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난 자리는 너무도 휑했다. 동시간대 드라마에 반사이익이 더해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월화극 전체의 시청률 파이가 줄어드는 등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태양의 후예’에 이어 명실상부한 KBS 히트작이다. 지난 18일 마지막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2.9%(이하 동일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동시간대 방송됐던 경쟁작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7.9%,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5.9%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률 기근에도 20%대를 돌파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이 퇴장한 뒤 월화극 시청률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그라졌다. ‘구르미 그린 달빛’ 후속작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첫 방송된 지난 24일,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와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등 밤 10시대 드라마 시청률은 도합 27.1%를 기록했다. 이는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일인 18일 밤 10시대 드라마 시청률의 합계 36.7%보다 9.6%p 감소한 수치다. 월화극 밤 10시대 시청자 수로 따져봤을 때 이는 약 25%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이는 앞서 지난 4월 KBS2 ‘태양의 후예’ 종영 이후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지난 4월 14일 ‘태양의 후예’ 마지막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38.8%를 기록했을 당시 이를 포함한 동시간대 드라마의 전체 시청률 파이는 44.9%였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 스페셜 방송까지 모두 끝난 4월 27일, 후속극 ‘마스터 국수의 신’과 경쟁작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 SBS ‘딴따라’ 등의 총 시청률 파이는 23.5%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이나 되는 시청률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인기작의 시청률은 왜 다른 드라마로 나눠지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시청자 유입이 힘든 점과 인터넷 토막영상의 확산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인기작 여부와 관계없이 한 드라마가 끝날 땐 보통 다른 드라마들의 회차가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드라마를 중간부터 봐야하는 경우 앞선 내용을 이해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피로도가 높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타 드라마로의 유입을 막는 경우도 있다. 관계자는 “드라마를 몰입해서 봤던 만큼 그 여운을 느끼고자 하는 시청자들도 분명히 있다. 이런 연유들이 시청률 파이를 그대로 유지시키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샌 인터넷을 통해 흔히 말하는 ‘짤’(주요 내용만 편집한 영상)의 형태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형태가 많다. 과거처럼 한 작품의 종영이 곧바로 다른 드라마의 시청으로 이어지지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