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첫 방송(MBC )

MBC 월화드라마가 다시 사극으로 돌아왔다. 단 몇 줄에 불과한 홍길동의 기록에 ‘아기장수’라는 설정을 덧붙인 퓨전사극 ‘역적’은 첫 방송부터 전통 사극 못지않은 무게감을 자랑했다. “신선한 홍길동”, “오랜만에 볼만한 사극이다” 등의 호평이 주를 이룬다. MBC 드라마의 부진을 털어낼 청신호가 오래 지속될 지가 관건이다.

지난 30일 첫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에서는 씨종(대대로 내려가며 종노릇을 하는 사람)의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다 ‘아기 장수’로 태어난 아들 홍길동(아역 이로운 분, 윤균상 분)을 위해 운명을 거스르기로 마음먹는 아버지 아모개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뤘다.

홍길동이 훗날 연산군(김지석 분)과 왜 대적하게 되는지 이해시키기 위해, 아모개와 아기 장수 홍길동의 서사를 차분히 쌓아나갔다. 당시는 천한 피를 가진 집안에서 역사(힘이 센 사람)가 태어나면 반역자로 몰려 죽임을 당하는 능상 척결의 시대였다.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 역을 맡은 김상중은 씨종이라는 운명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는 절망을 절규로 표현해 마음을 울렸다. 여기에 아들이 반역자가 될 수 있는 아기장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아들을 지키기 위한 부성애를 보이며 세상과 맞서는 이유에 설득력을 높였다.

‘역적’은 시대상과 함께 끈끈한 가족애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세대를 끌어들일 준비를 마쳤다. 특히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순둥이 모습을 완벽하게 지우고 여유로운 호기로움을 장착한 윤균상의 변신이 눈에 띄었다. 그는 단 3분 정도의 출연에도 향후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홍길동의 아역을 연기한 이로운 역시 시청자의 시선을 단번에 훔쳤다. 귀엽고 당찬 아기장수의 느낌을 살린 덕분에 아모개의 부성애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30부작 사극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수차례 흥행 사극 소재였던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했다. 대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신출귀몰한 홍길동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씨종의 아들’‘아기 장수’라는 새 옷을 입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신분사회에 따른 억울한 상황을 겪고 나서 “다 바꿔버리겠다”고 소리치는 아기 장수 홍길동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 첫 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