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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튼페이퍼, 정체가 무엇이냐! (인터뷰)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솔튼페이퍼. 본명은 김윤민. 그가 처음 두각을 드러낸 것은 2005년, 에픽하이의 ‘그녀는 몰라’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솔튼페이퍼는 MYK라는 이름으로 에픽하이의 음반에 다수 참여하며 힙합 신(scene)에서 이름을 떨쳤다.

지난 2013년에는 가수 이승환이 그를 영입했다. 활동명을 솔튼페이퍼로 바꾼 것도 그 때의 일이다. 이승환은 “록 음악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지만, 정작 솔튼페이퍼의 롤 모델은 포크 계의 전설, 김민기란다. 이 쯤 되니 궁금하다. 힙합과 록, 포크를 오가는 당신, 정체가 무엇이냐!

Q. 새 음반 ‘스핀(Spin)’이 발매된 지 2주 정도 지났다. 곡 작업을 마쳤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솔튼페이퍼(이하 솔튼): 완성도는 만족한다. 만들어둔 곡이 좀 더 있는데 그걸 빨리 다듬어서 새 음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벌써.

Q.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인가 보다. 6개월만의 새 음반인데, 곡이 꽤 많이 담겼다.
솔튼: 원래 속도가 빠른 편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곡도 있고. 여러 곡을 한 번에 작업하면 건질만한 곡을 빨리 얻는다. 한 곡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안 나오더라. 이번엔 목표가 있어서 더욱 그랬다. 최대한 대중적인 느낌을 내보자는 것. 기타로 대중적인 멜로디를 만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다.

Q. 최대한 대중적으로 가자는 건 당신의 의견인가, 소속사의 의견인가.(웃음)
솔튼: 내 의견이다. 대중성은 항상 신경 쓰는데, 이번엔 그 마음이 좀 더 컸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영향을 받은 음악,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악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고 싶었다.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뿐만 아니라,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음악을 찾고 싶다. 어렵긴 한데,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명곡은 다 그렇더라. 대중적이면서 진지하기도 하고 깊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Q. 그런 면에서 이번 음반은 몇 점짜리인가?
솔튼: 모르겠다. 영어 가사가 여전히 많은 건 조금 걸린다. 듣기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장르에 상관없이 듣고 좋아할 수 있길 바란다. 쉽게 듣고, 금방 기분 좋아지길 바란다.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Q. 소속사 얘기가 나온 김에, 잠깐 예전 회사 얘기를 해보자. 에픽하이가 차린 맵더소울 원년멤버이기도 했고, 이승환의 드림팩토리의 전속 가수로 활동한 적도 있다. 맵더소울에 있을 때에는 힙합을, 드림팩토리에선 록을 했다. 그런데 롤 모델은 김민기 선생님이라고.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뭔가?
솔튼: 내게 영향을 준 음악이 많다. 첫 번째가 밴드 음악이었다. 이후 힙합도 좋아하게 됐는데, 특히 인디 힙합에 관심을 가지면서 랩을 시작하게 됐다. 에픽하이 음반 피처링을 하면서 데뷔한 거라, 처음엔 힙합 신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내 음반을 만들면서 지금의 색깔이 완성된 거고. 그리고 김민기 아저씨는 아버지와 친한 아저씨인데…

