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배우 민진웅이 tvN 드라마 ‘혼술남녀’를 통해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그는 유아인부터 송중기, 박보검, 김래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성대모사하며, 유쾌한 신스틸러로 극의 흥행에 크게 일조했다.마냥 웃기고 밝은 모습에 그치지 않고, 중반부 치매 노모를 둔 남모를 애환을 표현할 때는 반전의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코믹부터 절절한 눈물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한 민진웅은 방송 말미 황우슬혜와의 로맨스로 설렘까지 전파하며 진정 매력부자로 거듭났다.
민진웅이 지닌 매력이 완성형 캐릭터를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데뷔 이래 가장 큰 대중의 호감을 실감하고 있을 그는 “매순간 꿋꿋하게 열심히 하려는 민교수 캐릭터를 사랑해주셨다”는 말로 담담하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Q: 인기리에 종영했다. 처음엔 공시생 김동영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고? 민교수 아닌 민진웅이 상상이 안 간다.
민진웅: 맞다. 오디션을 보러간 게 ‘흙수저’ 역할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작가님과 피디님이 성대모사 잘하는 거 있냐고 물었다. 그냥 편하게 1부 유아인 성대모사가 있는 대본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다들 빵 터지셨다. 그러고 며칠 뒤 3~4부에 나온 유아인, 송중기, 이병헌 등을 준비해갔는데 그때는 안 웃어서 떨어질 줄 알았다.
Q: 제작진이 왜 유쾌한 민진웅 교수 역할을 제안한 것 같나.
민진웅: 작진이 영화 ‘동주’를 보시고 민교수 캐릭터를 염두한 것 같다. 극중에서 어두운 분위기에도 밝은 느낌을 주려는 캐릭터를 했는데 그런 모습을 잘 봐주신 것 같다.
Q: 혼술남녀 시즌2 논의가 긍정적이다.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민진웅: 육아에 힘을 쏟아야할 것 같다. 저희끼리 시즌2 이야기를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돈 잘 벌고 더 잘 나가는 황교수가 워킹맘을 하고 저는 애를 키우면서, 인터넷 방송으로 별풍선 받는 거 어떻겠냐 했어요(웃음).
Q: 실제로 공무원 입시를 준비한 적 있는지?
민진웅: 없었다.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이 그랬듯이 학교 끝나면 학원가서 입시를 준비한 경험을 살렸다.
Q: 민교수 캐릭터와 노량진 현실감을 잡아가는 과정은 어떻게?
민진웅: 자칫 비호감 캐릭터가 될까봐 호감을 얻을 수 있게 중심을 잡았다. 민교수의 아픔은 대략적으로 짐작을 하고 있었다.
Q: 황우슬혜와 관계 변화를 모르고 촬영 시작했는데, 러브라인이 확정된 대본보고 어땠나.
민진웅: 많은 분들이 원하셨는데 다행이었고, 저희도 읽으면서 놀랐다. 어떻게 표현할지 서로 고민도 많이 했다.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진 게 하룻밤의 불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Q: 황우슬혜를 '하늘같은 선배님'이라고 표현했더라. 감정 몰입은 잘 됐는지.
민진웅: 연기 경력으로 대선배님이다. 황우슬혜는 현장에서 리액션, 눈물의 여왕이다. 감정이 좋고, 워낙 사람을 편하게 해줘 잘 몰입했다.
Q: 민교수와 실제로 성격과 많이 닮았나.
민진웅: 꼭 맞아떨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화가 끊겼거나 암울해지려고 할 때 분위기를 유쾌하게 환기 시키려는 건 비슷하다. 난 친구들과 있을 때도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주도하려고 한다. 다들 그렇지 않나? 굳이 우울할 필요 없으니.
Q: 가족이랑 함께 살고 있는지.
민진웅: 가족이랑 같이 산다. 민교수는 밤 10시 땡 하면 집에 가지만, 난 빨리 집에 가는 편은 아니다(웃음).
Q: 극중 애교 많은데, 실제로는 어떤 아들?
