예능 또한 피하지 않는다.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시트콤 ‘하이킥’도 했다. 예능감은 모르겠지만 재밌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고 기회가 되면 출연할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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