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최불암이 생선대가리와 소꼬리, 다양한 껍질 요리까지 몰라봐서 미안했던 재료들의 색다른 변신을 소개한다.

부산역 근처의 초량전통시장.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박수양(71)씨의 식당이 있다. 음식솜씨가 좋은 덕분에 여러 식당에서 환영 받으며 일했던 수양 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의 식당을 내기로 마음먹는데. 그러나 문제는 장사밑천.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어시장에서 버려지던 ‘명태 대가리’였다. 명태 대가리에는 살이 많이 붙어있어서 우습게 볼 것이 아니란 걸 알아본 수양 씨.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어물전 사장에게서 1년을 공짜로 받기로 약속하고 전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궁여지책으로 시작했던 ‘어두’ 요리였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줄지어 찾는 대표 음식이란다.


유유순(68)씨는 30년 전만해도 두 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그런 그를 소꼬리 요리사로 바꿔놓은 이는 외삼촌이었다. 외삼촌이 어린 시절, 시집 간 누나인 유순 씨의 어머니를 찾아오면, 할머니께서는 ‘사돈 총각’을 매번 극진히 대접했다고. 그 고마움을 깊이 간직했던 외삼촌은 소꼬리곰탕집을 열고 제법 장사가 잘되자 자신의 어린 자녀들 보다는 조카 유순 씨에게 대를 잇도록 여러 차례 권했다.


박종숙(66)씨는 자연요리연구가다.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20년 전 곤지암읍 연곡리로 이사까지 했다는 종숙 씨는 강의가 없는 날이면 전국을 누빈다. 좁고 거친 농로에도 끄떡없는 오프로드 차에 식탁보와 앞치마, 온갖 요리도구를 싣고 다니는데. 좋은 재료를 발견했을 때 그 자리에서 요리를 만들어 신선한 상태로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단다. 이번엔 수소문 끝에 충청남도 논산에서 청계, 토종닭, 오골계를 방목해 키우는 이효원·오선미 씨 부부를 만났다.

청란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박종숙 씨. 그를 맞이해주는 건 딸 효정 씨와 손자 준희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껍데기 윗부분을 깨트려 알맹이는 쏙 빼고 뭔가를 채워 넣는데. 찹쌀과 흰자를 섞어 청란껍데기로 만든 밥이다. 곧이어 단감껍질시루떡을 만들기 시작하는 종숙 씨. 그런데 옆에서 기가 막히게 채를 잘 써는 이가 눈에 띈다. 수제자 윤정희 씨다.
박종숙 씨에게 자연요리를 배우는데, 그중에서도 채식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알고 보니 그는 가수 이효리 씨의 시어머니. 채식하는 며느리를 위해 자연식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지금은 윤정희 씨 자신도 자연식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그 밖에 복껍질호박꽃찜, 돼지껍질더덕말이까지 호흡이 척척 맞는 선생님 박종숙 씨와 수제자 윤정희 씨의 매력적인 껍질밥상을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