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소연 기자]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 · 문화 이야기.
윤현준 JTBC CP와 인터뷰를 마친 후 20분 만에 가수 이효리가 3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현준 CP가 인터뷰 말미, 새롭게 기획한다는 프로그램이 '효리네 민박'이었던 것. 윤현준 CP는 인터뷰 후 곧바로 전화를 건 기자에게 "기자들이 무섭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직 정확하게 뭔갈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일반 시청자가 주인공인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각오는 숨기지 않았다. 새로운 프로그램, 이 단어는 윤현준 CP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반복했던 단어였다.
윤현준 CP는 1997년 KBS에 입사하면서 예능 PD가 됐다. KBS2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 조연출을 하면서 이효리, 유재석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첫 연출작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성공시키며 예능 PD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1년 JTBC로 자리를 옮긴 후 '신화방송', '크라임씬', '한끼줍쇼' 등을 선보이며 입지를 굳혔다. 윤현준 CP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이란 무엇일까.
Q: '크라임씬' 시즌3 첫 방송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윤현준: 이미 첫 녹화는 끝냈다. 첫 녹화를 통해 미비했던 점을 더 보완하려고 준비에 준비를 더하고 있다. '시즌 3나 됐는데 무엇이 힘드냐'는 반응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시즌2를 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멤버들도 있다 보니 첫 녹화는 언제나 어렵다. 앞으로 녹화를 통해 더욱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Q:지난 시즌까지 '크라임씬'의 연출자였다면 이번엔 기획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더라.
윤현준: 명칭엔 큰 의미가 없다. 저는 계속 PD다. 개인적인 역할이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김지선 PD가 시즌2보다 많은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부분도 이전 시즌과 다른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을까.
Q: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나영석 PD도 그렇고, '집밥 백선생' 고민구 PD, '슈퍼맨이 돌아왔다' 강봉규 PD 등 연출자가 기획자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획자가 보다 전면에 드러나는 느낌이랄까.
윤현준: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있다. 예전엔 기획자와 연출자가 단절됐었다면, 요즘은 조금더 협업하는 교집합이 많아졌다. 그리고 성향의 차이도 크다. 저는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Q:'크라임씬' 뿐 아니라 '한끼줍쇼'도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다.
윤현준: '한끼줍쇼'를 처음 기획해서 방송에 나간 지 6개월 정도 된거 같다. 지난 3월까진 촬영도 함께 나갔다. '크라임씬'이 첫 방송 일정이 잡히면서 막바지 준비를 하느라 촬영장엔 가지 못하지만, 시사, 편집, 모니터, 섭외 상황 등은 꾸준히 함께 논의하고 있다.
Q:'크라임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건가.(웃음)
윤현준: '크라임씬'은 딱 12개로 정해놓고 들어가는 거다. '한끼줍쇼'는 시즌제가 아니고, 6개월 정도 하면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크라임씬'은 12개가 지나가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없지 않나. 그래서 집중하려 한다.
Q:'크라임씬'에 앞서서는 '말하는 대로'의 기획자로도 참여했다. 쉬지않고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윤현준:기획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PD의 숙명이다. 경력이 쌓였다면 더욱 그렇다. 이걸 소홀히 한다면 할 일을 안 하는 거다. 그리고 JTBC에는 일을 잘하는 후배들이 많다. 제가 뭔가를 주도적으로 하지 않아도 기획은 할 수 있다. '말하는대로'도 정효민 PD가 전적으로 맡아서 한 거다. 어떨 땐 작가들이 새로운 기획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끼줍쇼'의 시작은 '그레이트맨'이었다. 저명인사와 숟가락 하나 들고 저녁을 먹자는 기획안에서 출발했다. 그 아이템에서 저는 '숫가락 하나 들고'만 좋았다. 그리고 도시의 저녁 풍경이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고. 처음엔 다들 시큰둥했다. 한 막내 스태프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더라.(웃음) 그런데 막상 녹화를 해보니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모르니 우리도 재밌다. 저도 지금껏 여러 프로그램을 해 왔지만 '한끼줍쇼'는 늘 새롭고, 촬영장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몰라 재밌는 프로그램이다.
Q:프로그램을 많이 하다보면 쉬고 싶다거나, 고갈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나.
윤현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다. 망하기도 하고, 말아 먹으면서, 잘되는 프로그램을 보고 '이것만 조금 바꿔 볼까'라는 유혹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전 그렇게 비슷한 프로그램이 양상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비슷하면 안한다. 그래서 괴롭다. 새로운 걸 해야 발전이 되니까, 그런 측면에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Q:새로운 것을 한다고 하면 우려도 많고, 장애물도 많지 않나.
