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씨 없는 수박의 개발자로 알려진 우장춘 박사의 진짜 업적, 당신이 몰랐던 우장춘 박사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1950년 1월 어느 날, 일본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수용소에 한 남성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온다. 자신을 한국으로 다짜고짜 강제 추방시켜달라는 남성은 일본의 저명한 과학자였던 ‘스나가 나가하루’였다. 해방 직후 빈곤에 시달리던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밀항해 들어오는 판국에 되레 한국으로 추방당하겠다는 일본의 인재였다. 당연히 안 된다며 손사래 치는 직원에게 그가 종이 한 장을 내밀며 말한다.
호적 등본이었다. 그리고 선명하게 적혀있는 그의 이름은 바로 '우장춘'. 일본에서 과학자로 이름 날리던 그가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하길 원했던 사연을 공개한다.
우장춘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실 그의 아버지는 조선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인사였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했던 친일파, 우범선이었던 것이다. 고종의 체포령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갔던 우범선은 일본인과 결혼해 아들 장춘을 낳는다. 하지만 장춘이 여섯 살이 되던 해, 우범선은 조선에서 온 자객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그렇게 일본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장춘은 대학 입학에서부터 결혼, 직장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차별 속에서 살게 된다. 심지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어마어마한 연구 논문 ‘종의 합성’을 내놓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오직 하나, 조선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었다.
한평생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경계인의 삶을 살아야 했던 우장춘 박사는 남들보다 몇 십 배 노력한 끝에 그 능력만큼은 인정받아 오십이 넘은 나이에 일본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그에게 한국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이 들어온다.
해방 후,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한국에 와서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제야 겨우 자리 잡은 일본을 떠나, 자신을 ‘매국노의 아들’이라 비난하는 한국으로 넘어가 배추에서부터 무, 감자, 귤 등 지금의 풍성한 먹거리를 만들어 식량난을 해결한 ‘농학박사 우장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