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지난 2013년에는 가수 이승환이 그를 영입했다. 활동명을 솔튼페이퍼로 바꾼 것도 그 때의 일이다. 이승환은 “록 음악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지만, 정작 솔튼페이퍼의 롤 모델은 포크 계의 전설, 김민기란다. 이 쯤 되니 궁금하다. 힙합과 록, 포크를 오가는 당신, 정체가 무엇이냐!
Q. 새 음반 ‘스핀(Spin)’이 발매된 지 2주 정도 지났다. 곡 작업을 마쳤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솔튼페이퍼(이하 솔튼): 완성도는 만족한다. 만들어둔 곡이 좀 더 있는데 그걸 빨리 다듬어서 새 음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벌써.
Q.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인가 보다. 6개월만의 새 음반인데, 곡이 꽤 많이 담겼다.
솔튼: 원래 속도가 빠른 편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곡도 있고. 여러 곡을 한 번에 작업하면 건질만한 곡을 빨리 얻는다. 한 곡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안 나오더라. 이번엔 목표가 있어서 더욱 그랬다. 최대한 대중적인 느낌을 내보자는 것. 기타로 대중적인 멜로디를 만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다.
Q. 최대한 대중적으로 가자는 건 당신의 의견인가, 소속사의 의견인가.(웃음)
솔튼: 내 의견이다. 대중성은 항상 신경 쓰는데, 이번엔 그 마음이 좀 더 컸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영향을 받은 음악,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악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고 싶었다.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뿐만 아니라,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음악을 찾고 싶다. 어렵긴 한데,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명곡은 다 그렇더라. 대중적이면서 진지하기도 하고 깊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Q. 그런 면에서 이번 음반은 몇 점짜리인가?
솔튼: 모르겠다. 영어 가사가 여전히 많은 건 조금 걸린다. 듣기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장르에 상관없이 듣고 좋아할 수 있길 바란다. 쉽게 듣고, 금방 기분 좋아지길 바란다.
솔튼: 내게 영향을 준 음악이 많다. 첫 번째가 밴드 음악이었다. 이후 힙합도 좋아하게 됐는데, 특히 인디 힙합에 관심을 가지면서 랩을 시작하게 됐다. 에픽하이 음반 피처링을 하면서 데뷔한 거라, 처음엔 힙합 신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내 음반을 만들면서 지금의 색깔이 완성된 거고. 그리고 김민기 아저씨는 아버지와 친한 아저씨인데…
Q. 방금 김민기 ‘아저씨’라고 했나. 뮤지션으로서 존경한 게 아니라 ‘아저씨’로서 존경한 거였나.(웃음)
솔튼: 아, 아니다. 물론 뮤지션으로서.(웃음) 아버지가 김민기 아저씨와 친해서, ‘도비두’라는 밴드를 결성해 음반도 냈다. 어쿠스틱 편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김민기 아저씨와 음악적인 교감을 많이 나눴다. 나도 김민기 아저씨처럼 오랫동안 많은 곡을 만들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Q. 나처럼 묻는 사람이 많지 않나. ‘당신의 음악은 정체가 뭐냐’라고.
솔튼: 글쎄. 일단 (두 장르가) 내게는 비슷하다. 난 마인드까지 완벽한 래퍼는 아니다. 다만 내 스타일대로 랩을 해석할 뿐이다. 내 음악의 정체를 장르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장르가 없는 게 내 장르인 것이다.
솔튼: 2CD로 구성된 음반인데 정규 1집 ‘오 핀(Awe Fin.)’이 함께 들어있다. ‘오 핀’ 마지막 트랙에서 이어지는 곡이자, ‘스핀’과 연결시켜주는 음악이다. 두 음반의 얘기가 서로 연결돼 있다. 연달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Q. 음원사이트 댓글을 보니, 이 곡 가사가 영화 ‘허(HER)’에 나오는 편지 내용이라더라.
솔튼: 우와. 어떻게 알았지? 맞다. ‘허’를 봤을 때가 이 노래를 작업 중이던 때다. 노래에 쓰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영화 속 편지의 내용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Q. “내 안에는 언제나 너의 조각이 있을 거야”라는 내용, 당신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나.
솔튼: 내 상황과 같았던 것은 아니고, 그 때 내가 상상하던 이별의 상황과 비슷했다.
Q. 수록곡 대부분,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하며 쓴 것 같다. 단순히 ‘너를 사랑해’ 혹은 ‘너와 헤어져서 슬퍼’와 같은 식이 아니다.
솔튼: ‘오 핀’에서부터 내 얘기는 거의 안 썼다. 없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가사를 썼다. 수록곡 대부분이 주인공 한 명의 얘기를 풀어낸 것이다.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오 핀’이 끝나면서 음반 속 주인공도 죽는다고 생각했다. ‘스핀’은 ‘오핀’의 주인공이 죽은 뒤의 삶 혹은 꿈속에서의 얘기다.
Q. ‘오 핀’이 주인공 한 명의 얘기라면 ‘스핀’은 각 곡마다 주인공이 다른 것 같다.
솔튼: ‘스핀’이라는 제목에 ‘다른 세상으로 스핀(돌다)’이란 의미도 있다. ‘다른 삶을 산다면’ 혹은 ‘다시 태어난다면’이란 생각을 하고 곡을 썼다. ‘오 핀’은 주인공 한 명의 얘기였지만, ‘스핀’은 주인공이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면서 쓴 얘기다. 아예 다른 세상으로 스핀한 거니까, 여러 사람의 상황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고 대신 힌트를 조금씩 넣고 싶었다. 사람들이 알아서 자기만의 얘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
Q. 주인공에게 당신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는 편인가, 아니면 당신과는 아예 다른 인물을 만드나.
솔튼: 처음엔 아예 다른 인물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안 되더라. 어쩔 수 없이 내 생각이나 성격이 들어가는 것 같다. 콕 찍어 말할 수 없어도,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솔튼: 프로듀서 형이 내게 ‘넌 아무리 밝은 노래를 불러도 슬프게 들리는 목소리다’라고 하더라.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무리 긍정적인 노래를 불러도, 어쩔 수 없이 슬프고 우울하게 들리는 목소리다.
Q. 당신은 기혼자라고 들었다. 흔히 결혼하면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창작자에겐 안정이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솔튼: 결혼은 했지만, 가끔 싸우기도 한다. 잘못하면 혼나기도 하고.(웃음) 내 안에 항상 우울한 감성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쉬는 시간에는 벽을 만지면서 학교 건물을 빙빙 돌기도 하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태어날 때부터 우울한 성향을 갖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당장 슬프지 않아도, 슬픈 기억이나 감정을 원하는 대로 꺼낼 수 있다.
Q. 편리한 방식이네. 그나저나 음반 설명에 ‘결핍’, ‘갈구’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당신이 가장 갈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솔튼: 그냥… 평화. (Q. 내적인, 아니면 사회적인?) 물론 둘 다이긴 한데, 생활에서의 평화를 먼저 찾고 싶다. 가족과 함께 있고 음악도 만들고 들어주는 사람도 있는, 그런 평화로운 상태.
Q. 지금 그렇게 가고 있다고 느끼나.
솔튼: 아직은 힘들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