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로에 돌았던 영화 ‘판도라’의 외압설. 과연 사실일까. 배급사 NEW와 박정우 감독은 이를 부인했지만, 배우 정진영은 달랐다. 그는 28일 오전 방송된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외압설을 사실상 인정했다.
10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판도라’는 국내 최초 원전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예고 없이 찾아온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담았다. 원전만이 핵심은 아니다. 영화에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담겼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7월 촬영을 마친 ‘판도라’는 당초 영화진흥위원회 측이 민간 투자운용사에 위탁한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해당 투자가 철회되면서 외압 의혹을 받은바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한때를 조명한 영화 ‘변호인’으로 인해 정권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혔다는 NEW가 ‘판도라’로 또 한 번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뒤숭숭한 소문이 충무로에 떠돌았다.

이와 관련해 정진영은 이날 “판도라의 상자가 드디어 열린다. 뭐가 무서워서 개봉이 4년이나 걸린 거냐”는 김현정 앵커의 질문에 “우리 영화가 반정부적이진 않은데 아무래도 원전 사고를 다루고 있다 보니까 만드는 과정에서 세력이 만만치 않았다고 하더라. 여러 가지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상업영화인 만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를 약속했던 이들이 중간에 철회하기도 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신통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추측하건대 외압이 들어왔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정진영은 어수선한 현 시국에 맞물려 영화가 개봉되는 것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그는 “‘판도라’를 만들 때만 해도 이 영화가 현실적으로 다가올 지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요즘은 영화의 극화된 내용이 현실에 바로 바로 드러나 무섭고 두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원전도 지진대 위에 올라와 있다. 영화와 현실의 개연성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현정 앵커 역시 “영화는 영화여야 되는데, 자꾸 영화가 현실이 돼요. ‘내부자들’을 볼 때만 할 때도 조금 과한 것 아니야 묘사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게 지금 현실이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김명민, 김대명, 강신일 등이 출연하는 ‘판도라’는 12월 7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