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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올댓이즈] 제작자 ‘브래드 피트’는 배우 ‘브래드 피트’를 뛰어넘는다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불멸의 브래드 피트(사진='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불멸의 브래드 피트(사진='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배우.’ 브래드 피트를 수식하는 저 문구를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전 세계 소녀들의 방 한쪽 벽에 브로마이드로 장식됐던 브래드 피트는 남성들도 선망하는 호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았다. 이제 쉰다섯의 나이가 된 브래드 피트의 얼굴엔 세월의 흐름이 감지된다. ‘세븐’(1995)에서 선보였던 깎아지른 듯한 탄탄한 근육도 흔적을 감췄다. 유력 매체들이 선정하는 ‘최고의 섹시 배우’ 상위 순위도 이제 후배들의 몫이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으로 그는 더 섹시해졌다. 젊음의 혈기가 옅어진 자리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품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 기품이 브레이크 없이 빛을 발휘되는 것은 바로 제작 파트에서다.

발전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큰 차이 중 하나. 발전하는 사람은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본다. 반대의 사람은 현재에 취해 시간을 탕진한다. 아름다운 미모로 일찍이 할리우드 정상고지를 밟은 브래드 피트는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독립영화 진영에 꾸준히 애정을 쏟은 경우다. 언론은 그가 조강지처 제니퍼 애니스톤을 버리고 안젤리나 졸리의 품에 안긴 것을 오랜 시간 가십처럼 씹어댔지만, 정작 브래드 피트는 스스로에 대해 영양가 있는 고민을 했다.

(사진='세븐' 스틸)
(사진='세븐' 스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로 재기발랄함을 뿜어낸 신인 가이 리치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가이 리치의 차기작 ‘스내치’(2000)를 따 낸 건, ‘세븐’ ‘파이트 클럽’ 등의 성공으로 할리우드 A급 제작사들이 그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손을 흔들 때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는 저예산 영화 ‘스내치’에 등장해, 아낌없이 망가지는 생 양아치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의 행보 역시 흥미롭다.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 같은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그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2006), 앤드류 도미닉 감독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7),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2009)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2011) 등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대신 베니스-베를린-칸국제영화제 단골손님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그에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트로피는 없지만, 베니스 남우주연상 수상 경력은 있다.

그런 그의 영화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깊게 구체화 된 것이 바로 제작사 ‘Plan B 엔터테인먼트(이하 Plan B)’다. 흥미롭게도 Plan B의 시작은 제니퍼 애니스톤과 함께였다. 잉꼬부부로 사랑받던 2002년, 파라마운트의 CEO 브래드 그레이와 함께 Plan B를 세우며 브래드 피트는 제작자로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알다시피 사랑은 변했고, 제니퍼 애니스톤은 Plan B를 떠났고, 브래드 피트가 남았다.

Plan B라는, ‘차선’ 이라는 이름이 주지하듯, 브래드 피트가 Plan B로 정복하고자 한 것은 할리우드 메이저 시장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독창적인 이야기 세계를 흠모했던 브래드 피트는, 다양한 재능을 지닌 감독들과 창의적인 작업들을 하기를 원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디파티드’(2006),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킥애스: 영웅의 탄생’(2010), ‘트리 오브 라이프’, ‘월드워 Z’(2013) 등이 Plan B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Plan B 통해 재기발랄한 신인들이 발굴됐고, 능력 있는 감독들이 여러 기회를 얻었다. Plan B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역시 이러한 사례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Plan B 작품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Plan B 작품들

그리고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열린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은 브래드 피트의 안목이 다시 한 번 힘을 얻는 무대였다. 작품상 트로피를 안은 ‘문라이트’ 역시 브래드 피트의 손이 닿은 작품. 배우 브래드 피트는 아카데미 수상과 인연이 멀지만, 제작자 브래드 피트는 이야기가 다르다. ‘디파티드’(79회), ‘머니볼’(84회), ‘노예 12년’(86회), ‘셀마’(87회), ‘빅쇼트’(88회), ‘문라이트’(89회) 등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이 중 ‘디파티드’ ‘머니볼’ ‘문라이트’는 작품상 트로피를 안았다.

최근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으로 각종 타블로이드지의 먹잇감이 되고 있지만, 제작자로서 브래드 피트는 정상의 궤도에 올랐다. 여전히 브래드 피트는 최고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제작자’랄까.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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