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아홉 살 소녀의 힘겨운 일상을 전한다.
◆다정이의 삼각김밥
“어디서든 빛이 나요”, “만화 속 ‘달려라 하니’ 같아요”. 열아홉 살 다정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다정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르는 단골집이 있다. 바로 집 앞 편의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편의점에서 다정이가 3년째 망설임 없이 고르는 건, 다름 아닌 삼각김밥. 지금까지 먹은 삼각김밥만 500개도 넘을 거라는 다정이. 한창 영양에 신경 써야 할 고등학교 3학년, 왜 삼각김밥만 고집하는 걸까? 늦은 밤 사가는 삼각김밥은 다음 날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전에 먹을 저녁 식사다. 물론, 저녁 급식도 있지만 한 끼에 5천 원인 급식과 친구들이 즐겨 먹는 배달 음식이 다정이에겐 사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싸고 간편하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건 삼각김밥만 한 게 없다고 웃으며 말하는 다정이. 줄이고 줄인 식비 때문에 소박한 저녁 식사 시간을 늘 마주하지만, 다정이에겐 꿈이 있어 견딜 수 있다.
◆가족의 닫혀버린 세상
엄마에겐 꺼내 보고 싶지 않은 앨범이 있다. 아들, 딸 두 자녀의 사진이라곤 불과 몇 장뿐. 한창 엄마가 필요할 어린 시절엔 아이들이 자라온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14년 전,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하면서 아이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엄마. 이혼 후, 변이형 협심증과 연이은 수술 후유증으로 생사를 오가던 어느 날. 아빠의 폭력으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을 다시 품에 안았다. 돈 만 원이 없어 딸이 먹고 싶어 하는 고기를 사주지 못해 가슴을 치면서도 엄마가 악착같이 견딘 건, 바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학대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대인기피증 때문에 취업도 어려웠던 아들. 하지만 아픈 엄마와 보살펴야 할 동생을 위해서라도 오빠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단 바람을 포기할 수 없다. 가정이 파괴되고, 아이들이 힘든 삶을 산 것이 모두 자신 탓인 것 같은 엄마. 엄마가 지키고 싶은 건, 오직 아이들뿐이다.
◆열아홉 살의 꿈
어려운 가정형편에 아픈 엄마에게 부담이 될까 봐 다정인 졸업 후, 취업을 먼저 하기로 결심했다. 엄마의 병을 낫게 해주고픈 마음에 품었던 의사의 꿈. 하지만 다정이에겐 돈 버는 일이 먼저였다. 부지런히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야 하지만, 그마저도 시험 접수비용과 교통비 충당이 우선이었던 다정이. 결국 모자란 시간을 쪼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넉 달째. 10시간 동안 엉덩이 한 번 붙이기 힘든 식당일이지만, 다정인 돈을 벌게 해줄 이 일이 감사하다는데. 새벽까지 밀린 공부며 취업 준비로 고단한 열아홉 살을 보내는 다정이. 그때마다 가족에겐 아픈 기억으로 남은 아빠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업 실패로 열두 살의 딸을 두고 세상을 등졌던 아빠. 다정이에겐 가장 아프고 힘든 기억으로 남았다. 행복한 날보다 힘들고 고단한 날이 많은 지난날이지만, 다정인 눈물을 삼키고 미소를 띤다. 달려갈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