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개막한 박효신 단독 콘서트 ‘아이 엠 어 드리머(I am A Dreamer)’의 오프닝 무대는 실로 상징적이다. 무대를 둘러싼 관객들, 흰 장막 안에 홀로 앉은 박효신, 그리고 시작되는 ‘홈(Home)’. “흐린 풍경 속에 작은 문 하나” 속에 웅크리고 있던 박효신은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너의 기척이 들”린다며 문을 박차고 나선다. 무대를 감싸던 장막도 함께 떨어진다.
곡의 서사와 멋지게 어우러지고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도 적격인 이 연출은 그러나 박효신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흥미롭다. ‘야생화’를 통해 자신의 내면이 깊이 몰두했던 그는 이제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며 타인의 삶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더 드리머(The Dreamer)’를 예로 들어보자. 박효신은 이 곡의 부제를 ‘아이 엠 어 드리머’라고 붙였다. 박효신 자신의 이야기가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가사는 자전적이지만 동시에 이타적이다. “그 작은 이유들이 너를 만든 거란다”던 타인의 메시지를 박효신은 자신의 삶 안에서 직접 경험했고, 노래를 통해 이를 다시 설파한다. “나는 지금 이대로 아름답다”는 가사는 박효신 자신의 다짐이기도 하지만 타인에 대한 응원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나’와 ‘너’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기프트(Gift)’는 또 어떤가. 지난 2014년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콘서트에서 보았던 ‘기프트’ 무대를 아직 기억한다. 온 몸이 터질듯이 포효하던 박효신에게서는 어딘가 모르게 범접 불가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이 엠 어 드리머’ 콘서트에서 박효신은 ‘기프트’의 처음 열여섯 마디를 동료 뮤지션 정재일에게 넘겨줬다. 박효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목소리로 듣는 것. 이것은 감동적인 삶의 공유다. ‘나’의 사투를 ‘너’와 함께 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이자 ‘나’의 희망을 ‘너’에게 심어주겠다는 약속. 박효신은 노래 안에서 타인과 자신의 삶을 부비고 있다.
“음악은 소통이다.” 박효신은 이번 콘서트를 진행하며 몇 번이고 강조해 말했다. “‘야생화’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담은 곡이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줄 몰랐다”던 그는 그러나 ‘나’의 이야기가 ‘너’의 위로가, 응원이, 꿈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나’와 ‘너’의 경계를 낮추고, 지우고, 급기야 허물어버린 박효신은 이제 “나의 세상은 너, 너의 세상은 나”라고 노래한다. 박효신의 음악은, 소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