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배우 황세인은 비교적 늦게 진로를 정했다. 국민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다니던 그의 인생은 연극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광고회사 인턴 하고, 언론고시를 준비하는데 저는 그런 것에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1학년 때까진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몰랐어요. 그러다 연극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어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거죠. 하하."
황세인은 연극영화과 복수 전공을 신청하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목소리 크면 연기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연기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부족함을 느꼈다. 연기를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단 마음에 황세인은 다니던 학교를 과감하게 자퇴하고, 22세의 나이에 다시 입시생이 됐다.
"어려서 철이 없었어요. 부모님께도 비밀로 했어요. 입시를 위해 연기 학원에 다녀야 하니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원도 다녔어요. 부모님도 나중에는 뭔가 수상함을 느끼긴 하셨어요. 하하. 하지만 자퇴를 하지 않았더라면 복수전공으로 연극을 배운 사람 정도에서 그쳤을 거로 생각해요."
치열한 노력 끝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했다. 황세인은 연극학과에 입학하면 배우로서의 꽃길이 펼쳐있을 줄 알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때부턴 오디션의 연속이었다.
"당시에는 소속사가 없으니 직접 오디션을 찾아봐야 했어요. 정말 수십 군데 오디션을 지원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심지어 빵집 아르바이트도 지원했는데 떨어졌어요. 오디션뿐만 아니라 알바 면접까지 떨어지니까 자존감이 바닥이 되더라고요."
황세인은 엉뚱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오디션 지원서를 쓸 때마다 본명 황민영이 아닌 황웅, 황아 등 다른 이름을 적어보는 것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측에서 황세인에게 오디션을 제의했다. '황세인'은 그 당시 지원서류에 썼던 이름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이름 '황세인'이 활동명이 됐다. 그 후 황세인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과 영화 '30일'에도 캐스팅되며 배우로서 경험을 착실하게 쌓고 있다.
"저는 타고난 배우가 아니에요. 못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는 노력형 배우입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정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워요. 그런데 또 재미있어요. 남들보다 더 생각하고, 하나라도 더 준비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습니다."
연기에 꽂힌 그가 최근 새롭게 관심을 두는 것은 운동과 영어공부다. 운동에 꽂히게 된 이유를 묻자, 얼마 전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가족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유일하게 영어를 못한다며 유창한 회화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털어놨다.
황세인은 연기에서도, 일상에서도 부지런한 사람이 되길 원했다. 찍고 있는 작품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오디션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남은 2023년, 다가오는 2024년에는 배우 황세인 이전에 황민영이란 사람의 마음이 풍성해졌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할까요? 하하. 나를 사랑하고, 나에 대해 더 알아야 배우를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