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압꾸정'은 MCU의 연장선 상에 있는 영화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가 활약하는 그 MCU 말고,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adongseok Cinematic Universe).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압꾸정'(감독 임진순)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이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정경호)와 손잡고 K-뷰티의 시조새가 된 이야기다.
마동석하면 대부분 우람한 팔뚝과 한방에 적을 물리치는 '원펀치 액션'을 떠올린다. 하지만 '압꾸정'의 강대국은 다르다. 그는 압구정을 누비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훈수를 두고, 필요한 것 있으면 자신에게 말하라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다.
입만 살아있는 사기꾼 같지만, 마동석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니 한 번쯤 만난 적 있는 것 같은 그런 친숙한 인물로 느껴진다.
박지우는 손기술 좋은 성형외과 의사지만 사기꾼들에게 '작업'을 당해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을 피하면서 재기를 꿈꾸던 그는 강대국을 우연히 만나 성형외과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두 사람의 성형외과 사업이 기업형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빠르게 전개된다. 강대국과 박지우라는 강한 캐릭터들이 리드미컬하게 핵심적인 이야기를 이끌고, 오나라, 최병모, 오연서는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한다. 김숙, 이지혜, 진선규 등의 카메오들도 반가움을 더한단.
특히 '압꾸정'은 2007년에 대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마치 2012년에 1997년의 추억들을 이끌어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처럼 말이다. 성형 열풍이 막 불기 시작했던 2000년대 후반의 압구정 일대, 그 시 유행했던 컬러풀한 염색, 옛 만 원권, 장안의 화제였던 '성형 예능' 등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강대국과 박지우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유머러스한 대사들을 계속해서 쏟아낸다. 주먹이 아닌 입으로, 액션의 합을 맞춘 느낌이다. 다만 마동석의 '원 펀치' 같은 큰 웃음보다는 자잘한 잽들로 구성돼 있다.
마동석의 '원 펀치' 액션이 아예 없진 않다. '범죄도시' 마석도, '이터널스' 길가메시가 보여준 정의의 주먹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마동석에게 기대하는 한방은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래도 '범죄도시'처럼 통쾌한 한 방을 기대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압꾸정'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선, 15년 전으로 가볍게 추억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그 여행의 가이드는 주먹 좀 꽤나 쓸 것 같은데 힘보단 입으로, 때로는 허허실실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 매력적인 배우 마동석이다.
11월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