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회사 설립 후 처음 발표하는 앨범이라 의미가 남달라요. 잘 키운 아이를 처음 세상 밖으로 외출시키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요."
2011년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로 데뷔해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든 지코는 201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전천후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작곡, 작사, 프로듀싱은 물론 랩부터 노래까지 모든 영역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 또 '아티스트(Artist)', '너는 나 나는 너', '보이즈 앤드 걸즈(Boys and Girls)' 등 그가 발표하는 곡은 트렌드를 이끌고, 대중성도 겸비하고 있다. 음원 차트와 음악 방송에서의 1위도 수 차례다.
그래서 지코의 솔로 앨범에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은 아티스트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담은 노래들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장의 앨범에 담았을까.
8일 오후 첫 정규앨범 '싱킹(THINKING)' 파트2 발표를 앞두고 만난 지코는 이번 첫 정규 앨범의 키워드를 '진솔함'이라고 밝혔다. 지코 이전에 인간 우지호로서 하는 크고 작은 생각들을 꺼낸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앨범 초안을 구상하는데 제 생각의 결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가수로서는 목표가 뚜렷했지만, 우지호 개인일 때는 나를 다루고 보살피는 방법을 하나도 몰랐다는 걸 어느 순간부터 깨달았죠. 그때부터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남은 인생을 지코로 사는 날보다 우지호로 사는 날이 훨씬 많아서 지코에 우지호 본연의 모습을 녹여내 보려 했죠."
지코는 올해 초 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CEO라는 직함도 달았다. 그는 '지코'와 '지코의 음악'을 통해 대중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원석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앨범 피처링으로 페노메코, 다운 등이 함께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페노메코의 음악적 역량은 아직 많은 분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앞으로도 제 음악을 통해 이 친구를 계속 알리고 싶어요. 또 '남겨짐에 대하여' 피처링으로 참여한 다운은 어느 장르 할 것 없이 여러 음악적 장르가 가능한 친구죠. 몇 년 전부터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이번 트랙이 완성되자 바로 떠올라서 러브콜을 보냈어요."
지코의 첫 정규 앨범 중 '극'을 비롯해 '천둥벌거숭이', '걘 아니야', '사람', '원-맨 쇼'(One-man show) 등 5곡은 지난 9월 30일 '싱킹' 파트1으로 먼저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되는 파트2에는 '남겨짐에 대해',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 '디스토피아'(Dystopia), '벌룬'(Balloon), '꽃말' 등 나머지 5곡이 담겼고, 정규 앨범을 완성하게 된다. 지코는 천재성 넘치는 아스트로 보이지만, 막연히 신나게 음악을 한 지 오래됐다며 이번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프로듀서로서 창작의 고통도 느꼈다고 밝혔다.
"무지할 때가 가장 창조적이었어요. 연차가 쌓이니 좋은 음악이 어떻게 하면 나오는지 기술적인 요령도 생기더라고요. 이번에는 인위적이나 가공됐다고 느껴지는 표현들을 계속 지웠어요.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전개나 익히 알려진 지코라는 캐릭터들을 지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계속 이렇게 도전하고 상식을 깨야 앞으로 새로운 도전들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코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 프로듀서, 패셔니스타, 할 말은 하는 래퍼 등 데뷔 후 지금까지 젊은 세대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달, 지코는 '싱킹' 파트1 발표 후 MBC 표준FM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와 tbs FM '임진모의 마이웨이'에 출연하는 등 또래 뮤지션들과는 다른 홍보 전략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싱킹'을 통해 우지호의 여러 감정, 폭넓은 감성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남녀노소 전 연령층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여성시대'는 청취자 연령층이 높은 편이잖아요. 그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출연하게 됐어요. 인상 좋은 푸근한 아티스트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지코의 목표는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는 뮤지션이 되는 것이다. 그의 회사 역시 한 장르나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규 앨범은 지코에게 큰 음악적 성장을 가져다준 고마운 앨범이다. 단순히 음악적인 부분을 넘어 큰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크고 작은, 그리고 사사로운 모든 생각들을 털어놓은 지코의 다음 프로젝트는 신인 가수의 데뷔다.
"빠른 시일 내에 그 친구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범 후반 작업 중이거든요. 래퍼는 아니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에요. 지코하면 래퍼로 많이 알고 계시는데, 래퍼이기도 하면서 음악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저처럼 다양한 포지션을 넘나들 수 있는, 장르의 경계가 없는 잠재력 높고, 스펙트럼이 넓은 친구들을 발굴해 세상에 선보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