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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①] ‘국민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 녹화 현장(사진=MBC)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 녹화 현장(사진=MBC)

지난 1일과 8일 두 회차에 걸쳐 방송된 MBC ‘무한도전’ 국민의회 편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기획’이라는 표현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특집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함의가 들어 있다. ‘무한도전’의 공익적‧계몽적 성격을 잇는 특집이자, ‘무한도전’의 시청자가 5000만 국민을 대표할 수 있다는 합의가 전제된 특집. 그러니까 국민의원 특집은 ‘국민 예능’으로서 ‘무한도전’의 책임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무한도전’이 국민의원 특집에서 다룬 안건은 5개. 고용‧근로, 정치‧선거, 여성‧가족, 국토교통, 보건복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에 걸쳐 온·오프라인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았고 1만 여개의 의견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의견을 종합해 방송에 소개했다.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국민의원 특집에 따르는 평가는 달라진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무한도전’ 정체성을 고려한다면, ‘국민 예능’으로서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책임감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회 진단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곳곳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예컨대 여성‧가족 분야는 출산과 육아에만 초점이 맞춰진데다가, 그나마도 온전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임산부를 위한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와 같은 비교적 개선 방안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논의가 이뤄졌지만, 육아 휴직에 대한 논의에서는 사안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그맨 박명수(사진=MBC '무한도전')
▲개그맨 박명수(사진=MBC '무한도전')

‘잔소리 금지 법안’은 ‘무한도전’의 한계가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무관심에 의한 잔소리일 수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사랑하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라는 발언에 감동적인 음악을 깔며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이것은 세대 간의 화해는 신세대의 일방적인 이해와 수용을 통해 가능하다는 무언의 결론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갈등의 원인 파악을 파악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하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회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소망일 수 있다. 제작진이 육아 휴직에 대한 논의를 얼렁뚱땅 마무리 짓거나 “어른들의 잔소리는 애정의 증거”라는 식의 결론을 낸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무한도전’의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를 찾아가지 못할 것이라면, 왜 이 문제를 방송에서 다루고자 했는지 당위성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원은 ‘무한도전’이 범국민적 인기를 적절히 활용한 모범적 사례인가, 아니면 문제의 핵심을 진단하지 못한 반쪽자리 성공인가. 시도 자체에 의의를 두는 시청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거듭될수록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기획’이라는 칭찬의 기준에 이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때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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