Q. 방금 김민기 ‘아저씨’라고 했나. 뮤지션으로서 존경한 게 아니라 ‘아저씨’로서 존경한 거였나.(웃음)
솔튼: 아, 아니다. 물론 뮤지션으로서.(웃음) 아버지가 김민기 아저씨와 친해서, ‘도비두’라는 밴드를 결성해 음반도 냈다. 어쿠스틱 편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김민기 아저씨와 음악적인 교감을 많이 나눴다. 나도 김민기 아저씨처럼 오랫동안 많은 곡을 만들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Q. 나처럼 묻는 사람이 많지 않나. ‘당신의 음악은 정체가 뭐냐’라고.
솔튼: 글쎄. 일단 (두 장르가) 내게는 비슷하다. 난 마인드까지 완벽한 래퍼는 아니다. 다만 내 스타일대로 랩을 해석할 뿐이다. 내 음악의 정체를 장르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장르가 없는 게 내 장르인 것이다.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Q. 다시 음반 얘기로 돌아오면, 1번 트랙 제목이 ‘엔딩’이다. 첫 곡인데 끝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솔튼: 2CD로 구성된 음반인데 정규 1집 ‘오 핀(Awe Fin.)’이 함께 들어있다. ‘오 핀’ 마지막 트랙에서 이어지는 곡이자, ‘스핀’과 연결시켜주는 음악이다. 두 음반의 얘기가 서로 연결돼 있다. 연달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Q. 음원사이트 댓글을 보니, 이 곡 가사가 영화 ‘허(HER)’에 나오는 편지 내용이라더라.
솔튼: 우와. 어떻게 알았지? 맞다. ‘허’를 봤을 때가 이 노래를 작업 중이던 때다. 노래에 쓰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영화 속 편지의 내용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Q. “내 안에는 언제나 너의 조각이 있을 거야”라는 내용, 당신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나.
솔튼: 내 상황과 같았던 것은 아니고, 그 때 내가 상상하던 이별의 상황과 비슷했다.

Q. 수록곡 대부분,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하며 쓴 것 같다. 단순히 ‘너를 사랑해’ 혹은 ‘너와 헤어져서 슬퍼’와 같은 식이 아니다.
솔튼: ‘오 핀’에서부터 내 얘기는 거의 안 썼다. 없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가사를 썼다. 수록곡 대부분이 주인공 한 명의 얘기를 풀어낸 것이다.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오 핀’이 끝나면서 음반 속 주인공도 죽는다고 생각했다. ‘스핀’은 ‘오핀’의 주인공이 죽은 뒤의 삶 혹은 꿈속에서의 얘기다.

Q. ‘오 핀’이 주인공 한 명의 얘기라면 ‘스핀’은 각 곡마다 주인공이 다른 것 같다.
솔튼: ‘스핀’이라는 제목에 ‘다른 세상으로 스핀(돌다)’이란 의미도 있다. ‘다른 삶을 산다면’ 혹은 ‘다시 태어난다면’이란 생각을 하고 곡을 썼다. ‘오 핀’은 주인공 한 명의 얘기였지만, ‘스핀’은 주인공이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면서 쓴 얘기다. 아예 다른 세상으로 스핀한 거니까, 여러 사람의 상황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고 대신 힌트를 조금씩 넣고 싶었다. 사람들이 알아서 자기만의 얘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

Q. 주인공에게 당신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는 편인가, 아니면 당신과는 아예 다른 인물을 만드나.
솔튼: 처음엔 아예 다른 인물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안 되더라. 어쩔 수 없이 내 생각이나 성격이 들어가는 것 같다. 콕 찍어 말할 수 없어도,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가수 솔튼페이퍼(사진=플럭서스뮤직)
Q. 사랑에 대한 노래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불안정한 상태의 사랑 같다.
솔튼: 프로듀서 형이 내게 ‘넌 아무리 밝은 노래를 불러도 슬프게 들리는 목소리다’라고 하더라.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무리 긍정적인 노래를 불러도, 어쩔 수 없이 슬프고 우울하게 들리는 목소리다.

Q. 당신은 기혼자라고 들었다. 흔히 결혼하면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창작자에겐 안정이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솔튼: 결혼은 했지만, 가끔 싸우기도 한다. 잘못하면 혼나기도 하고.(웃음) 내 안에 항상 우울한 감성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쉬는 시간에는 벽을 만지면서 학교 건물을 빙빙 돌기도 하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태어날 때부터 우울한 성향을 갖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당장 슬프지 않아도, 슬픈 기억이나 감정을 원하는 대로 꺼낼 수 있다.

Q. 편리한 방식이네. 그나저나 음반 설명에 ‘결핍’, ‘갈구’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당신이 가장 갈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솔튼: 그냥… 평화. (Q. 내적인, 아니면 사회적인?) 물론 둘 다이긴 한데, 생활에서의 평화를 먼저 찾고 싶다. 가족과 함께 있고 음악도 만들고 들어주는 사람도 있는, 그런 평화로운 상태.

Q. 지금 그렇게 가고 있다고 느끼나.
솔튼: 아직은 힘들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웃음)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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