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실력이지만, 운을 유지하는 건 오롯이 내 몫"

고윤정을 만났던 것은 지난해 5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종영 이후였다. 고윤정은 그때 역시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 받고 있던 배우였다.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 긴장한 탓일까. 당시 고윤정은 혹시나 기자 앞에서 말실수를 하진 않을까 자신의 본 모습을 조금 눌러놓는 것 같았다.
약 8개월 만에 다시 고윤정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훨씬 여유롭고 화사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고윤정은 스스로 "담력이 조금 생긴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 "차무희와 똑같이 실제 천만 팔로워 달성, 선물 같은 작품"
"원래 의미 부여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계속 신경이 쓰이고 신기하더라고요. 특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디즈니플러스 '무빙'(2023)의 희수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고윤정은 지난달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섰다. 극 중 캐릭터가 그토록 열망하던 SNS 팔로워 천만 명을 실제로 달성하는 마법 같은 경험도 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 분)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고윤정은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 한순간에 글로벌 톱스타가 된 차무희와 그녀의 또 다른 자아 '도라미'까지 사실상 1인 2역에 도전했다. 달달한 로맨스에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의 감정선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고윤정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매료됐다.
고윤정은 "차무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말을 돌려하고, 도라미는 직선적으로 말하며 무희를 보호하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실제 성격은 도라미에 더 가깝다는 그는 "말을 돌려 하지도 못하고, 돌려 말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라며 "도라미처럼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연기할 때도 더 편했다"라고 털어놨다.

◆ 성공 뒤에 숨겨진 불안 "운을 실력으로 증명하는 과정"
하지만 천만 팔로워를 거느린 화려한 모습 뒤에는 진중함과 고민도 자리 잡고 있었다. 고윤정은 차무희처럼 자신에게 쏟아지는 갑작스러운 주목을 마냥 즐기기보다,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차무희가 느꼈던 것처럼, 저 역시 배우로서 일이 잘될수록 이 행복이 오래갔으면 하는 마음과 불안이 공존해요. 상황은 다르지만 제가 차무희였어도 충분히 불안하고 계속해서 자신을 의심하고 검열했을 것 같아요."
그는 "운도 실력이지만, 그 운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잘 유지하고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단단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매일 촬영이 끝나면 매니저가 찍어준 모니터 영상을 보며 자신의 연기를 복기한다.
"현장에서는 일단 몸을 내던져 연기하고, 집에 와서 냉정하게 제가 했던 연기들을 다시 봐요.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 "동화 속에 푹 빠졌던 시간…10년 후에도 즐겁게 연기하고파"
고윤정은 '환혼: 빛과 그림자'(2022~2023)에 이어 '홍자매' 홍정은, 홍미란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에 대해 고윤정은 "1년 동안 동화 속에 푹 빠져 살다가 나온 느낌"이라며 애틋함을 전했다. 캐나다 밴프의 그림 같은 풍경과 촬영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한 실제 오로라는 그에게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행복한 확신을 안겨줬다.
고윤정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대중에게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에서, 더 이상 떠오르는 신예 배우가 아닌, 완성형에 가까워진 고윤정의 깊은 진심을 느껴졌다.
"딱 어떤 걸 해야겠다고 한 가지를 정해놓기보다는 한 번도 안 보여줬던 새로운 연기를 계속 해보고 싶어요.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현장에서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가득하고, 연기라는 일 자체를 즐기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