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진지희는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이하 백희) 속 신옥희와도 달랐고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 해리와도 달랐다. 어색할 때 나온다던 애교 있는 말투로, 진지희는 놀랄 만큼 어른스러운 얘기를 들려줬다. “완벽한 배우”가 되기 위해 담금질을 쉬지 않지만, “내 뒷담화를 듣는 게 재밌다”고 말할 만큼 배짱도 두둑하다. 혹여 그를 작품 속 말괄량이 여학생이나 깍쟁이 연예인 정도로 상상한다면, 당신은 진지희를 크게 오해하고 있는 거다.
Q. 곧 시험이라고 들었다. 공부는 잘 되고 있나.
진지희: 고등학교 공부는 금방 따라잡기가 힘들더라. 촬영이 끼어 있으면 성적이 훅 떨어진다. 게다가 이번 촬영을 섬에서 해서 거의 3주 동안 결석했거든. 걱정이다.
Q. 공부 욕심도 꽤 큰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 땐 전교회장까지 했는데, 학교생활에 열심인가 보다.
진지희: 욕심이 많은 편이라 뭐든 놓치고 싶지 않다. 시험 기간이 되면 꼭 학교에 가려고 하고 학원도 다닌다. 보통 학생들이 하는 건 다 하려고 한다.
Q. 하지만 ‘보통 학생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내는 건 어떤가?
진지희: 공부도 걱정이지만 친구들과의 추억이 적은 게 아쉽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까 대화가 어려울 때도 있고. 그래도 이번엔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섬 공기는 어떠냐’, ‘네 얼굴을 까먹겠으니 어서 학교로 돌아와라’ 평범하지 않은 생활이지만 친구들 덕분에 소외감을 느끼진 않는다.
Q. 반면 연예인이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못해본 경험을 하지 않나. 그 중 가장 좋은 건 뭔가.
진지희: 또래에 비해 전문 분야에 빨리 뛰어들었다. 선배 배우 분들이나 스태프 분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고 현장도 빨리 접해볼 수 있다. 진로 자체도 일찍 정했고.
Q. 아까 공부에 욕심이 많다고 했는데 일 욕심은 어떤가. 일할 때도 승부욕이 많이 발동되는 편인가.
진지희: 연기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 대본을 보면서 ‘어떤 타이밍에 어떤 리액션을 해야겠다’ 혹은 ‘이런 앵글이면 이런 표정이 나오겠다’는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이다.
Q. 따로 연기 훈련을 받나. 소속사 관계자나 선배 배우 등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없나.
진지희: 연기는 내가 고민한다. 가끔 부모님께서 모니터링을 해주기도 하고 현장에서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한다. ‘백희’를 연출하신 차영훈 감독님이 나를 많이 믿어주셨다. 내가 촬영 전 질문이 많은 편인데,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다가도 결국 “옥희, 네 마음대로 해”라고 하신다. 그만큼 더 책임감도 느껴지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Q. 이제 촬영장에선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대우 받겠다.
진지희: 어렸을 때보다 감독님도 내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해주시고 같이 고민해주신다. 그래서 나도 고민이 더 늘었다. 예전처럼 하면 안 되겠더라. 상상력을 투입해서라도 내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 영화 ‘국가대표2’를 작업하면서도 소연이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상상을 많이 했다. 소연이가 과거엔 어떤 삶을 살았을지 이 상황에서 소연이의 마음은 어떨지, 소설 책 읽는 것처럼 상상해봤다.
Q. 반면 시청자들에겐 아직도 ‘빵꾸똥꾸’이 잔상이 강하다.
진지희: 그렇게라도 나를 기억해주는 게 감사하다. ‘빵꾸똥꾸’의 모습으로 나를 기억하다가 ‘백희’에서의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분들이 많더라. 여러 가지 연기를 보여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아역 이미지를 벗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을 거고.
진지희: 고민이 많았다. 활동을 쉬다가 성인이 돼서 나타날지, 꾸준히 연기 생활을 하면서 내 성장을 보여드릴지. 결론은 내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자는 것이다. 아직 나를 어린 아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바로 성인 연기로 넘어가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그 때 그 때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자연스럽게 성인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어른에 대한 로망이 있나.
진지희: 여우주연상을 들고 시상식장에 서 있는 나의 모습?(웃음) 커리어 우먼처럼 멋지게 나의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꿈꾼다. 연기할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프로답게,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빨리 어른이 되고 싶나.
