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뷰티풀 데이즈’, 영화를 보다보면 이나영의 아들 젠첸 역을 연기한 인물에 주목하게 된다. 모자 관계라기보단 남매에 더 가깝게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정말 조선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사투리와 중국어를 선보이는 젠첸, 그리고 젠첸을 연기한 배우 장동윤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다.
젠첸은 엄마(이나영 분)를 찾아 한국에 오게 되면서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는 인물이다. 14년 전에 엄마가 왜 떠났는지 이유도 모른 채 살다가 아빠의 죽음을 앞두고 엄마를 찾으면서 혼란스러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탈북민인 엄마와 조선족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조선족이다. 다만 ‘조선족’이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에게서 느낄 수는 없다. 그간 일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조선족들은 낯선 사투리로 극의 재미를 유발하거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정도로 이용되었으나, 젠첸은 20년 간 연변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로서 그저 한 대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장동윤은 이러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대림동에서 직접 사투리를 배웠고, 더불어 그들의 정서나 습관들까지 습득했다. 장동윤은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즐기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젠첸이 나처럼 27세 대한민국 청년이었다면 아무리 경계하려고 해도 나의 원래 모습 그대로 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동떨어져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확실히 분석하고 배워야 할 게 많았다. 나와 이질적인 것을 닮아가려고 할 때의 과정이 재미있다. 다만 젠첸이 다른 문화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처한 상황이 특수하긴 한데, 젠첸 스스로 그 상황을 이질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실제 해당 인물이 되는데 힘썼다. 표면적으로 낯선 것들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뷰티풀 데이즈’ 전반에는 조선족을 비롯해 경계층에서 살고 있는 소박한 삶이 담겨 있기에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머리로 분석하기보다는 상황에 빠져 들어가는 것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해온 장면과 감독님의 디렉션이 다를 수 있고, 현장에서 변수도 너무나 많았다. 내가 정한 것에 집착해버리면 연기가 1차원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건 관객을 속이는 거다. 정해놓고 하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만큼, 믿기는 만큼만 표현하고자 했다. 내가 납득하고 타당성을 찾아서 연기를 했다. 내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내가 화면에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배우는 카메라를 의식하지만 사실 젠첸은 카메라로 보이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그걸 생각하니까 상황에 더 집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질적인 내용이라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데, 상황에 집중하려고 하니까 괜찮아졌다.”
이러한 열연에 힘입어 장동윤은 이번 작품이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충무로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으며, ‘뷰티풀 데이즈’는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받는 등 인정을 받았다. 데뷔작으로 영화제에 초청받는 영광을 얻게 된 장동윤에게 ‘뷰티풀 데이즈’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을 받았다. 평소 나는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최대한 감정의 동요 없이 담담히 여기려 하는 편인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받는 건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닌가. 영화광인 내가 내 주연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는데 진부한 표현이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제 데뷔 3년 차, 사실 그는 보통의 연예인과 달리 남다른 데뷔 비하인드를 가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영화감독이 꿈일 정도로 영화를 사랑했지만, 경제금융학부에 진학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편의점 강도를 잡은 일로 뉴스에 출연하게 된 것을 계기로, 현 소속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배우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꿈에도 한 적이 없다. 정말 잘 생기고 9등신은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웃음) 나는 기회를 얻어 배우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 시작할 때는 힘들었다. 연기가 이제 업이 되는 건데,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 뿌리가 뭐지?’ 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우연히 하게 되었기 때문에 괜한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다. 하지만 직업을 우연히 선택하는 사람도 많고, 어렸을 때 직업을 결정하는 게 기준이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아지고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면서 거기서 뿌리를 찾으려고 했다. 어릴 적 영화감독이 꿈이기도 했다. 글, 특히 시 쓰는 것 좋아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걱정이 해소가 되었고 최근에 안정기로 들어선 것 같다.”
그는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해 다음 작품인 ‘솔로몬의 위증’부터 바로 주연 자리를 꿰찼다. ‘학교2017’ ‘시를 잊은 그대에게’ ‘미스터 션샤인’, 그리고 곧 방송될 ‘땐뽀걸즈’까지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점차 인지도도 상승하고 있으며, 박해일ㆍ이제훈 등 닮은꼴 선배들 이름도 거론된다. 장동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내가 그동안 살아온 일대기 모두 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배우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연예인은 크든 적든 대중에게 보여져야 하는 게 맞다. 아무도 안 보면 안 되니까. 다만 처음에 그런 것에 집착을 하다 보니까 힘들었는데, 이제 포커스를 나에게 맞추니까 더 좋아졌다. 지금처럼 일 할 수 있고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지치지 않고 지금처럼만 꾸준히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포괄적인 말이지만, 어른들이 ‘그 배우 좋은 배우지’라고 할 때 듣기 좋더라. 그런 배우는 하루아침에 반짝 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열심히 해야지 되는 거지 않나. 잘 쌓아온 결과물 덕분에 그렇게 불릴 수 있는 것 같아서 나도 그런 수식어를 듣고 싶다.”
장동윤은 인터뷰 내내 ‘좋다’란 단어를 자주 올리며 현재 삶에 만족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금 너무 좋다”라고 말하는 그를 요새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본업’인 ‘연기’라고 한다. “요즘 연기가 재밌다”고 말하는 장동윤의 앞으로 연기 인생이 기대되는 바다.
“요즘 내가 행복한 이유는 본업인 일이 재밌어진 게 큰 것 같다. 내 업인데 그 직업이 재미없고 스트레스 받으면 그것만큼 인생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내 연기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지면서 더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데, 연기엔 완성이 없으니까 평생 해야 하지 않나. 재밌으니까 계속 성장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