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환갑의 나이에 아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아빠의 작은 바람을 만나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충청북도 옥천의 한 골목길에선 요즘 들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와 동섭이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3년 전 중국에서 온 아내 리리 씨(47세)와 결혼을 하면서 동섭이(15세)의 아빠가 된 정헌(61세) 씨. 기관지 확장증으로 인한 염증으로 폐를 절제한 동섭인 몇 미터 남짓의 집 앞 골목길을 오르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가위바위보’ 놀이는 아빠가 이런 동섭이를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만들고 싶어 고안해 낸 놀이인데. 다행히 동섭이도 곧잘 따라줘서 처음보다 더 오랫동안 쉬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동섭이에게 운동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식사. 밥을 잘 먹이고 약을 챙겨줘야 하는데 밥때만 되면 입을 꾹 닫고 도통 열 생각이 없는 동섭이 때문에 속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동섭이의 곁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밥 한 숟가락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아빠는 동섭이가 건강해져서 또래 아이들처럼 걷고 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빠는 지금도 동섭이를 데리러 중국에 갔을 때를 잊지 못한다. 당시 동섭이는 키 140cm에 몸무게는 20kg 남짓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왜소한 체격의 아이였다. 게다가 만성 호흡부전과 뇌전증, 기관지 확장증, 천식 등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아빠는 동섭이를 직접 마주한 순간, 진짜 이 아이의 아빠가 되어 최선을 다해 살려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날 이후 바로 동섭이를 한국에 데려온 아빠. 동섭이가 받아볼 수 있는 치료는 다 받게 해주고 싶어 전국의 병원을 수소문해 데려가고, 동네 산에 올라가 기관지에 좋다는 능이버섯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밤낮으로 복숭아 농장 일에 매달리고 벌초, 하우스 작업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치료비 마련을 위해 힘써왔는데. 하지만 아무리 일을 해봐도 치료비를 모두 충당하기엔 어려운 데다가 최근에는 병원에서 ‘동섭이는 더 이상 호전이 되기 어렵고 폐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들은 상황. 동섭이가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되찾는 것이 남은 평생의 소원인 아빠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할지, 걱정이 커져간다.
◆아빠를 위한 꽃 한송이
열두 살의 나이에 아빠를 만난 동섭이. 처음에는 낯선 한국 땅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한국말을 배우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아빠’라고 불러야 상황이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자신을 금지옥엽 귀하게 여기는 아빠의 모습에 금방 마음이 열었는데. 동섭이가 경련이나 경기를 일으키면 곧바로 들쳐 업고 병원에 데려가거나 아픈 동섭이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주는 하면, 환갑의 나이에도 동섭이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아빠를 보며 동섭이는 처음으로 가족이란 이렇게 따뜻한 것이라는 걸 배웠다. 아직은 쑥스러운 마음에 아빠에게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해 본 적 없는 동섭이. 하지만 아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때마다 색종이로 꽃을 한 송이씩 접기 시작했고, 동섭이는 언젠가 아빠에게 이런 자신의 마음을 예쁘게 담아 전달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