진지희: 예전엔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열일곱, 열여덟이 되니까 현장에서 나의태도가 달라지고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더라. 아마 어른이 되면 스스로에 대한 책임이 더욱 많이 생기겠지. 지금을 좀 더 즐기고 싶다. 그리고 다가올 스무 살을 위해 자기개발에 좀 더 힘을 쏟으려고 한다. 운동도 하고 발성 연습도 하고. 완벽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스파르타식이네.
진지희: 그래야 화면에 완벽한 모습이 보이니까.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화면에는 통통하게 나오더라, 흑흑.(웃음)
Q. 스스로를 다그치는 게 힘들지는 않은가.
진지희: 모르겠다. 나는 나를 다그친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욕심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요즘엔 연기뿐 아니라 모든 게 완벽해야 하는 시대 아닌가.
Q. 쉴 땐 뭘 하나. 정말 자유롭게 놀고 싶을 때.
진지희: 친구들을 만난다. 카페에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홍대나 명동을 돌아다니면서 쇼핑도 한다. 친구들 집에 가서 1박 2일 파자마 파티도 하고.
Q. 수다의 주제는 주로 뭔가.
진지희: 학교 얘기. 누가 누구랑 사귄다느니 하는 학교에서의 소문들. 여자들 수다의 끝은, 역시 뒷담화다. (일동 폭소)
Q. 사실 당신과 같은 연예인이야말로 가장 좋은 뒷담화 대상이다.
진지희: 이젠 무뎌졌다고 해야 할까? 내 뒷담화를 듣는 게 재밌다. 주로 친구들을 통해서 듣는데, 오히려 친구들이 말하기를 망설이고 나는 얘기해달라고 재촉한다. 재밌다. 왜냐면 나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아니까. 물론 억울할 때도 있지. 오해가 있다면 풀고 내 원래 성격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내가 직접 ‘저 그런 애 아니에요’ 할 수는 없으니 더 성실하고 바르게 행동하려고 한다.
Q. 이야~ 이런 모범적인 자세는 누구에게 배운 건가.
진지희: 어무니, 아부지? (웃음)
Q. ‘백희’ 속 옥희는 일탈을 밥 먹듯 하는 아이였다. 당신은 어떤가. 사춘기를 겪을 나이이기도 하고 보는 눈이 많은 직업이라 오히려 일탈에 대한 유혹이 클 것 같은데.
진지희: 만약 내가 옥희 같은 캐릭터를 안 해봤다면, 한 번 쯤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은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배역을 만나 그의 삶을 살아볼 수 있잖아. ‘내가 일탈을 한다면?’이라는 생각을 갖고 역할에 몰입을 해서 오히려 일탈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현실세계에서는 더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Q. 현실에서 해소하지 못한 욕망을, 연기를 통해 해소할 수 있겠네.
진지희: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흥미롭다. 연기를 통해 모든 감정 표현을 할 수 있고 그러면서 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Q. 요즘 진지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뭔가?
진지희: 학업 스트레스? 다음 주가 시험이다. (Q. 아,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하하. 내가 또래보다 긍정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내 딴에는 뭐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스트레스지만 무슨 꿈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그게 더욱 큰 스트레스일 거다.
Q. 제법이다. 누구나 자기 문제가 제일 심각해 보이는 법인데.(웃음) 이런 성숙한 태도는 타고난 건가?
진지희: 배우 언니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그 분들의 생각에서 영향을 많았다. 사람이 긍정적으로 살아야 좋지 않겠나. 나도 그러려고 노력 중이고. 영화 ‘국가대표2’ 작업을 하며 수애 언니, 하재숙 언니, 김슬기 언니 등 좋은 언니들을 만나서 건강한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Q. 그러고 보니 ‘국가대표2’가 오는 8월 개봉한다. 당신이 맡은 소연은 어떤 인물인가.
진지희: 옥희와는 정반대. 인사 예의 바르게 하고 모든 일에 열심히.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고 언니들이 싫다고 해도 꼭 연습하자고 하는 아이다.
Q. 실제 진지희와 흡사한 것 같다.
진지희: 많이 비슷하다. 언니들도 ‘원래 네 모습대로 하라’고 하더라.(웃음)
Q.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
진지희: 도화지 같은 배우. 서로 다른 캐릭터를 진지희라는 사람에 맞게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 캐릭터의 톤을 살리되 나만의 매력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