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한바퀴'에서는 가을 풍경을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는 전라북도 완주로 떠난다.

가을 제철을 맞은 완주의 들녘. 우리나라 생강 시배지로 알려진 봉동면의 밭에는 대나무를 닮은 토종 생강 수확이 한창이다. 봉동 일대는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로 이루어져 생강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도 생강이 얼지 않는 토굴을 만든 선조들의 지혜를 더해 우리나라의 생강 재배를 책임져 왔다고. 이제는 개량종의 수입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온 동네가 생강농사를 짓고 집집마다 생강굴을 만들어 살던 시절을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다는데. 생강 서리로 엿을 바꿔 먹던 어린아이에서 어느새 생강 밭을 책임질 나이가 된 이들을 만나 봉동 생강마을 이야기를 들어본다.

예부터 지역 특산물인 생강 거래가 활발했던 봉동에 자리 잡은 봉동생강골시장.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시어머니의 손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3대 째 역사를 이어온 국숫집이 있다. 이곳은 양에 따라 대·중·소 선택지만 있을 뿐 메뉴는 멸치육수가 기본인 물국수 단 하나다 2대 정현자 사장님이 갓 시집온 새색시에서 일흔 셋 할머니가 되는 동안 국수 한 그릇을 인생 밑천 삼아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는 작은 가게. 세월의 흔적이 녹아든 양철 냄비 그릇에 오랜 추억까지 넉넉하게 담아낸 물국수를 맛본다.

완주에서 시작해 드넓은 곡창지대를 적시며 서해로 흘러드는 호남의 젖줄, 만경강. 이맘때면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억새 명소로 꼽히지만 한때 이곳은 수탈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만경강의 지류인 고산천과 전주천이 만나는 삼례천 위에 남은 만경강 철교와 4량 열차가 그 증거.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만경강 철교는 2011년 열차 운행을 마치고 멈춰서있다. 수탈의 아픔이 서린 철교를 걸으며 기억해야 할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를 되찾은 만경강의 가을을 누려본다.
◆양곡창고에서 꽃피우는 동네 문화, 삼례문화예술촌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또 하나. 일본이 빼앗은 곡식을 저장하기 위해 지은 삼례읍의 양곡창고이다. 이곳은 역사를 증명하듯 1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쌀 대신 지역의 이야기와 작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3년 6월, 지역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고 ‘삼례문화예술촌’이라는 새 이름까지 생긴 것. 현재 코로나19로 일부 전시가 휴관 중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삼례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 비대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완주 지역의 초등학교 아이들과 성인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 뮤지컬 리허설 현장을 찾아간다.

만경강의 지류인 고산천이 흐르고, 노령산맥의 산줄기가 감싸는 화산면. 산 좋고 물 좋은 동네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두부를 빚는 가족이 있다. 52년 전, 여덟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작해 새벽부터 불을 때고 콩 삶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는 우계자 어머님. 이제는 여든이 넘은 어머니를 대신해 둘째 딸 경순씨네 부부가 그 일을 이어 받았다. 엄마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든 두붓집을 지키고 싶었던 딸은 지금도 옛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는데. 어릴 적 셋방살이하던 백년 집에 아궁이부터 가마솥, 나무로 만든 두부 틀까지 52년 시간이 그대로 멈춰진 모녀의 두부 인생을 엿본다.

화산면 화평리의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빵집. 이곳은 특이하게도 커피를 만드는 것부터 고른 빵을 결제하는 것까지 전부 셀프로 운영되는 무인 빵집이다. 10년간 바쁘게만 살아온 도시 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 시골로 내려온 최미경 사장님이 일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는데.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요즘은 비워진 빵 진열대를 보는 게 소소한 기쁨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