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우리 삶 속의 영원한 동반자, 소 함께 걸어온 길 위에 숨겨진 색다른 의미를 찾아 떠난다

겨울을 견디어 내고 단단히 얼은 땅을 마중하러 나온 박춘택 씨. 일이 시작되는 봄철에 유독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는 걷는 길이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늘 박춘택 씨 곁에서 함께 걷는 소, 누렁이. 15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동무이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트랙터도 다니지 못하는 비탈진 밭을 가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소가 유일하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소를 대하는 마음은 유독 애틋한데, 또 다른 일 소를 키우는 황수만 씨는 사람 식사보다도 소의 식사를 늘 더 먼저 준비한단다. 영양 가득한 소죽이 완성되고 나면 그제야 끼니를 챙기기 시작한다.


너른 초원 위를 달리는 소들. 가히 장관이다. 올해 첫 방목을 하는 날, 신이 난 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다닌다. 아픈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내려온 영수 씨는 가장 먼저 어떻게 하면 튼튼한 소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생각했단다. 요가를 가르치던 경험을 살려 소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 아빠가 된 영수 씨. 방목뿐만 아니라 소여물도 직접 발효시켜 만든다. 소처럼 우직하니 열심히 일하는 아들이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안쓰럽기만 하다. 편한 길이 있어도 소신을 지키며 먼 길을 돌아 뚜벅뚜벅 가는 아들, 영수 씨. 그런 영수 씨 덕분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진 며느리까지. 부부를 보는 어머니는 마냥 애틋하기만 하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줄을 서는 젖소들. 이들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잠을 떨쳐내는 가족이 있다. 4마리의 소로 시작해 140여 마리의 소들을 키워낸 부부와 부모님을 돕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온 둘째 아들 태윤 씨. 어느새 젖소들에게 빠져들어 일 배우기가 한창이다. 마침 얼마 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는데.
하루가 다르게 송아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새벽부터 쌓인 피로도 어느새 잊힌다. 이들의 땀으로 얻은 소중한 우유는 사실 예로부터 귀한 식자재로 사용됐다. 어머니 한흥순 씨의 우유 사랑은 원래도 유별났지만, 요즘 그녀의 오랜 꿈이었던 치즈 만드는 일까지 시작했다. 귀한 녀석들 덕분에 얻은 식자재로 요리하는데 재미가 들린 흥순 씨는 아들 따라 들어 온 고마운 며느리에게 특별한 비법 알려주기에 나섰다.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소, 그런 소 이야기를 불가에서도 들어볼 수 있다. 평택에 있는 절, 심복사 앞에는 소 무덤이 있다. 고려 시대에 세워졌다고 알려진 절이 소와 과연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실 이 절이 지어지는 데 소가 아주 중요한 일을 했다고 한다. 절의 창건 설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한솥 삶은 취로 떡을 만든다. 소를 기리는 만큼 짚 위에 떡을 가득 쌓아 올린다. 떡뿐만 아니라 꽃과 과일, 그리고 소를 위한 녹차까지 상에 오르고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이 있는 소. 오늘 이 순간을 잊게 해 준 소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함께 나눠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