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26일 방송된 KBS 드라마 스페셜 2024 ‘영복, 사치코’는 한국전쟁 발발 1년 전, 한 명의 남편을 두고 쟁탈전을 벌인 한국인 처 구영복(강미나 분)과 일본인 처 사치코(최리 분) 두 여인의 애틋하고 치열한 동행기를 그린 단막극이다. 하준은 두 여인의 하나뿐인 남편 임서림 역을 맡았다.
광복 후 4년, 고향을 떠나 지낸 일본에서 돌아온 서림은 한국에서 자신 없이 이뤄진 혼사를 모른 채 일본인 아내 사치코와 귀국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집을 지키고 있던 건 아내 영복이었다. 서림보다 8살이나 어린 나이에 서림이 한국에 없던 15살에 시집을 왔다는 영복을 보고 서림은 안쓰러움에 탄식했다. 집을 떠나달라는 부탁에도 영복은 이를 거절하고 조강지처 자리를 지켰다.
두 여인을 아내로 두게 된 서림의 복잡한 마음만큼 아내들의 다툼도 계속됐다. 하지만 이내 영복의 마음도 사치코의 마음도 헤아린 서림은 집을 지켜준 영복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고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사치코도 살뜰히 챙겼다. 일본에서 당한 고문으로 병을 앓고 있던 서림은 이미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두 여인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마음을 전했다.
한글을 모르는 두 사람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둘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갈 수 있게 했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영복에게는 자전거를 가르쳐 주겠다 자처하며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시대의 아픔부터 두 여인의 상처까지 보듬은 따뜻하고 다정한 서림의 마음이 마지막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그가 생을 다 할 때 영복과 사치코는 물론 시청자도 함께 울었다.
하준은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감정연기로 부드럽게 극 초반 몰입도를 이끌었다. 임서림의 다정하고 차분한 눈빛에 그의 삶에 대한 회한과 슬픔은 물론 남겨질 이들에 대한 미안까지 담아내며 그가 떠나가는 순간에 모두를 눈물짓게 했다. 하준이 그리는 서림의 선함과 다정함이 극 전반 이들을 가족으로 잇는 서사로 남겨짐으로써 극 후반부 두 여인의 남은 삶에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겨졌다. 그로 하여금 극의 몰입도가 배가되며 극 말미 그를 한 번 더 떠올리게 하는 짙은 여운을 남겼다.
하준의 잔잔하면서도 깊은 열연에 시청자의 호평이 더해진 KBS 드라마 스페셜 2024 ‘영복, 사치코’는 웨이브와 KBS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