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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대기자의 '스타 메모리'] 나는 조용필과 '호형호제'하던 기자③

[비즈엔터 홍성규 기자]

▲가수 조용필(이투데이DB)
▲가수 조용필(이투데이DB)

②에서 계속

용필이 형(조용필)의 라이프 스토리 인터뷰로 몇 개월을 매일 만나고 집까지 드나들며, 그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스스럼없이 함께 자리하는 일이 많다 보니, 어떤 순간은 내가 기자임을 잊고, 조용필과 한 가족이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문득문득 신문사 선배들이 "취재원하고는 너무 친해지는 거 아니다. 불가근불가원"이라고 충고하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연재물을 잘 끝내기 위해서 그 상황은 너무 좋았다. 한번 만나기도 힘든 슈퍼스타를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서 만나고, 용필이 형도 내가 따로 묻지 않아도, 편안하게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나는 그 무렵 어느새 대한민국에서 '조용필과 가장 가까운 기자'가 돼 있었다.

그러나 사람 일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법. 더구나 연예인이랴. 스타가 되면 될수록,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온갖 루머가 나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당시 연예 기사는 '초를 친다'는 기자들 사이 은어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보도가 많았다. 어떤 경우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소설을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가왕'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던 용필이 형도 예외일 수 없었다. 용필이 형과 같이 다니다 보면 별의별 기사가 다 나왔다. 내가 동석했던 장소라 100% 잘 아는 상황인데도, 어느 지방 매체에서 완전히 뒤집어서 왜곡 보도해 버렸고, 뻔히 있었던 내 존재는 투명인간처럼 만들어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취재 대상(연예인)과 너무 친해지면, 꼭 써야 할 기사를 제대로 못 쓴다'는 우려가 마침내 현실화된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이 지면에서 또다시 공개하지 않겠다. 궁금하겠지만 서로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을 굳이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날은 당시 대한민국 최고 관심사였던 88올림픽도 끝나고, 선후배들과 "오늘따라 사건도 없고, 모처럼 평화롭네"라며 퇴근 후 회사동료들 회식을 기대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자매지 문화부에서 연예 담당하는 선배가 내게 오더니 불쑥 용필이 형 관련된 소문 하나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선배는 처음부터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는지, "그 기사 안 쓸 거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하고 내게 확인을 해왔다. 사실 그 소문은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건이었다. 관련됐다는 당사자들은 늘 어울리던 사람들이고, 용필이 형 본인 입을 통해서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들었던 터라, '악성루머'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잠시 후 경쟁 매체의 기자까지 내게 전화를 걸어와서, 그 기사 건에 대해 물었다. 그쪽도 "황당한 제보를 받았다"면서 자신들은 안 쓸 거라는 전제하에, 혹시라도 내가 쓸까봐 확인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안 쓸 것"이라고 답했고, 그쪽도 "그럼 그렇게 알고 쓰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나는 예정대로 퇴근을 하고, 회사 근처 조그만 중식당에서 동료들과 식사 중이었다. 그런데 편집국 직원이 내게 연락을 취해왔다.

"내일 아침자 경쟁지 1면 톱기사가 조용필이라는 첩보가 들어왔다"라면서 내게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그 기사였다. 술이 번쩍 깼다.

"동업자끼리 어찌 이럴수가."

그 경쟁지에 대한 배신감과 나 자신의 순진함에 화가 나면서도, 이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복잡한 마음으로 다시 신문사로 뛰어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편집국에는 편집국장과 연예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모여서, 그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헐레벌떡 편집국으로 들어오는 나에게 편집국장이 "야 홍성규 너 이거 알고 있었어? 몰랐어?"하고 물었다.

나는 선뜻 "그거 사실 아닙니다. 그 당사자들까지 다 아는데, 이전에 사실이 아닌걸로 확인까지 했던 건입니다"하고 답을 했다. 그러자 편집국장은 "그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상황자체가 기삿거리야. 어디 신입 기자가 건방지게 네 선에서 뭉개는 거야? 네가 조용필 친구야? 대변인이야? 너 신문 기자 맞냐?"하고 호통을 쳤다.

편집국장 앞에 죄인처럼 서 있던 연예부장과 선배 기자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데스크에 보고를 했어야지"하고 불같이 화를 내고는 "어쩔 수 없다. 일단 사고는 터졌으니, 빨리 나가서 만회를 하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아예 그냥 몰랐다고 하는 게 편할 걸 그랬나"하고 후회를 했다. 그렇지만 이러나저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신문사 그만 둬야 하는 건 아닌가'하는 극단적 생각까지 머리를 뱅뱅 돌았다. 한마디로 멘붕 상태였다.

④으로 계속

홍성규 기자 skhong@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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