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역사적인 걸음을 시작했다. 생애 첫 스튜디오 음반을 발매, 역대 쇼팽 콩쿠르 우승자 마우리치오 폴리니-마르타 아르헤리치-크리스티안 짐머만의 계보를 잇는다.
조성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JCC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그의 첫 스튜디오 음반 발매를 기념해 열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대회 이후부터 미래의 꿈까지 가감 없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 음반에는 쇼팽 콘체트로 1번과 쇼팽 발라드 4곡이 수록됐다. 조성진은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콘체스토를 녹음하고 독일 함부르크의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할레에서 발라드를 녹음했다.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유명 뮤지션들이 거쳐 간 곳입니다. 벽에 걸려 있는 비틀즈의 사진을 보면서 설레고 신기했습니다.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잘 맞아 수월하게 녹음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함부르크에서 녹음한 쇼팽 발라드는 어린 시절부터 제가 연주하고 녹음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던 곡입니다. (스튜디오 녹음 진행을) 할 수 있게 돼서 설레고 영광입니다. 뜻 깊은 음반이면서도 큰 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소식은 기실 센세이션했다. 국내에서는 전에 없던 클래식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그의 대회 연주 실황을 담은 음반은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정작 조성진 자신은 인생이나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1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달라진 점은 전보다 이메일이 많이 온다는 점입니다. 유명세는 잘 모르겠고요. 원하는 연주를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 음반사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그는 세계 전역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특히 그에게 우승을 안겨다 준 콘체르토 1번은 벌써 50회 가량 연주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녹음 작업에서 가장 경계한 부분 역시 경험에서 비롯된 ‘매너리즘’이었단다. 조성진은 “항상 처음 연주하는 것처럼 신선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땐, 막연히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카네기홀 메인 공연장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겼죠. 처음 카네기홀에서 이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잔켄홀(카네기홀의 두 번째 부속홀)이 아닌 메인홀이라니!”

조성진의 새로운 목표는 베를린 필, 비엔나 필처럼 연주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오케스트라와의 연주하는 것. 그러면서 그는 쇼팽 말고도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미국 공연까지 더하면 쇼팽 콘체트르를 50번 정도 연주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연주를 반복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고 연주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느껴집니다. 이제야 쇼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조성진의 첫 스튜디오 음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발라드’는 오는 25일 발매된다. 조성진은 23일 불가리아를 시작으로,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을 순회한 뒤 오는 2017년 1월 4일 한국에서 롯데콘서트홀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