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 쳐박혀 좀비가 될텐가!!!” 홍보 작명 한 번 기발하다! 좀비 블록버스터의 대명사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배너 광고 카피인데, 이 문구 만든 이에게 설 보너스를! ‘레지던트 이블’에 최적화 된 문구이긴 하지만, 이는 모든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설 연휴, “방구석에 쳐박혀 좀비가 될텐가!!!” 스크린을 주목해 보자. 올해 극장가의 쌍두마차는 물으나마나 ‘더 킹’과 ‘공조’. 하지만 누군가는 늘 제 3의 길을 선호하는 법. 선택의 폭도 상당하다.

■ 할리우드에서 왔도다
좀비-먼저 깨알 같은 웃음을 안긴 홍보 문구의 주인공,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이 있다. 무려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한국배우 이준기도 출연한다. 이준기 팬들의 필독 영화되시겠다. 영화는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파멸의 근원지 라쿤시티로 돌아온 인류의 유일한 희망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엄브렐라그룹과 벌이는 전쟁을 그린다. 최근 ‘워크래프트’ ‘어쌔신 크리드’ 등 게임 원작 영화들이 많은데, 그의 효시격이라 할만하다. 비디오게임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2002년 스크린에 나타난 ‘레지던트 이블’은 15년 동안 6편의 시리즈를 내 놓으며 성공한 게임 원작 시리즈로 안착했다. 그 마지막 길을 환송해 주려면 예매창으로 GO!
재난-할리우드에서 도착한 또 한편의 블록버스트는 ‘딥워터 호라이즌’이다. 세계 역사상 최악의 해양 석유 유출 사건으로 평가받는, 2010년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리얼리티에 중점을 둔 연출이 그 날의 비극을 간접체험하게 한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도 묵직하다. 마크 월버그, 딜런 오브라이언, 커트 러셀, 지나 로드리게즈, 존 말코비치 등이 영화를 책임진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과 음향편집상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비주얼 완성도에 대한 의심은 접어도 되겠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인간애와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근무자들의 소명의식이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마크 월버그)에게서 세월호의 비극이 떠오를 수도.
첩보멜로-첩보물로 다가가면 싱겁다. 하지만 딜레마에 놓인 남녀의 아슬아슬하게 요동치는 시선만큼은 결코 싱겁지 않다. ‘얼라이드’는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인 1942년, 함께 암살 임무를 수행한 영국 장교 맥스(브래드 피트)와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마리앙 꼬띠아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가 손에 쥐고 흔드는 것은 믿음과 의심과 죄책감이 만들어내는 묘한 공기, 즉 뉘앙스다. 느린 호흡으로 걷는 ‘얼라이드’는 일견 고전적이다. 낡은 의미에서의 고전이 아니다. 클래식에 가깝다.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얼굴이 영화의 품격을 끌어올린다.

■ 韓美日 애니메이션 3파전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명절은 또 하나의 고민이다. 어떤 걸 해줘야 아이가 좋아할까 고민이라면, 극장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 새뱃돈을 쥐어주고 영화 티켓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 보자. 경제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도 설 연휴를 겨냥해 아이들을 유혹하는 애니메이션들이 대거 극장에서 대기 중이다.
韓-먼저 TV판 애니메이션이 대박을 치며 장난감까지 품귀 현상을 빚었던 ‘터닝메카드’의 첫 극장판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이 있다. 세계를 악으로 물들이려는 블랙미러(정승욱)의 부활과 지구의 운명을 건 메카니멀들의 사상 최강 배틀을 담은 작품으로 남자 아이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높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 덕분에 보호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영화를 보고, 장난감 터닝메카드까지 사 주면, 아이에겐 이 보다 좋은 선물을 없을 게 자명하다.
美-디즈니 작품은 늘 가족단위 관객들의 고민을 덜어주곤 했다. 어쨌든 일정량의 재미를 보장하는 디즈니다. ‘겨울왕국’ ‘주토피아’ 등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좋은 재미를 본 디즈니의 최신작은 ‘모아나’다. 저주에 걸린 섬 모투누이를 구하려고 족장의 딸 모아나가 전설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주토피아’의 쥬디, ‘겨울왕국’의 안나처럼 용감하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미 영화를 100만 관객을 중심으로 좋은 입소들을 타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How Far I'll Go’로 힐링을 누려볼수도.
日-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일본에서 당도한 이 작품, ‘너의 이름은.’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서 1640만 명이, 국내에서도 이미 300만 관객이 선택한 인기작품이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서로 뒤바뀐 시골소녀와 도시소년 사이에 얽힌 인연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떠오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으로 아름다운 영상과 독창적인 이야기가 황홀한 시간을 보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