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아빠가 그리웠던 육아원에서 자란 소년의 간절한 소망을 소개한다.
◆치킨 소년, 동민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숨이 차게 달리는 소년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동민이. 향한 곳은 시내의 한 치킨집. 학교가 끝난 5시부터 하루 6시간을 꼬박 치킨과 함께해 온 지도 벌써 6개월째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곳은 평범한 집이 아닌, 동민이가 돌 무렵부터 자라온 한 육아원. 처음엔 이곳에 자신을 맡긴 아빠를 원망도 했지만, 때마다 찾아와 안아주고 간식을 사다 주는 아빠를 보고 버림받은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자신만은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었던 아빠의 사정을 이해하게 된 동민이. 작년, 사고를 당해 생활조차 힘들어진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쏟아진다. 고등학생이지만, 사회의 첫발을 들인 곳이 바로 치킨집. 어떻게든 아빠에게 보탬이 되고픈 마음에 꼬박꼬박 용돈을 보내드리는 동민이다. 한창 놀고 싶고, 입시 준비로 바쁠 나이 열여덟 살이지만, 동민이는 돈을 벌어서 꼭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다.

통영에서 배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섬, 용호도. 이곳에 동민이의 아빠 재석 씨가 살고 있다. 동민이가 돌이 갓 지났을 무렵, 경제적인 이유로 아내와 잦은 불화를 겪던 아빠는 결국 이혼 후, 동민이를 홀로 키우게 됐다. 설상가상 아내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전국의 조선소를 찾아다니며 일했던 아빠. 때문에 어린 아들을 돌볼 수도, 우는 아이를 배불리 먹일 수도 없어 선택한 것이 바로, 육아원이었다.
섬에서 매일같이 뱃길을 오가며 동민이를 찾아가 안부를 살피면서도 시설에 맡긴 것이 늘 죄스러운 아빠. 자식을 품고 살고픈 마음이 왜 없었으랴마는 아빠에겐 더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바로 아무것도 못 해준 아들에게 빚마저 대물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년을 꼬박 빚 갚는데 써온 아빠. 한시라도 아들을 데려오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작년, 어업작업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건강도, 일자리도 잃게 돼버렸다. 아빠는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바람도 염치없어 말할 수가 없다. 아들에겐 죄인이라서.
◆동민이의 집으로
육아원에서 자라는 17년 동안 동민이가 꿈꿔온 간절한 소망은 단 하나였다. 바로 아빠와 함께 사는 것. 아빠와 살 비비며 살아온 시간조차 기억에 없지만, 자신을 찾아온 아빠를 따라 섬 용호도에서 지냈던 단 며칠의 꿈같았던 날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동민이다. 처음으로 혼자서 아빠를 만나러 뱃길을 달려갔던 작년 여름. 곧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아빠의 사고와 코로나19로 왕래마저 힘들어지면서 그리움에 발만 동동 굴렀던 동민이다.
2년 후면 독립할 나이가 되는 동민인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빠와 함께 살 단칸방이라도 마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꿈을 이뤄줄 치킨집 아르바이트. 열여덟 살 청춘, 돈 버는 일이 대학 진학과 꿈을 좇는 일보다 우선이 되어버렸지만, 서글픔보다는 더 힘차게 하루를 달리는 동민이. 아빠를 만난 지 벌써 1년여. 동민인 곧 있을 추석을 앞두고 보고 싶은 아빠를 만나러 섬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