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장중한 산세를 지닌 비슬산과 굽이굽이 펼쳐진 낙동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동네 대구 달성군으로 간다.

사시사철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다는 비슬산(琵瑟山).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면 약 2시간이 걸리지만,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면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겨울 추위를 뚫고 비슬산에 올라서면 오래된 사찰인 대견사가 보이고, 전망대에 올라서면 발 아래로 달성군이 내려다보인다. 가슴 뻥 뚫리는 겨울 공기를 마시며 동네 한 바퀴의 첫걸음을 내딛어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때마침 화원 오일장이 열렸다. 어디선가 들리는 기타 소리에 홀린 듯 발걸음을 떼던 김영철은 시장 한쪽에서 뻥튀기를 튀기며 전기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맨을 만났다. 어릴 적부터 악기 연주가 취미였던 그는 스물두 살부터 기타를 독학하며 다양한 악기를 섭렵했다는데...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던 시절, 밥벌이를 하기 위해 밤무대에 오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궁핍한 살림에 악보조차 구하지 못해 같은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며 연습하는 남편의 끈기와 집중력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는 아내.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서로를 뒷받침해주며 같이 늙어가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부부의 일상을 엿본다.

오일장을 구경하던 김영철은 빨간 고추가 한가득 담긴 포대를 끌고 가는 아주머니들을 발견한다. 그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무려 3대가 함께하는 방앗간. 60년 전,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방앗간 일이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아서 고생도 많이 했다고. 오 남매를 먹여 살린 방앗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할머니는 자신의 뒤를 이어 궂은일도 척척 해내는 셋째 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런 화원 시장 방앗간에 새 바람이 불었다. 23살 손자가 일을 거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신문물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이 함께라서 더욱 고소한 60년 전통 3대 방앗간으로 가보자.

마비정 벽화마을에 도착한 김영철. 한껏 익살스러운 벽화를 따라 걷던 김영철은 우연히 대나무를 다듬고 있는 남자를 만났다. 가난한 형편에 고등학교 졸업은 언감생심이었던 그는 일찌감치 목공예의 길로 들어섰다. 가구에 들어가는 조각을 업으로 삼았지만 붙박이 가구의 등장으로 목조 가구가 사양길로 들어서자 생계가 막막해졌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아버지의 산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폐가를 발견하고 이 곳에 자리잡았다는 솟대 아저씨. 그에게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방법을 배워본다.

“빵떡?” 빵도 아니고 떡도 아닌 이름에 호기심을 갖는 김영철. 알고 보니 막걸리와 설탕을 넣어 만드는 술빵을 이 지역에서는 ‘빵떡’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20분간 손으로 치댄 반죽을 10시간 숙성시킨 뒤 가마솥으로 찌는 게 사장님의 비법. 그런가하면 아궁이 안에서 활활 타오르던 땔감에도 사연이 있었다. 쓰러져가는 친정집을 부숴서 가져온 나무라는 것. 큰맘 먹고 싣고 온 땔감 중에서도 차마 태워 없앨 수 없는 물건들이 있다. 구수한 빵떡 향기만큼이나 아련한 사장님의 추억담에 귀기울여보자.

한적한 시골길을 걷던 김영철은 문이 열려 있는 오래된 고택을 발견한다. 이곳은 전국 5대 서원으로 유명한 도동서원 김굉필 선생의 종택인 ‘한훤당’. 현재는 20대손인 종손 부부가 살고 있다. 6.25 전쟁의 여파로 피해 입은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은 떠났지만, 사당을 지키기 위해 종가에 남은 집안 어르신들. 이토록 어렵게 지켜온 종가를 6년 전에 개방하고 한옥 스테이를 시작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300년 역사를 가진 고택을 감상하며, 닫혀있던 종가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종손의 철학을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