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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OVE→WANT"...태민이 태민했다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태민은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어떻게 대중에게 보여줄지 아는 똑똑한 아티스트다. 여러 방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에 집중하며 솔로 가수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그의 태도에서는 데뷔 12년차임에도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그룹 샤이니로 데뷔했던 태민은 2014년부터 ‘괴도’ ‘프레스 유어 넘버(Press Your Number)’ ‘무브(MOVE)’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솔로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특히 ‘무브’는 남자 아이돌 후배들뿐만 아니라 나이ㆍ성별ㆍ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커버하는 것은 물론 ‘무브병’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엔 ‘원트(WANT)’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 곡 ‘WANT’는 스페이스 디스코 장르 기반의 업템포 댄스 곡으로, ‘태민표 킬링 유혹송’이라 불린다. ‘무브’와 비슷한 결을 가진 이곡은 누가 들어도 태민의 노래다. 잘 하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잘해나가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태민의 향기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하 태민과 일문일답이다>

Q. 신곡으로 돌아온 소감을 말해 달라.

A. 상대방에게 ‘나를 더 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가사인데, 나의 포부도 담겨 있다. 팬을 포함해 많은 분들에게 ‘나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볼 순 없을 걸’이란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목표다. ‘원트’가 ‘무브’ 때 만들었던 나의 솔로 이미지를 조금 더 확실하게 다질 수 있게 해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원트’에는 관능과 순수가 공존하는 남자의 유혹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서 ‘관능과 순수가 공존하는 남자’가 태민을 말하는 것일 텐데, 어떻게 콘셉트를 잡았나?

A. 내가 마르고 중성적인 체형인데, 그동안 솔로 남자 아티스트 중엔 (비슷한 이미지가) 없었던 것 같다. 자리를 잘 잡아서 대중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나름의 목표가 있다.

Q. ‘무브’와 결이 비슷하기도 하다.

A. 여러 장르를 찾아보고 시도해봤지만 결국 ‘무브’와 결이 비슷한 이 노래가 타이틀로 결정되었다. 그 이유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다만 ‘무브’가 정적인 느낌으로 쭉 이어진다면, ‘원트’는 폭발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있고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 기승전결이 뚜렷해서 이번 노래가 기억에 더 남지 않을까 싶다.

Q. ‘무브’가 2017년에 발표됐는데 여전히 커버되고 있다. ‘무브병’이란 단어도 생겼다. 부담감이 생겼나?

A. 무대를 할 때는 자부심이고 그 다음엔 부담감이 되었다. ‘무브병’이란 말은 내게 최고의 칭찬이다. 커버 영상은 다 봤다. 특히 ‘아는형님’에서 김성령 배우분이 해주신 커버가 가장 인상 깊었다. ‘주간아이돌’ 허참 선생님도 해주셨다는데 아직 못 봐서 궁금하다. 사실 ‘무브’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지 몰랐다. 원래 ‘무브’가 딥(deep)하고 마이너(minor)하고, 춤도 따라 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주신 데다가 오랫동안 사랑해주시고 계셔서 더 좋다. 더 욕심이 생긴다. ‘무브’가 있었으니까 ‘원트’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Q. 퇴폐적인 캐릭터성이 태민의 시그니처인가?

A. 그렇다.(웃음)

Q. 태민이 정의하는 섹시함은 무엇인가?

A. 감춰왔던 것을 슬쩍 보여줄 때 섹시하지 않을까. 1차원적인 행동보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섹시라고 생각한다.

Q. 음악적으로 태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나 스스로도 헷갈리고 계속 바뀐다. 아직 시도해보고 있다. ’원트‘는 ’무브‘의 연장선상이지만 다음 기회가 되면 아예 다른 방향 가보고 싶기도 하다. 나중에 봤을 때 ’이 옷이 가장 잘 맞는 옷이었구나‘ 싶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를 계속 시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음악적인 부분은 어려운 숙제다.

Q.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했을 때는 귀여운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정반대인 옴므파탈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자신의 이미지 변화를 어떻게 보나?

A. (귀여움은) 음악적인 부분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나름대로 내가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고, 나보다 연상이나 동갑은 나를 귀엽게 봐줄 수 있겠지만, 이제 10대들은 나를 그렇게 보기 어려울 거다. 10대가 보기엔 아저씨다.(웃음) 27살이고 12년차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귀엽게 보여야지’ ‘어른스럽게 보여야지’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솔직한 편이다.

Q. 격정적인 퍼포먼스가 태민의 아이덴티티인데, 무대를 소화하는 건 12년 전과 같나?

A. 체력은 지금이 제일 좋다. 스태미나라고 해야 하나. 지금이 가장 물이 올랐고, 인생의 정점인 거 같다. 힘도 에너지도 좋다. 다만 안무 연습을 오랫 시간 해왔다 보니까 운동선수들처럼 발목이 잘 삐거나 다칠 때가 있다. 비가 오면 컨디션이 정말 안 좋다. 습하면 몸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괜찮다.(웃음) 에너지도 쉬면 쉴수록 없어지는 거 같다. 일본 활동 때 운동을 꾸준히 해서 지금 가장 활동하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Q. ‘원트’의 킬링 파트는 어떤 부분인가?

