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성규 기자]암투병 위기를 오히려 기회 삼아, 역설적 심페소생 프로젝트 도전
1956년생 레전드 싱어송라이터 강인원이 전쟁 같은 '일사각오' 심경으로 '인생 3막'에 도전한다.
그의 새로운 인생 행보 앞에 드리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역설적 심폐소생 문화 프로젝트이다.
강인원은 지난 연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감사직에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이는 수년간 협회를 비판해오던 '콤사작가연대'의 '저격수' 강인원이 아예 협회 심장부로 깊숙이 들어가 강력한 개혁을 예고한 가요계 큰 이슈였다.
강인원과 나는 이 일을 전후해서 100세 인생에 대한 여러 생각과 새로운 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이 넘쳐 있었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수차례 사업실패와 건강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근래 대구포크페스티벌 총감독을 맡는 등 크고 작은 비즈니스가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살아있는 전설의 열정을 다시 회복하고 있었다.
나는 1980년대 말 연예 기자와 가수로 강인원을 처음 만나, 이후 30년 넘게 막역한 지기(知己)로 지내 왔다. 그런데 며칠 전 강인원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가 날라왔다.
'갑상선 암 재발, 2월 21일 수술, 5박 6일 입원.'
14년 전 갑상선암이 발병해 수술을 받고, 다 나은 거로 알고 살아왔는데, 최근 왠지 피로감이 계속돼, 병원을 찾아 검사했더니 갑상선암이 다시 재발했다는 것이다.
충격이었다. 나는 '왜 하필이면 이때~'하는 당혹감에 곧바로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하나 한참 궁리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뭐 할 수 없죠. 나는 괜찮아요"하고 허허 웃으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는 듯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나 역시 "요즘 의술이 발전해서, 수술만 잘되면 나을 수 있다. 갑상선은 착한 암이라고 하지 않는가. 믿음으로 기도하고, 병원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잘 먹고, 운동 잘하면 된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 외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또 "우리가 엄청난 감동을 받으면, 다이돌핀이라는 신비의 호르몬이 나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엔돌핀의 4,000배 효과가 있어, 암세포도 죽인다고 한다. 다 내려놓고 큰 감동을 위해 신께 의지하며, 편안하게 마음먹기 바란다"라며 초 긍정적인 지식을 총동원해 격려했다.
강인원은 이번에도 역시 담담하게 '담배 끊고 삶을 재정비하라는 지적으로 알고 다시 무릎을 꿇어야 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로 답했다.
강인원은 보기보다 훨씬 강하다. 선한 눈빛에 어린왕자 같은 여리 여리한 이미지이지만, 그를 겪어본 지인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외유내강형이다. 일에 한 번 꽂히면, 끝을 봐야 하고,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집요하게 따져서 피곤할 정도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는다.
강인원의 삶은 사실 태어날 때부터 오늘날까지 시련의 연속이다. 근래 몇 차례 사업 실패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14세 연하 아내와 늦둥이 아들을 미국에 보내놓고 나서, 살던 집을 팔고 찜질방을 전전한 일도 있다. 스트레스로 줄담배 피워가며, 병까지 얻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젠 오히려 고난이 맷집을 튼튼히 하고, 마음은 바윗돌처럼 단단해져 있다. 웬만한 고생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고난도 영원한 삶을 향해가는 한 과정이라고 믿는다. 인생의 많은 산을 넘고, 또 넘어 '이제 다 왔네' 생각했는데, 또 하나의 큰 산이 앞에 나타났을 뿐이다.
강인원은 암 재발로 낙담해서 주저앉을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마음을 가다듬고, 심기일전,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인생 후반 문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 이름하여 '비오는 날 수채화 3'이다. 한 차원 높은 아티스트를 향한 인생 플랫폼이다. '비오는 날 수채화'는 강인원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올려놓은 상징적인 노래이며, 어찌 보면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인생의 분수령이었다.
'비오는 날 수채화'가 앞만 보고 달려가던 청년시절의 작품이라면, 이제 이뤄나갈 '비오는 날 수채화3'는 암 투병을 이겨내고, 알을 깨고 나와 비상하는 새처럼 한 차원 높은 삶을 그려 나간다는 콘셉트다.
강인원이 원하는 '100세 인생' 버킷리스트는 평범한듯하지만 매우 신선하다. '구닥다리' 음악으로 추억 팔이 하는 것이 아니라. '70대 청년'으로 백발 휘날리며, 죽는 날까지 매일 새롭고 트렌디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