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격 변신’과 ‘음악적 성장’.
걸그룹 블랙핑크가 새 싱글 ‘스퀘어 투(SQUARE TWO)’ 발매를 앞두고 내세운 두 가지 키워드다.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트로피컬 장르”라는 설명에서는 ‘제 2의 투애니원’, ‘투애니원 아류’라는 평가를 벗어나겠다는 굳은 의지가 읽힌다.
‘탈(脫) 투애니원’을 위한 노력은 음반 곳곳에서 감지된다. 먼저 ‘불장난’의 경우 트로피컬 하우스리는 장르 자체만으로 파격을 주진 못하지만, 씨엘의 랩이나 박봄의 보컬 색깔을 답습하는 대신 멤버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주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노래의 구성은 물론, 멤버들의 랩·보컬 운용 방식까지 투애니원을 떠올리게 했던 ‘붐바야’를 생각한다면 분명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투애니원의 색깔을 벗어나는 것과 블랙핑크의 색깔을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도입부 세련된 피아노 연주와 감각적인 비트가 가진 매력에도 불구하고, 드롭(Drop)과 함께 후렴구로 전환되는 전개는 묘한 기시감을 일으킨다. 장르적인 움직임은 있었지만 임팩트를 주는 방식이 전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사에 있다. “우리 엄마는 매일 내게 말했어. 언제나 남자 조심하라고. 사랑은 마치 불장난 같아서 다치니까”로 시작해 “이런 날 멈추지 마. 이 사랑이 오늘 밤을 태워버리게”로 끝을 맺는 가사는, 노래의 주제가 치명적인 사랑에 대한 두려움인지 상대를 향한 불타는 마음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여기에 “내 맘 도둑인데 왜 경찰도 몰라”, “불붙은 내 심장에 더 부어라 너란 기름”과 같은 1차원적인 비유는 다소 민망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사운드가 쌓아올린 세련미를 단숨에 깎아내리는 격이다.

또 다른 타이틀곡 ‘스테이(STAY)’ 역시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기는 노래다. 투애니원의 발라드가 신파적인 어조로 차별화를 이렀다면 블랙핑크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멜로디가 강조된 벌스(verse)에서 비트를 잘게 쪼갠 후렴으로 이어지는 콜라주 또한 매력적이다. 그러나 노래 초반과 후렴에 삽입된 하모니카 연주나 마지막 소절의 코러스에서는 서정성에 대한 강박이 읽히기도 한다.
“YG엔터테인먼트가, 투애니원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블랙핑크에게 부담스러운 꼬리표가 될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투애니원과는 달라야 하며, 7년이란 세월을 보상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는 높아야 한다. 빅뱅의 군 입대, 위너의 무기한 컴백 연기, 투애니원의 활동 또한 조심스러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YG엔터테인먼트에게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위험하다. 익숙한 것은 안전하지만 너무 익숙한 것은 고리타분하다. 새로운 것은 신선하지만 너무 새로운 것은 낯설다. ‘유니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