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노래를 부를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리지는 않을 건가요? 귀를 빌려준다면 노래를 해줄게요. 음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볼게요. 오, 난 친구들의 작은 도움으로 헤쳐 나가요.”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프렌즈 中’)
링고 스타가 비틀즈 시절 명곡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프렌즈(With a little help from friends)’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작은 피켓을 꺼내들었다. 계획된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켓을 흔들었다. 피켓에는 노란 별 그림과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럼요. 우린 당신의 친구인 걸요.(Yes. We're your friends.)”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링고 스타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많은 관객들이 비틀즈 멤버로서의 링고 스타를 기대하며 공연장을 찾았겠지만 이날 그는 올스타 밴드의 멤버로서 관객들을 만났다. 록밴드 토토의 스티브 루카서, 유토피아의 토드 룬드그렌, 산타나의 그레그 롤리, 미스터미스터의 리차드 페이지 등 밴드 멤버들 역시 링고 스타와 비등한, 때론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첫곡 ‘매치 박스(Match Box)’를 마친 링고 스타는 짧은 인사와 함께 ‘잇 돈 컴 이지(It' Don't come easy)’, ‘왓 고우즈 온(What goes on)’ 등 자신이 쓰고 부른 노래들을 들려줬다. 토드 룬드그렌, 그레그 롤리, 스티브 루카서, 리차드 페이지가 바통을 이어 받아 7~80년대 명곡들을 연주했다. 첫 곡부터 기립을 시작한 관객들은 내내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흥과 필(feel)에 취한 토드 룬드그렌부터 로맨티틱한 목소리의 리차드 페이지까지, 각양각색의 보컬도 들을 거리였지만,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모인 만큼 합주의 위력이 대단했다. 특히 ‘로잔나(Rosanna)’는 10여 분의 런닝타임을 자랑하는 대곡으로 완성돼 관객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멤버들 모두 한치 양보 없이 뜨겁게 내달렸다.
그러나 가장 많은 환호를 얻은 노래는 단연 비틀즈의 명곡 ‘옐로우 서브마린(Yellow Submarine)’이었다. “여러분이 노래를 불러주셨으면 좋겠군요. 노래하는 거, 좋아하시죠?”라는 말과 함께 노래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노란 잠수함이 그려진 피켓을 들어 올렸다. 일찌감치 스탠딩으로 태세 전환을 취한 1층 관객들은 물론, 2층과 3층에서도 흥을 주체하지 못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을 추는 관객들이 더러 보였다.
1940년 태어난 링고스타는 한국 나이로 77세, ‘링고스타 옹(翁)’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나이다. 그러나 팬들은 여전히 그의 섹시한 코에 열광하고, 그는 여전히 ‘유 아 마인(You are mine)’이란 밀어를 속삭인다. 환갑을 훌쩍 넘긴 스티브 루카서나 그레그 롤리 등도 마찬가지. ‘할배’들의 에너지는 꽃보다 푸르고 싱그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