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마음을 씻어주는 풍경과 넉넉한 섬, 덕적도와 이작도의 맛있는 밥상 찾아 간다.

인천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덕적도. 이 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는 토박이 김남훈 선장의 우럭낚시를 따라나선다. 그런데 낚시를 마친 김 선장이 배 위에서 잡은 우럭을 모두 손질하더니 손질한 우럭을 배 지붕에 가지런히 넌다. 이것은 다름 아닌 ‘건작’! 이 지역만의 생선 건조 방법이라고 한다.
섬으로 돌아온 김 선장이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해서 따라간 동네, 쑥개(북리). 그곳에선 화려했던 덕적도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1950-60년대 쑥개항(북리항)은 민어 파시와 조기 파시를 위해 몰려든 배로 가득했단다. 당시 이 섬에 있었던 영화관과 대형 여관의 흔적도 살펴본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딸들을 위해 김 선장 부부가 덕적도 바다 밥상을 한 상 가득 차려낸다. 어린 시절엔 지겹기까지 했던 우럭젓국이 고향을 떠나 사는 지금엔 그리움의 맛이 돼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 사라졌던 김 선장이 솔방울 붙은 소나무 가지를 구해온다. 바로 덕적도만의 별미인 간재미(간자미)찜을 위해서라고. 소나무를 깔고 그 위에 간재미(간자미)를 올려 찌면 소나무 향이 향긋하게 밴다. 거기에 텃밭에서 잔뜩 베어와 함께 찐 부추까지 올려 먹으면 금상첨화이다. 유쾌한 김 선장 가족과 함께 살아있는 덕적도의 맛을 느껴본다.

플로리스트인 서옥선 씨와 사진작가인 서은미 씨 자매는 고향 덕적도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이들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자매의 어린시절 비밀장소를 찾아본다. 조붓하고 가파른 숲길을 내려가면, 어느 순간 파도 소리가 들리며 아름다운 해변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매는 여기서 ‘갱’을 딸 거라는데. 갱이란 고둥의 일종으로 덕적도를 비롯한 옹진군 섬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식재료란다.

자매의 부친 서재송 선생은 ‘덕적도 입양아들의 아버지’로 불리며 덕적도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분. 지난 6개월 사이 부모님을 모두 떠나보낸 자매는 요즘 물려받은 고향 집을 가꾸느라 여념이 없다. 바삐 일하다가도 아버지 생전 공들여 키운 50년 넘은 단풍나무와 향나무, 어머니가 집 안팎에 가꾸시던 꽃과 봄나물에 눈물과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자매. 더덕굴냉국과 갱국에서 벙구나물과 두충잎 튀김까지... 작년 이맘때만 해도 부모님과 함께 나눴던 밥상을 올해는 단 둘이 추억을 소환하며 차리는 자매의 애틋한 ‘사부곡’과 ‘사모곡’을 만나본다.

작지만 아름다운 소이작도엔 이맘때 암꽃게가 많이 잡힌다. 소이작도 선착장에서 그물 사고로 기껏 잡은 꽃게가 다 빠져나갔다며 속상해하는 심영보 선장을 만났다. 평소의 5분의 1밖에 못잡았다지만, 그물 속엔 알배기 암꽃게들이 제법이다. 그물에서 꽃게를 모두 따낸 심 선장이 한 통 가득 소금물을 만든다. 꽃게가 살아 있을 때 만들어야하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건 바로 소금게장! 이곳에선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보다 게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소금게장을 더 좋아한단다.


40년 경력의 어부 정철호 선장을 따라 해안선이 아름다운 대이작도를 둘러본다. 대이작도에는 하루에 단 두 번만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모래섬이 있다. 바로 풀등.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면 푸른 바다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광활한 모래섬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어린 시절 풀등에서 조개도 캐고 헤엄도 쳤다는 정철호 선장과 그의 띠동갑 막냇동생 정진헌 씨는 여전히 풀등 근처에서 조업을 하는데. 이맘때면 섭(참담치)을 딴단다. 물살이 거센 바위 틈에서 자라는 것이 제일 맛있는데. 조류가 잠시 잔잔해지는 간조 때만 딸 수 있기에 하루 조업 시간이 불과 20분 안팎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