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나가던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돌연 ‘초심’을 외쳤다. 이유가 뭘까.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은 독특한 역사를 지닌 밴드다.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1집을 판매하던 2008년의 어느 날, KBS2 ‘이하나의 페퍼민트’ 출연을 계기로 전국구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2013년 MBC ‘무한도전’ 가요제 출연 이후에는 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각종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고, 음악 방송은 물론 각종 예능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말 그대로 장얼은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하던 대로만 해도 어느 정도의 인기는 보장된 상태라는 뜻이다. 그런 장얼이 돌연 처음으로 돌아가겠단다. 멤버들이 일일이 CD를 구워 유통하던 그 때로 말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장기하는 “이젠 소리를 비울 때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초창기에 비해 연주자 수가 2명이나 늘었다. 그러다 보니 사운드가 점점 꽉 차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강한 사운드로 음반을 만들다 보니, 과잉이 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비워내기’였다. 의도적으로 연주를 줄이고 간결한 소리를 추구하다보니 자연히 1집 때와 비슷한 느낌의 음반이 완성됐다. 덕분에 포인트 멜로디가 더욱 또렷하게 귀에 박히고, 장기하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가사 전달도 훨씬 나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 ‘가나다’이다. 장기하는 두 곡을 통해 산울림, 초창기 비틀즈를 오마주하며 클래식으로의 회귀를 시도했다. 그런가 하면 선공개곡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있나요’나 수록곡 ‘그러게 왜 그랬어’에서는 1집 ‘싸구려 커피’에서 들려줬던 “말도 아닌 노래도 아닌 중간쯤의 무언가를 포착해서 음악으로 풀어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하세가와 료헤이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사람이 연주하면 될 부분도 여러 명이 나눠서 쳤다. 음(音)이 두꺼워지지 않게, 최소한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1집 느낌이 많이 났다”면서 “2, 3집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원 재료의 맛은 더욱 잘 나는 음악”이라고 덧붙였다.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녹음 및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멤버 정중엽은 “편성은 미니멀하게 했지만 사운드 질감을 살리는 데에는 최선을 다했다. ‘소리’에 있어서는 역대 음반 중 가장 훌륭한 음반”이라고 평했다.
결국 장얼의 초심 찾기는 단순히 과거를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변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팬들에게는 반가움과 새로움이 교차할 전망. 장얼의 정규 4집, 소리는 비웠지만 즐거움은 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