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
어린 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다. 그렇다면 익숙하고 친한 사람은 따라가도 괜찮을까? 온 가족이 아는 이웃집 착한 아저씨에게 2번이나 아동 연쇄 납치 및 성폭행을 당한 소녀의 실화가 피콕의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프렌드 오브 더 패밀리'는 12살 소녀에게 벌어진 그루밍 범죄 실화를 다룬 드라마다. 같은 교회에 다니며 친해진 버치톨드와 브로버그 가족. 버치톨드는 B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브로버그 가족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동네 주민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하던 다정한 이웃 버치톨드는 12살 소녀 젠 브로버그를 두 차례 납치하고, 성적으로 학대한다. 어린 나이에 끔찍한 트라우마를 안게 된 소녀와 그 가족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버치톨드가 어린 소녀를 납치한 과정에는 심리적인 학대가 있었다. 친분을 쌓으며 브로버그 가족의 주위를 맴돌던 버치톨드는 어느 날 젠에게 수면제를 먹여 납치한 후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로 그녀를 속여 성폭행한다. 심지어 젠의 부모와 FBI에게는 젠과 함께 멕시코에서 혼인할 테니 허락해달라고 요구한다. 결국, 수색 끝에 버치톨드는 붙잡히고 젠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그에게 세뇌당한 후였다. 심리적으로 조종당한 그녀는 버치톨드를 사랑하니 결혼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젠의 부모는 버치톨드를 고소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버치톨드의 계획을 막지는 못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젠의 아빠 밥과는 동성애적인 관계를, 엄마 앤과는 불륜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그는 이를 빌미로 그들을 협박했고, 고소를 취하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버치톨드는 젠을 또다시 납치했지만 결국 FBI에 구속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린 젠은 모든 이야기를 부모에게 털어놓는다.
이렇게 친분을 이용한 심리적인 지배를 통해 성폭행을 저지르는 범죄를 '그루밍 범죄'라 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심리적인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얻어 피해자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든다. 피해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신뢰를 쌓는 동시에 외부 환경과는 고립시킨다. 어린 나이에 그루밍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신뢰하기 때문에 학대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젠처럼 가해자를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이 사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험한 이웃'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프렌드 오브 더 패밀리'의 총괄 프로듀서 닉 안토스카는 FBI 기록과 가족들의 다이어리, 인터뷰를 활용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다큐멘터리와 달리 내부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또 사건의 실제 피해자 젠 브로버그가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해 버치톨드가 서서히 목줄을 죄어오는 일련의 과정 속 피해자의 심리를 녹여냈다. 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 '프렌드 오브 더 패밀리'로 젠과 가족에게 벌어진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젠 브로버그는 드라마를 통해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그루밍 범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믿을 만한 사람도 범죄자가 될 수 있고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은 가해자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1972년 발생한 아동 유괴 및 강간 사건을 다룬 드라마 '프렌드 오브 더 패밀리'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