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남도의 바다가 선사하는 고흥 유자와 삼치, 여수 참문어, 해남 펄 전복 등 제철 밥상과 함께 희망찬 새해 맞이를 한다.

참문어 잡이 경력 20년 강기남(59) 선장의 출항시간은 언제나 새벽 5시다. 부지런히 일찍 나가야 좋은 자리에서 문어를 잡을 수 있단다. 강기남 선장은 옛 어른들이 옹구단지라고 했던 옹기를 이용하는 전통어업방식으로 문어를 잡는다. 옛날 옹기는 잘 깨지는 단점이 있어 플라스틱 단지에 시멘트를 채워 무게를 더하는 지금의 방법에 이르게 됐다. 1,000개에서 1,500개에 달하는 문어단지가 매달린 줄이 오르내리기를 수 차례. 강기남 선장이 돌아오면 아내 박미숙(52) 씨가 맞이하고 이웃 선장 가족들과 함께 문어 요리를 한다.


고흥 나로도는 삼치하면 첫손에 꼽히는 지역이다. 1980년대까지도 나로도항은 삼치 배들로 북적였다. 우리가 흔히 삼치라 알고 먹었던 것은 사실 삼치 어린삼치(고시)다. 삼치는 본래 몸길이 1.5m, 무게 15㎏까지 나가는 대형 어종이다. 어부들은 최소 3㎏은 돼야 삼치 대접을 하고 5㎏은 넘어야 제 맛이 난다고 여긴다.
삼치는 먹성이 대단해서 미끼에도 속아, 낚시 바늘에 반짝이는 미끼를 달고 배가 달리면 정신없이 질주하던 삼치가 덥석 물어버린다. 이맘 때 다도해에서 잡히는 삼치는 크기가 말뚝만하다고 해서 ‘뚝삼치’로 불린다. 이렇게 기운 센 삼치도 20년 경력의 김원태(54) 선장 앞에선 꼼짝없이 붙잡힌다. 그의 실력은 동료 선장들도 앞다퉈 엄지를 세우며 칭찬을 할 정도이다.
조업을 마친 원태 씨가 집으로 돌아오면, 삼치 잡는 실력만큼이나 뛰어난 요리 솜씨를 선보인다. 딸 은희 씨와 아들 준성 씨가 좋아하는 삼치회를 시작으로, 회를 뜨고 남은 삼치 대가리와 뼈는 알뜰히 모아 육수를 낸다. 한각구(엉겅퀴)를 넣은 된장국을 끓이기 전, 맑은 육수에 데쳐 먹는 삼치껍질 맛은 별미 중의 별미. 마지막으로 뚝삼치는 칼집을 내 통째로 석쇠에 구워 완성하는데. 가족들과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어 기쁘다는 김원태 선장의 삼치 밥상을 맛본다.

유자의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유역인데, 해상왕 장보고가 신라 문무왕 2년(840년)에 당나라에서 가져와 우리 남해안 지역에 퍼뜨렸다 전한다. 또 세종실록에는 세종 8년(1426년) 전라 감사가 작황을 조사해 진상했다는 기록도 있다. 유자는 기후변화에 민감한데 고흥을 비롯한 전남 완도와 진도, 경남 남해와 거제 등 남해안 지역에서 잘 자란다. 바로 이 지역이 유자 재배의 북방한계선이기 때문. 그중에서도 고흥 유자는 전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된다.
고흥으로 여행 왔다가 자연경관에 매료돼 귀농을 결심했다는 3년차 농민 오경아(39) 씨는 올해 유자 수확을 마무리 지었다. 겨우내 유자나무에게 휴식을 주는 퇴비작업을 하려면, 억센 가시들이 날을 세워도 유자 따는 손길을 멈출 수 없다. 나무에서 숙성된 끝물 유자는 모양새가 예쁘지 않아도 향은 더욱 깊어져 있다.


해남(海南)은 태백산맥의 마지막 지맥으로 구릉지대를 형성해 전남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다. 강진, 영암과 연결된 곳을 제외하면 어느 마을을 가도 바다가 나타나고. 남해의 세찬 물살과 풍부한 갯벌은 해산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 건강한 전복을 생산해낸다.
황산면 부곡리 바다 한 가운데엔 축구장 2곳 크기의 전복 양식장이 있다. 한 해 판매되는 전복은 15톤. 전복은 매 년 가을에 입식해서 2년 6개월이 지나 성체가 되면 5월에 출하한다. 다시마, 곰피, 미역도 직접 키워 전복에게 먹인다. 18년 째 전복 양식장을 운영 중인 이원안(56) 씨. 고된 작업에 늘 일손이 부족해 두 딸은 어렸을 때에도 부모님의 양식장에서 일손을 보탰을 정도였단다. 아내 김경희(54) 씨와 함께 하던 것을 이제는 사위 신영철(34) 씨가 같이해 자리를 잡은 지도 3년이 됐다. 힘들 때 사위가 힘이 돼 줘서 든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