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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구루병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

[비즈엔터 홍지훈 기자]

▲구루병 가족의 벗어날 수 없는 고통(사진=MBN '소나무' 방송화면 캡처)
▲구루병 가족의 벗어날 수 없는 고통(사진=MBN '소나무' 방송화면 캡처)

구루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가 '소나무'에서 방송됐다.

23일 방송된 MBN '소나무'에서는 강원도 춘천시에 대물림된 구루병으로 하루하루 고통을 겪고

있는 세 식구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희소병인 구루병에 대한 명확한 치료 방법이 없어 엄마 순례 (55) 씨는 임상시험 주사를 맞으며 통증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찾아오는 다리의 통증보다 순례 씨를 더욱 괴롭게 하는 건 아이들을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다.

아들 상윤(31) 씨의 출근길을 지켜보는 엄마 순례 씨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양팔에 목발을 짚고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가는 상윤 씨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목발이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넘어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한두 번의 일이 아니다.

특히 땅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비가 내리치는 날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윤 씨가 일을 나갈 수밖에 없는 덴 남다른 사연이 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느라 건강 상태가 악화한 엄마를 대신해 올해 수험생이 된 동생의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순례 씨와 같은 병인 구루병으로 인해 다리에 힘이 없어 학창 시절 늘 자전거를 이용해 등교했던 상윤 씨는 수차례의 교통사고로 10번 가까이 대수술을 받았다. 현재 다리에 철판과 철심을 박아놓은 상태로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통증이 찾아오지만, 그럴 때마다 병원에 찾아가는 일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상윤 씨는 자신에게 쓸 돈을 아껴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한때는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이 모든 상황을 지금까지 버티게 해준 힘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였다. 이러한 아들의 경제적인 무게를 잘 알기에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순례 씨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수세미를 떠서 팔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 공장에서 만든 저렴한 수세미들이 많다 보니 몇 시간에 걸쳐 힘들게 하나를 완성해도 순례 씨의 수세미는 늘 외면받기 일쑤다. 다만 몇 푼이라도 벌어 아들의 고생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서글프다.

순례 씨는 집안에서도 늘 통굽으로 된 신발을 신고 있다. 맨발로는 눈에 띄게 휘어진 다리를 지탱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다리뿐만 아니라 온몸의 뼈가 약해지고 있어 머리를 묶는 일도 시간과 힘이 많이 듭니다. 지팡이를 짚으며 집안일을 해내는 일은 버겁지만, 자신과 같은 구루병을 앓고 있는 딸의 약을 챙기는 일은 잊은 적 없다.

한창 사춘기로 예민할 나이지만 엄마의 부탁은 뭐든 흔쾌히 들어주는 딸. 또래 아이들처럼 원하는 학원 하나 제대로 보내주지 못하지만, 불평 없이 묵묵히 창문을 칠판 삼아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안쓰럽다. 뼈에 좋다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할인하는 물건 위주로 담아야 하는 팍팍한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열심히 필기한 흔적이 빼곡히 적힌 딸의 방 창문 위로 핀 곰팡이와 세면대 하나 없는 욕실은 구루병을 앓고 있는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다. 목발이나 지팡이를 짚은 상태로는 수도꼭지까지 손을 뻗을 수 없어 늘 지팡이가 손을 대신한다. 가전제품은 모두 중고로 산 것들이다 보니 수시로 고장 나지만, 고쳐 쓸 비용도 그렇다고 새로 구입할 비용도 없다.

몸을 굽힐 수 없는 아들에게 양말을 신겨주며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세 식구. 순례 씨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엄마의 마음이기에 늘 가슴 아프다.

홍지훈 기자 hjh@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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