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나를 제발 좀 괴롭혀줘, 부탁이야."
6개월 전 유재석이 실제로 한 말이다. 이 말이 불씨가 돼 2019년 하반기, 유재석은 본인의 '악개(악성 개인팬)' 김태호 PD로부터 매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유재석이 괴로워할수록 시청자들은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MBC '놀면 뭐하니?'의 이야기다.
'놀면 뭐하니?'는 13년 동안 시청자들의 토요일을 책임졌던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다시 한 번 뭉친 프로그램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첫 방 시청률은 4.6%였다. '무한도전'의 영광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수치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유재석의 위기'라는 말이 뒤따랐다. 하지만 '유플래쉬'와 '뽕포유'의 연타석 홈런으로 시청률은 8.5%까지 치솟았고, 특히 '뽕포유'의 유산슬은 온ㆍ오프라인 할 것 없이 나타나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가 '무한도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어떻게 토요 예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을 살펴봤다.
◆ '놀면 뭐하니?'가 보여준 '10%의 새로움'
방송 초기 '놀면 뭐하니?'는 '릴레이 카메라', '조의 아파트', '대한민국 라이브' 등 유일한 고정 출연자 유재석 외에 누구든지 출연할 수 있는 틀을 짜는데 집중했다. 여러 명의 고정 출연자가 등장해 과제를 수행하고, 케미스트리를 뽐내는 기존 예능 문법에서 벗어나, 유재석을 중심으로 아이템을 결정하고 아이템에 맞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했다.
'릴레이 카메라'가 보여주는 관찰 예능적인 성격, 어떤 출연자가 나올지 모르기에 일정한 재미와 분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 등 방송 초기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실험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찾는 실험은 일명 '유재석 유니버스'가 만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3시간 드럼 신동의 비트가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유플래쉬'가 릴레이의 묘미를 보여줬고, 48세 트로트 영재의 성장기를 담은 '뽕포유'는 '유산슬'의 성장과 프로그램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 '놀면 뭐하니?'의 '뿌리 깊은 나무' 유재석
'놀면 뭐하니?'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진행된 프로젝트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제작진이 자신을 어떤 상황에 밀어 넣건 한번 시작하면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잘 해낸다.
지난 19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재석은 "때론 '너무하지 않나'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즐거워하시기 때문에"라며 어떤 프로젝트든 열심히 하는 이유를 밝혔다. 시청자를 먼저 생각하는 그의 진정성은 '유플래쉬'의 천재 드러머 유고스타와 '뽕포유'의 트로트 신동 유산슬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특히 '뽕포유'에서는 국민 MC 유재석과 누군가로부터 조종당하는 자아를 가진 트로트 신동 유산슬의 경계를 보여주며 신선한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유재석도 "본캐와 부캐 사이 혼란이 올 때가 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 자아가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유산슬이란 캐릭터로 많은 분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일상이 지칠 때 내 노래가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준다면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전했다.
◆ 유재석의 영향력을 영리하게 쓰는 제작진
'뿌리 깊은 나무' 유재석의 가꾸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한 것은 김태호PD, 최혜정 메인작가 등 '놀면 뭐하니?'의 스태프들이다. 두 사람은 '무한도전' 시절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으며, 유재석의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들이다.
'유플래쉬'에서는 유재석의 드럼 비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뮤지션의 창의력을 만나 어떻게 풍성해지고 확장해가는지 조명했다. 이어 '뽕포유'에서는 친근한 가수 '유산슬'을 중심으로 '박토벤' 박현우, '정차르트' 정경천을 비롯해 업계 다재다능한 인물을 소개하며, 트로트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도 트로트의 매력을 소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관례처럼 존재했던 방송계의 선을 넘고, KBS '아침마당'과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시켰다. 지상파 3사를 통합하는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적극 지원했다.
'놀면 뭐하니?'의 제작진들은 유재석이 가진 영향력을 의미 있게 활용하며, 신선한 재미를 창출하는데 기획력을 쏟고 있다. 특히 이전까지 예능에서 집중하지 않았던 다양한 영역의 베테랑들과, 신선한 얼굴들이 '놀면 뭐하니?'를 통해 나올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유재석은 "나보다 더한 사람들"이라며 "늘상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현실적인 걸 무시할 수 없음에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내 생각에 함께 해주는 제작진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