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태어나줘서 고마워."
한동안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팬들에게 많이 듣게 될 말일 것 같은 이 대사는 영화 '브로커'에서 미혼모 소영(아이유)이 아들 우성과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등 브로커 일당에게 전하는 말이다.
소영의 이 한 마디는 관객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듣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하지도 않고, 현재의 삶을 버티는 것에 급급한 우리를 위로하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또 지난 14년 동안 노래로 대중을 위로했던 '가수 아이유'의 목소리로 듣는 대사이기에 감동이 배로 다가온다.
첫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은 이지은의 목소리는 아직도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이지은은 "너무나 말도 안 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죽기 전에 떠오를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가 됐다"라고 말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매개로 만난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을 연출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브로커'의 소영에게서 이지은이 '나의 아저씨'에서 연기한 '이지안'이라는 캐릭터가 많이 보였다.
"저도 처음에 감독님이 '나의 아저씨'를 인상 깊게 봤다고 해서 지안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안은 몇 번의 윤회를 거친 것 같고,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과 대화하기 싫어하는 '3만 살'인 반면에 소영은 벽에 튀어나온 못 같고, 자기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어린아이와 같아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은 직접 쓴 손편지를 이지은에게 전달했다. 편지에는 소영의 심경을 인터뷰로 구성한 내용이 일본어와 한국어로 쓰여 있었다. 이지은이 소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지은은 감독이 귀찮아할 만큼 많은 질문을 던졌다. 소영이 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소영의 말은 감독의 생각인 것인지 혹은 소영이란 캐릭터의 생각인 것인지 계속해서 질문했고 또 고민했다.
"감독님의 편지에는 소영의 인생과 가치관이 들어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내가 과연 소영을 표현할 수 있을지,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을 표현할 수 있을지 부담이 컸어요."
첫 영화, 외국인 감독과의 작업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여기에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그녀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첫 대본 리딩 당시 이지은은 자신이 '브로커'에 속한 것이 신기하면서도 과연 자신이 어울리는 사람인지 걱정도 컸다.
"현장에서 긴장해서 선배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못 나눴어요. 촬영 당시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괜히 경거망동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는 너무 아쉽더라고요. 언제 또 이런 전설 같은 분들과 영화를 하게 될지 모르는데 한마디라도 더 많이 해볼 걸 싶더라고요."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