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하정우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여러 영화에 출연했다. 그를 스타 반열에 올려놨던 영화 '추격자'를 비롯해 '국가대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1987', '비공식작전',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등이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하정우는 이전 작품들과 '1947 보스톤'은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전에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뿐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것들이에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도 새롭게 재창조된 허구의 인물들이고, 사건들도 실제와 다른 부분들이 많죠. 그런데 '1947 보스톤'은 달라요. 온 국민이 다 알고, 국민 영웅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참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말한 손기정 선생님에 관한 것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비칠 수도 있으니까요."
하정우는 이번 영화를 위해 혹독하게 체중 관리를 했던 임시완의 열정을 높게 샀다. 그 역시 과거 '국가대표' 영화를 찍었을 당시, 스키점프 선수들에 버금가는 훈련을 소화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임시완이 마라토너 서윤복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실들을 전했다.
"시완이가 규모가 작은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어요. 훈련도 훈련인데 식단 조절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남들 밥차에서 탄수화물 섭취하고 있을 때, 시완이는 닭가슴살만 먹었으니까요. 그렇게 힘들게 몸을 완성했으니 체지방 6%까지 뺐다고 말하고 다닐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하하."
'1947 보스톤'은 대한민국의 마라토너가 태극기가 박힌 유니폼을 손에 넣기 위한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손기정과 남승룡(배성우), 서윤복이 포기할 법도 하지만 세 사람은 가슴을 뜨겁게 하는 태극기 덕분에 결승점을 향해 달려간다. 태극기가 손기정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것처럼 하정우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그 자체요. 어린 시절부터 제 일과의 끝은 항상 영화를 틀어놓는 것이었어요. '대부'를 통해 인간관계를 배웠고, 지난 20년 영화 제작 현장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인생을 배웠습니다. 전 그냥 영화가 좋아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찍는 것도, 보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그런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고민합니다."
'1947 보스톤'에 앞서 하정우는 지난여름 '비공식작전'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그는 '비공식작전'이 꽤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했지만, 손익분기점에 턱없이 모자란 105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정우는 자신의 기대와 바람이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복기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작품을 콘텐츠로 보는 정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시대적 흐름 때문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상처나 아픔이 아직 아물진 않았지만, 앞으로 제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공식작전'을 통해 연기 인생의 오답 노트를 채운 것처럼 이번 '1947 보스톤'을 통해 깨달음을 얻길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깨달음들이 그의 세 번째 연출작 '로비'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로비' 촬영을 얼마 전부터 시작했어요. 김의성 선배, 강말금 배우가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즐겁더라고요. 지난 성적은 앞으로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밑거름이라 생각해요. 지금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연기로 롱런할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