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이제 제 얼굴에도 연륜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물론 30대 후반에 대학생 역할을 하긴 했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요. 하하."
배우 강동원은 익숙하지만 신선하고, 오래 봤지만 새로운 얼굴이다. 강동원의 신작이 나오면 대중은 그의 출연작에서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보지만, 영화를 관람하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강동원을 만나게 된다. 27일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제공/배급 : CJ ENM)'의 강동원도 그렇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많은 이가 '천박사'의 예고편을 보고, 그의 대표작 '전우치'(2009)를 떠올렸다. 하지만 '천박사'는 '전우치'와 확연히 달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강동원 역시 '전우치'가 세상에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았다면 '천박사' 출연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참 전에 찍은 작품이잖아요. '전우치' 느낌이 조금 나도 괜찮을 거로 생각했어요. 물론 대사 톤을 신경 쓰긴 했습니다. 전우치는 걱정을 하나도 하지 않는 일차원적인 인물이지만, 천박사는 생계형 퇴마사이면서 복수심을 원동력으로 가진 사람이잖아요."
'천박사'는 '기생충', '헤어질 결심'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강동원은 데뷔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를 시작으로 '검은 사제들'(2015), '검사외전'(2016), '가려진 시간'(2016), 이번 '천박사'까지 10편의 영화를 신인 감독과 함께 했다.
"저는 제가 받은 시나리오 중 가장 재미있는 걸 선택합니다. 그래서 신인 감독들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신선한 시나리오를 고르면 보통 신인 감독님 작품이더라고요. 첫날 해보면 이 감독이 어떤 연출을 하는지 답이 나오는데요. 김 감독은 첫날 해보니 잘하겠다 싶어서 걱정이 없었어요."
'천박사'는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여러 변화가 있었다. 시나리오 초안은 액션 영화에 가까웠다. 또 카체이싱 액션이 있었는데 해당 부분을 덜어냈고, 인물들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췄다. 시나리오 가제는 웹툰 원작과 마찬가지로 '빙의'였다.
"'천박사'라는 제목이 훨씬 좋아요. '빙의'라고 했으면 다들 공포영화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아무리 예고편을 경쾌하게 뽑아도, 생각보다 관객들은 제목에서 첫 이미지를 만들더라고요."
'천박사'는 리듬감 넘치는 강동원의 연기와 이동휘, 이솜, 허준호 등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열연이 시너지가 돋보이는 영화다. 특히 강동원이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은 '천박사'의 보는 맛을 더한다.
"최대한 내가 맞고 굴러다녀야 관객들이 좋아할 거로 생각했어요. 제일 힘들었던 건 범천(허준호)의 빙의를 피해 마을을 뛰어다니는 장면이었어요. 11월에 찍었던 장면이었는데, 4일 밤을 뛰어다녔거든요. 너무 추웠고, 뛰기도 많이 뛰었어요. 구두를 신어 발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