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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춤추고 연기하는 도경수, ‘스윙키즈’ 로기수가 되다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 관객들이 나를 도경수보다 ‘로기수’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내가 듣고 싶은 말이다.”

여전히 길지 않은 머리, 진중한 목소리, 가끔 예상치 못한 모습이 툭 튀어나오는 것까지.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도경수는 로기수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동안 연기자로서 조금씩 자리를 넓혀왔던 도경수는 이번에 ‘써니’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신작 ‘스윙키즈’를 통해 처음으로 단독 원톱을 맡으며 충무로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극중 그가 맡은 로기수는 포로수용소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 북한 영웅의 동생으로서 미제의 상징인 댄스를 거부하려고 노력하지만, 운명처럼 음악에 이끌리는 자신을 이기지 못 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이런 로기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도경수는 탭댄스와 북한사투리 연습에만 4~5개월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3개월의 촬영기간까지, 오랫동안 로기수로 살아왔던 그는 캐릭터를 잘 떠나보내고 있을까. 도경수는 “아직까지 ‘탭’하는 습관이 남아있긴 하다. 무의식 중에 다른 생각하고 있을 때 다른 생각하고 있을 때 발을 두드리고 있다. 많이 하긴 했나보다 라는 생각을 한다”라면서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라고 대답했다.

‘스윙키즈’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벌어지던 1951년이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혼란스러운 배경 속에서 도경수는 복합적인 감성을 표현해내야 했다. 낯선 것들 사이에서 도경수는 강형철 감독이 보여준 사진들로 로기수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도경수는 “종군 기자와 얼굴을 가리고 춤을 추는 사람들의 사진을 봤다. 그리고 그 당시 배경은 아니지만 학생인 듯 보이는 한 남자가 삐뚤게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그 껄렁함이 기수와 가까운 거 같다고 생각했다“라며 자신이 생각한 로기수의 이미지를 소개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로기수=도경수’라 생각했던 강형철 감독은 먼저 도경수에게 연락해 로기수 역할을 제안했다. 도경수는 이 영화가 새롭고 어려운 영화라는 것을 알았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장난스럽지만 호기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 했던 캐릭터이기도 하고,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나 청춘의 열정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영화 ‘스윙키즈’는 가수(그룹 엑소)인 도경수의 열정을 영화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연기력으로도 두말할 필요 없지만, 댄스와 노래가 주된 ‘스윙키즈’는 주인공이 실제 춤과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덕분에 더욱 빛이 난다. 기존 영화계에서 아이돌이란 단점이 될 때가 있지만 ‘스윙키즈’에선 오히려 장점이 된 것이다. 도경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연기ㆍ춤ㆍ노래가 다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동작들을 따라하는 신이 많은데, 가수로서 평소에 박자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탭댄스를 습득하는데 조금 더 빠르지 않았나 싶다”라며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로기수는 나에게 정말 값지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나는 이 작품 자체가 정말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그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발산되는 신은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에 맞춰 화면을 박차고 나갈 때다. 이 장면은 로기수와 이것을 연기한 도경수 모두에게 해방감을 안겨줬다. 그는 “가장 만족스러운 신을 꼽자면 ‘모던 러브’ 신이다. 감독님이 ‘네가 표현해라’라고 열어주셨다. 상상으로 기수가 춤을 추면서 문을 부수고 감정을 터트리는데, 실제로 그럴 경험이 없지 않나. 그 신을 연기하면서 실제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다”며 “내가 춤추고 있을 때 그렇게 웃고 있는지도 몰랐다. 평소 무대에서 춤을 출 때는 인상을 쓴다든가 짜여있는 안무를 했다면, 여기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 느낌이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경수의 말처럼 ‘스윙키즈’에서는 도경수의 예상치 못한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해당 표정들은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표정으로, 무의식적으로 진심을 표현한 신들이기에 더욱 공감을 일으킨다. 극의 큰 웃음 포인트이기도 한 웃긴 표정을 어떻게 연습했냐는 질문에, 도경수는 “연습은 안 했다. 내가 얼굴을 그렇게 짓고 있는지도 몰랐다. 몇 가지로 표현하긴 했는데 감독님이 그게 가장 좋다고 해서, 그걸 쓰신 거 같다”라며 쑥스러워했다.

본인이 몰랐던 표정을 화면에서 보는 기분은 어떨까. 도경수는 “재밌다. 캐릭터를 통해 내 자신이 몰랐던 모습을 보면 쾌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평소에 눈물이 많이 없는데,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마지막 촬영에서도 조인성 선배 눈을 보면서 울컥이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겪지 못 했던 감정을 연기하면서 느낄 때 쾌감을 느낀다”며 연기에 매력을 느끼는 때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과감한 변신으로도 표현되었다. 아이돌을 병행하고 있는 사람에게 삭발이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도경수는 ‘스윙키즈’를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평소 다른 아이돌과 달리 염색조차 많이 하지 않는 그이기에 더욱 남다르게 느껴지는 선택이다. 도경수는 “평소 짧은 머리를 많이 해서 긴 머리는 너무 불편하다. 평소엔 짧은 머리를 추구하고, 염색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잘 하지 않는다. 화려한 색은 상상도 못 한다. 도전해볼 생각을 못 하고 있다.(웃음) 하지만 작품의 캐릭터에게 필요하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수로서는 헤어스타일보다는 춤과 노래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를 위해 극단적인 변화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다 할 수 있다. 내가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게 작품 속에서 도경수가 아니라 캐릭터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가수로도 배우로도 가장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도경수는 지난 10월 ‘백일의 낭군님’ 종영 후, 11월 엑소 컴백, 그리고 12월 리패키지 앨범 발매에 영화 ‘스윙키즈’ 개봉, 여기에 오는 2019년 1월엔 ‘언더독’ 개봉과 2월 엑소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도경수는 “스케줄 상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만 손해다’란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가수고 배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행복감을 찾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경험하면서 극복해나가고 있다”라고 이야기 했다.

대한민국 최고 그룹 중 하나인 엑소이자 ‘괜찮아 사랑이야’ ‘카트’ ‘순정’ ‘형’ ‘7호실’ ‘백일의 낭군님’ ‘스윙키즈’까지, 도경수는 가수이자 배우로서 차곡차곡 인생을 쌓아오고 있다. 앞으로의 도경수는 가수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갈까. 도경수는 “내가 도전하고 싶어 하는 작품, 하고 싶어 하는 음악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향 그대로 똑같이 하고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백일의 낭군님’ OST 불러주신 거미 선배님의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관객 입장이 처음으로 돼본 거였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뭘 해주는 게 가장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그저 노래를 불러주는 게 가장 좋은 거다. 그래서 가수로서는 노래를 부르지 못 할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 도경수로서는 보시는 분들에게 공감을 시켜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 작품을 통해 메시지와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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