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부산광역시 인구 330만 명보다 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가수 임영웅이다.
지난 9월 14일 오후 8시,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티켓에는 1분 만에 370만 트래픽이 몰렸다. 임영웅전국투어 콘서트 서울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서였다. 부산 인구가 330만 명이니,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각 하나의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 모였던 것이다.
임영웅 콘서트는 초대권이 없기로 유명하다. 언론을 초대한 건 지난해 고척돔에서 열린 서울 앙코르 공연이 유일했다. 아마 팬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임영웅의 생각이 반영된 방침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직접 티켓팅을 시도했다. 여느 '영웅시대' 팬들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30분 가까이 대기 번호가 줄어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고, 정말 운 좋게 3일차 공연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IM HERO(아임 히어로)' 서울 3일차 공연이 열린 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 DOME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올림픽공원 역에는 하늘색 옷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착용한 영웅시대(임영웅 팬)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마치 소풍날을 기다렸던 초등학생들처럼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오후 6시, 지구 밖에서 임영웅이 우주선을 타고 공연장에 도착하는 퍼포먼스로 공연이 시작됐다. 최근 발표한 신곡 'Do or Die(두 오어 다이)'를 시작으로 '아비앙또', '무지개', '히어로'와 '인생찬가'를 열창했다. 관객들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임영웅의 무대를 마음껏 즐겼다.
공연 취재를 종종 다니지만, 이번 임영웅 공연은 무대 구성부터 특이했다. 보통 공연장은 한쪽 면에 일(一)자형 무대를 설치한다. 그렇게 무대를 설치하면 KSPO 돔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임영웅은 360도 무대를 공연장 중앙에 설치했다. 그리고 세 방향으로 보조무대를 설치, ㅅ자 형태의 무대를 완성했다.
공중에는 12개의 대형 스크린을 매달아 어느 좌석에서나 임영웅이 잘 보이도록 했다. 360도로 무대를 구성한 덕분에 임영웅과 관객들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고, 일자형 무대를 설치했을 때보다 관객 5000명을 더 수용할 수 있었다. 또 공연 중반 임영웅은 '손이 참 곱던 그대'를 부르며 공연장을 한바퀴 돌면서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팬서비스까지 고려한 영리한 무대 구성에 감탄했다.
영웅의 팬들은 50대 이상 여성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20~30대 여성들도 많았다. 엄마 손을 잡고 함께 '영웅이 오빠'를 보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초등학생 팬도 있었다.
다양한 관객들의 사연을 만나는 토크쇼 '임영웅의 스페이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만삭의 몸으로 콘서트를 관람했던 한 여성은 출산 후 건강한 모습으로 임영웅 콘서트를 다시 찾아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 예비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위해 VIP 좌석 티켓팅에 성공한 예비 사위의 사연도 공개됐다. 남녀노소 모두가 '임영웅'이란 이름 아래 하나가 됐다.
임영웅의 가창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이날 임영웅은 '사랑은 늘 도망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나만 믿어요'로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했고, '보라빛 엽서', ''상사화', '나와 같다면', '넌 감동이었어' 등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마치 자기것처럼 소화하며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지금의 임영웅을 만든 곡 중 하나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로 장식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익숙해지지 않는 가수가 되겠다"라고 '영웅시대'에게 약속했다.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서울 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임영웅은 오는 11월 3~5일 KSPO DOME에서 서울 공연 2주차를 이어가고, 이후 대구·부산·대전·광주로 이동해 전국의 '영웅시대'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