A.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지 못 한 부분을 킬링 파트로 여기시더라. ‘무브’ 때도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 ‘원트’의 킬링 파트는 마지막 후렴이다. 약하게 가다가 갑자기 격해지는 부분이 있다. 털어내는 행동처럼 보여서 연습할 때부터 시원하고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Q. ‘태민’하면 퍼포먼스가 가장 떠오르지만, 데뷔 이후 보컬 실력이 눈에 띄게 많이 향상된 멤버이기도 하다. 보컬적인 면모를 더 강조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A. 나는 ‘뭘 내세워서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부분을 보여주는 게 목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서 하기 때문이다. 보컬적인 부분도 발전시키면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키기는 기회가 되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캐릭터성을 더 강조하고 싶다. 게다가 퍼포먼스는 한 살이라도 어린 것이 좋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그땐 보컬을 강조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Q. 12년차 아이돌 태민 말고 인간 이태민은 어떤 20대를 보내고 있나?

A. ‘집돌이’로 보내고 있다.(웃음) 그동안 바빠서 해외일정을 돌다가 이제 한국 들어오니까 집이 좋더라. 조만간 바뀔 수도 있다. 아, 그리고 시간 길게 나면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따려고 하고 있다. 취미로 앞으로 계속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친구들과 시간이 맞으면 해외여행도 가볼 생각이다. 혼자는 안 갈 거다. 외로움이 많고 겁도 많은 편이라.(웃음)

Q. 최근 독립을 했다고 하던데, 독립하고 나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A. 조용하다. 그게 장점이다.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거니까.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게 좋다. 가족들과 있을 땐 의지도 되지만 무의식적으로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 부담이 없어졌다.

Q. 외로운 걸 싫어한다고 했는데, 혼자 사는 건 괜찮나?

A. 그래서 친구들 부른다. 모순적인데 외롭다고 친구들 부르면 빨리 갔으면 좋겠다.(웃음) 집이 어지럽혀지는 건 싫다. 요샌 혼자 영화 보거나 외국 드라마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낮에는 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밤에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있다.

Q. 최근에는 뭘 봤나?

A. ‘마약왕’을 봤는데 연기를 다들 너무 잘 하시더라. 드라마는 ‘기묘한 이야기’ ‘왕좌의 게임’ 봤다. 최근은 아니지만 가장 인상 깊은 영화는 안소니 홉킨스 배우가 나오는 영화다. ‘양들의 침묵’ ‘더라이트: 악마는 있다’ 모두 좋아한다. 연기를 보면서 소름끼치게 잘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분의 연기는 계속 보게 된다.

Q. 연기 잘하는 배우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배우 활동은 생각이 있나?

A. 특별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가수에 대한 갈증이 많고, 다른 능력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완성도 있게 다지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Q. 예능은 어떤가? 독립을 했으니 ‘나 혼자 산다’도 가능하다.

A. 예능을 하면 내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하고 싶진 않다.(웃음) 예능감이 없어서 잘 해낼 것 같지가 않다. 보는 사람이 ‘재밌더라’ 해야지 하는 사람도 재밌을 텐데 재미없다는 말을 들을까봐 겁이 난다.

Q. 팬들은 태민이 관찰 예능에 최적화된 연예인이라고 하던데.

A. 아, 그렇구나.(일동 폭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Q. 16세에 데뷔해 이제 27세가 되었다. 성격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A.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진짜 내성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변하더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사람과 대면하면서 내가 스스로 만들었던 내면의 벽을 조금씩 허문 것 같다.

Q. 오랜 연예계 생활 동안 논란이나 스캔들도 하나 없었다. ‘아이돌의 정석’이라 불리는데 강박이나 부담감은 없나?

A.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 잘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무너지면 아깝지 않나. 나름대로 자기 관리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문제가 될 만한 것 잘 안 한다. 다행인 것 같다.

Q. 곧 방송 활동을 시작한다. 데뷔 12년 차이니, 이젠 음악 방송에 가도 대부분 후배들이겠다.

A. 다들 내게 인사를 어렵게 한다. 나도 7년차가 어려보이긴 하더라. 방탄소년단 지민이가 7년차 됐다고 이야기 하는데 내가 나이 들어 보이는 거 같았다. 엑소도 그렇다. 그 친구들도 방송국 가면 제일 선배일 텐데, 내게는 아직 연차 얼마 안 된 거처럼 느껴진다.

Q. 이번 앨범을 통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A. 즐거움이다. 옛날부터 늘 바쁘고 치이면서 일을 해왔다. 늘 ‘오늘은 일찍 가서 자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하루 하루 의미 있고 알차게 보내고 싶다. 그래서 에너지도 쓸 수 있는 양이 있기 때문에 필요 없는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딱 하고 싶다. 그리고 ‘원트’ 또한 ‘무브’처럼 누군가 커버 해줬으면 좋겠다.(웃음)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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