민진웅: 워낙 툴툴대고 살갑지 못한 아들이라 드라마 찍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친구들 부모님에게는 살갑게 잘하는데, 그 10분의 1도 우리 부모님께는 못해드리는 것 같다. 그러다 배우 고경표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경표는 ‘엄마 손을 잡고 걷는 게 참 좋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커서 엄마 손을 잡으니까, 엄마를 지켜주는 것 같아서’라고 했다. 그 말이 멋있더라. 그 이후 어머니의 손을 최대한 잡아드리려고 한다. 할아버지에게는 사랑한다는 말도 연습해서 잘 하고 있는데 부모님에게는 아직 잘 못하고 있다. 여동생이 제일 잘한다. 여동생이 없는 집안 분위기는 상상할 수 없다.
Q: 기억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민진웅: 극중 어머니 임종을 알리는 전화를 수업 중이라 못 받고, 계속 갈등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일 때문에 개인적인 것을 어쩔 수 없이 포기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았다. 누구라도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Q: ‘인간복사기’로 불렸다. ‘혼술남녀’를 통해 자신 있는 성대모사 하나쯤은 얻었을 법하다.
민진웅: 하하. 없다. 누구를 성대모사 해야 하는지 나도 모르고 있다가 대본이 나오면 알았다. 주로 3~5일 준비기간이 있었다. 김래원 선배님은 어릴 적에 따라한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홀가분하고 편하게 했다. 반면 서경석 선배님 성대모사는 정말 연구 많이 했다. 팔 동작부터 어깨 높이, 걸음걸이까지 동선 짜는데도 걱정이 컸는데, 편집과 음향 등이 재밌게 잘 살려준 것 같다.
Q: 성대모사 대가 개그맨 정성호와 함께 촬영하는 기회도 있었다.
민진웅: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둘이 애드리브로 성대모사 배틀을 했다. 나는 더 이상할 게 없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더라. 다 받아 줄 수 있으니 편하게 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눈 앞에서 진짜 이순재, 서경석을 봤다. 역시 진짜는 달랐다(웃음)
Q: 상대적으로 공시생 공명, 키, 김동영, 정채연 등과 함께하지 못했다.
민진웅: 그 부분이 아쉬웠다. 똘똘 뭉쳐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강사진도 어떻게 좀 뭉쳐볼까 생각했다(웃음). 후반에 가면서 강의 평가도 많이 하고, 같이 등산도 가면서 많이 친해졌다.
Q: 등산하는 장면에서 황우슬혜를 업고 산을 탔는데 힘들었겠다.
민진웅: 누나가 가벼워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강사진은 촬영이 거의 학원, 세트장에서 이뤄졌는데 야외로 나가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고 힐링 타임을 즐겼다.
Q: ‘택시’를 탔는데 어땠나. 첫 토크쇼 아닌가.
민진웅: 첫 토크쇼이고 예능이다. 너무 떨었다. 밖에서 오프닝을 해서 구경하는 분들도 많이 모였다. 연기할 때 사람이 모이는 건 괜찮은데 인간 민진웅으로 사람들 앞에 서니까 떨리고 부끄러웠다. 성대모사 여러 개를 준비했는데 잘 못 했다. 박하선이 원래는 더 잘한다고 옆에서 아쉬워했다. 제가 ‘무한도전’ 정말 좋아하고, ‘라디오스타’도 재밌게 봐요. 라디오 ‘컬투쇼’도 잘 듣는데, 섭외만 온다면 달려갈 준비가 됐다.
Q: 처음 연기할 때랑 달리 지금 목표나 각오가 좀 달라지지 않았나.
민진웅: 특별하게 변한 건 없다. 다만 꼭 한 번 같이 작품하고 싶은 감독님과 작가님은 있어요. 그 분들과 함께한다면 어떨까? 이런 기대를 하면 즐겁다. 노희경 작가님을 원래부터 좋았는데 ‘디어마이프렌즈’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영화, 드라마 뿐 아니라 공연조차도 여자 배우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는 현실인데 여성들이 주가 되는 작품이라 더 반가웠다.
Q: 마지막 한마디
민진웅: 이제 막 운동화 끈 묶고 달리려고 앉은 느낌이다. 출발 신호 기다리면서 달릴 준비 잘하고 있겠다. 캐릭터 안 가리고 열심히 할 준비가 됐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