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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 연애편지에 담긴 설렘처럼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배우 강하늘(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배우 강하늘(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연애편지 썼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개봉을 며칠 앞두고, 강하늘은 비대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속 '영호'처럼 강하늘은 쾌활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전할 때만큼은 진지했다. 또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 같다"라는 농담으로 다소 무미건조할 수 있는 화상 인터뷰의 분위기도 풀어줬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3년 손편지를 주고받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삼수생 영호(강하늘)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친구 소연에게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엄마와 함께 부산에서 중고 서점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아픈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에 답장하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영화의 배경은 스마트폰도, 소셜미디어도 없던 시절이다. 폴더형 휴대폰의 액정이 가로로 돌아가는 것이 당시 가장 '힙한' 기술인 시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호와 소희의 손편지는 관객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컷(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컷(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영화 속 소품 편지는 제가 직접 손글씨로 썼어요. 감독님께서 가이드라인은 주셨고, 제가 영호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썼죠. 쓰다가 아닌 거 같아 몇 번 편지를 구긴 적도 있는데 손글씨 편지를 쓰다 보니까 이런 글을 쓸만한 감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연기 톤을 잡는 데 도움이 됐어요."

편지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영호는 강하늘과 많이 닮았다. 보통은 작품 속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해 연기에 공을 들이는데 이번 작품은 달랐다고 했다.

"원래는 강하늘보다 작품 속 인물이 보이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고 연기를 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영호가 강하늘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어요. 대본 자체가 그랬거든요. 감독님도 영호가 연기자의 느낌을 담아내는 편안한 인물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두 사람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도착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강하늘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누군가와 러브라인이 있고, 거기에 장애물이 설정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라며 "살아가면서 뭔가에 항상 확신이 있는 게 아니지 않은 것처럼 확신하기 전 단계가 주는 설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배우 강하늘(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배우 강하늘(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삼수생 영호에게 소희의 편지는 위안을 준다. 공부에 뜻이 없는 영호에게 의미 없이 흘러가던 하루가 소희에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읽어내려가면서 점차 의미 있는 하루로 바뀌어간다.

"우리는 말 한마디, 눈빛 한마디에도 위안을 받잖아요. 영호는 소희를 통해 삼수생으로서 성적을 잘 받는 것 말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설렘을 느낀 것 같아요. 편지를 쓰면서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거죠."

영화는 영호와 소희 외에도 수진(강소라)과의 이야기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강소라가 연기한 수진은 통통 튀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다소 차분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수룩하고 순진한 영호와 대비되는 역할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또 다른 청춘의 이면을 보여준다.

"강소라는 2014년 드라마 '미생' 때부터 친구가 돼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연기를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 재능까지도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현장에서 조금 더 자유로움과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미생' 때는 둘 다 그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을 즐기지 못했는데 이번엔 한결 편해진 느낌을 받았어요. 하하."

▲배우 강하늘(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배우 강하늘(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배우들이 실제 만나 호흡을 맞추는 장면보다 편지를 읽는 목소리를 듣고 연기한 장면들이 많다. 강하늘은 "다른 연기자가 녹음해준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연기하는 부분이 새로웠다"라며 "목소리만 들으니까 상상하게 되고, 표현하는 부분이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강하늘은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실제 영화도 뚜렷한 서사보단 각 주인공의 시점에서 썸과 사랑 사이 그 어딘가의 감정이 쌓여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사랑은 이런 것이다'라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도 아니다. 강하늘은 오히려 이런 점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가 반가웠어요. 제가 본 작품들은 기승전결이나 메시지가 확실한 영화들이 많았거든요. 물론 그런 작품들이 주는 감동도 있죠. 그런데 저는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영화도 충분히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메시지가 확실한 영화가 내 생각을 휘어잡는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같은 영화는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을 되새기게 되죠. 전 그런 느낌이 좋아요."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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