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에서는 뭍사람들은 모르는 섬마을의 특별한 맛과 그곳을 터전 삼은 섬사람들의 푸근한 인생 이야기를 들으러 전라남도 신안으로 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신안은 섬마다 고유의 색을 지정, 주홍색, 파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을 입혀 그만의 특성을 살렸다. 특히, 반월도와 반지도를 이르는 ‘퍼플섬’이 인기다. 집 지붕에 각종 조형물, 심지어는 마을 주민들의 옷까지 보라색으로 물들어 곳곳에 보랏빛 향기가 풍기는 이곳은 2021년,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에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신안의 관광 명소이다. 이곳을 걸으며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전남 신안의 여정을 시작해 본다.
◆자애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에서 만난 70년 해로한 노부부
신안군의 중부권 맨 위에 위치한 섬,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을 가졌다는 자은도. 구영리 마을에서 특히 노장의 힘을 보여주는 한 구옥을 만난다. 기와를 쌓아 담을 올린 정겨운 이 집의 주인은 70년을 해로한 노부부. 버튼 하나면 금세 난방이 되는 보일러 대신 장작으로 아궁이 불을 때고, 가스 불 대신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여전히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주고받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사랑보다 깊은 부부의 정(情)을 느껴본다.

수많은 어선과 여객선이 드나드는 곳이자 신안의 여러 섬으로 가는 관문인 압해도 송공항. 싱싱한 해산물로 신안 바다를 한 상에 푸짐하게 올려내는 식당이 있다. 계절마다 가장 맛 오르고 살 오른 횟감에, 육수의 깊이부터 다른 매운탕은 기본, 함께 깔리는 맛 군단들이 어림잡아 스무 가지! 그중 겨울철 비장의 무기는 ‘민어건정찜’이다. 여름철에 잡은 민어를 신안 천일염으로 간을 해, 겨울 해풍에 열흘간 꾸덕꾸덕하게 말리는 전통 방식이다. 이 민어건정찜 한 접시면 밥 한 그릇 비우는 건 일도 아니다.

송공산 남쪽, 신안의 눈부신 자연환경에 예술 작품을 더한 문화 공간이 있다. 소나무, 먼나무, 팽나무 등 1,000여 점의 분재가 전시된 곳으로 수목원, 미술관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마음의 여유를 제공하는 1004섬 분재정원. 특히, 겨울에 꽃을 피우는 애기동백나무 2만 그루가 심어져 있어 겨울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가는 곳마다 횟집에 해산물 요리가 대부분인 섬마을에 새바람을 일으킨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다소 특이한 외관에 내부로 들어가면 마치 박물관처럼 연식 오래된 골동품에 각종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 과거 미곡 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골동품과 예술 작품을 내걸고, 여기에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어 선보인다. 이 개성 넘치는 곳의 주인은 신안으로 귀촌한 지 1년이 채 안 된 60대 부부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신안의 가족 손님은 물론 여행객들도 궁금함에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고, 남편이 직접 만든 하몽을 피자에 접목시킨 아내표 ‘하몽 피자’는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가 되었다.

신안은 뻘낙지의 주산지로서 낙지잡이를 하는 주민이 많다. 신안의 해안가를 걷다 보면 바닷물 빠진 갯벌에서 맨손으로 낙지를 잡아 올리는 이색적인 광경을 볼 수 있을 정도. 그 맨손잡이로 낙지를 잡아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부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남편도 없이 신안으로 내려와, 이제는 제2의 고향으로 삼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라고. 7년간 모시던 시어머니와는 지난해 이별했지만, 여전히 시어머니에게 배운 낙지 손질법으로 낙지볶음을 만들고, 시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다는 병어로 조림을 만들며 추억을 되새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순례길을 신안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신안의 수많은 섬 중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총 5개의 섬을 노둣길로 잇고, 그 길 위에 12개의 예배당을 세운 일명 ‘섬티아고 순례길’!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서 건축한 예배당은 누구든 찾아와 기도와 명상을 통해 성찰과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특별한 쉼터도 만날 수 있다. 신안 물김으로 만든 김전, 김라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여행객들의 휴게소 같은 이곳은, 음식은 얼마든지 먹어도 좋으나 음식값은 자율. 공짜로 내어주거나 받더라도 기부 형식으로 받는다. 몇 년 전, 순례길을 찾아왔다가 배 시간을 기다리며 추운 날씨에 서 있는 여행객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기부 쉼터를 열었다는 부부. 몇 해 전부터는 도시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님을 위한 마음 하나로 섬마을에 들어온 아들까지 나서서 돕고 있다는데. 가족의 따뜻한 마음씨가 만든 기부 쉼터에서 신안의 정을 느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