윤현준: '한끼줍쇼' 같은 경우가 딱 반반이었다. 제가 하자고 하니 하긴 하는데, 그냥 일반 가정집 가서 벨 누르고 밥 먹기, 이것만 놓고 보면 얼마나 재미없어 보이나.(웃음) 그때 방현영 PD가 "재밌을 것 같다"고 해주더라. 그 후 이경규 씨는 의외로 쉽게 함께 하기로 했고, 강호동 씨는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첫 녹화땐 다들 '멘붕'이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하지 않았겠나. 그런데 녹화를 하다보니 모든 상황이 '리얼'이니까, 거기에서 오는 재미가 있더라. 힘들긴 한데 재밌다.
Q: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 "이건 해야 한다"고 말했던 다른 프로그램이 있었을까.
윤현준:'슈가맨'이 그랬다. 파일럿 방송 후 이 방송을 계속 해야할 지, 판단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제가 봤을 때 기획의도는 좋았다. 파일럿 메이킹이 서툴렀다고 모든 것을 버리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크라임씬'도 마찬가지고. 처음엔 한줌의 마니아 밖에 없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시즌2, 시즌3가 제작될 수 있었다.
Q:주변의 비판 의견, 시청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흡수하고,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 같다.
윤현준: 원래 저는 제 맘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다만 비판이 수용할만하다 하면 바꾼다. 회의 할 때 "이게 말이 돼?"라고 했던 내용도 집에서 생각해보고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해보자"라고 하는 편이다. 어차피 프로그램의 목표는 잘 되는 것 아닌가. 시청자들의 의견이 맞으면 수용하는 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싶으면 안 하면 된다. 귀를 닫을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어차피 수용할 꺼면 자존심 내세울 것 없이 빨리 수용하고. 중요한 건 기획의도와 초심의 지키느냐의 문제같다.
Q:그래서일까. KBS에서 JTBC로 옮긴 후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고 있다.
윤현준: 초반엔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연출한 프로그램 시청률이 1%도 안되네'라는 현실이 충격이기도 했고. 그때 저희들끼리 "자리잡을 때까지 4-5년은 걸릴거야"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내심 '지상파 수준을 맞출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저뿐 아니라 다 열심히 했고, 지상파에서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던 부분을 개혁하려 노력했다. 그걸 후배들과 공유하던게 쌓여서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는 중간중간 빵빵 터진 프로그램들이 있고. 그때 잘 된 프로그램이 있어서 이제 모든 프로그램들이 주목받는 것 같다.
Q: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참고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 있을까.
윤현준:전 다른 프로그램을 전혀 보지 않는다. 길어야 10분, 대부분 5분이다. 그런데 '승승장구'를 할 때 한 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도모다찌'란 일본 예능을 아냐"는 거였다. '승승장구' 오프닝이 밴드 라이브 연주를 보여주는 거였는데, 그게 '도모다찌'랑 같으니 표절이라는 거다. 그런데 전 정말 '도모다찌'란 프로그램을 몰랐고, 본 적도 없는데 기사가 나가고 "예능 PD가 어떻게 '도모다찌'를 모르냐"부터 시작해서 욕을 많이 먹었다. 전 기획회의 할 때 '일본 프로그램이 이렇다'라는 얘기를 하지도 말라고 한다. 저도 그렇게 일을 배웠고, 예능은 당연히 일본 프로그램을 따라간다는 게 싫었다.
Q:'크라임씬' 이후에 준비 중인 새 프로젝트가 있다면?
윤현준: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 한다. 해보고 싶은 주제는 소통이다. 다른 방식의 소통을 보고 싶다. 가령 황혼 부부와 신혼 부부, 이런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소통을 편안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은 일반 시청자가 될 것 같다.
Q:20년 동안 연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일까.
윤현준: '한끼줍쇼' 신현진 작가는 제가 입사 2년차일 때 KBS2 '서세원쇼'에서 만났다. 이후 '해피투게더 프렌즈', '슈가맨'까지 함께했다. 희안하게 하는 것마다 다 잘됐다. JTBC 후배 중엔 정효민 PD랑 많이 했다. '신화방송', '말하는대로'를 같이 했고, 지금 새로 기획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하고 있다.(정효민 PD는 '효리네 민박' 메인 연출자다.)
Q:연예인 중엔 누구랑 호흡이 좋았나.
윤현준:제가 인복이 많은 편이었다. 유재석 씨도 '해피투게더'로 만났고, 제가 JTBC로 떠날 때 "나중에 같이 하자"고 했다. 유재석 씨가 지상파 외에 방송에 출연한 건 '슈가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고마운 일이다. '슈가맨2'를 하던, 좋은 작업을 또 함께 했으면 한다. 이효리 씨도 '해피투게더'로 만났고, 기억에 남는다.
Q:1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윤현준:그때도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전 연출을 계속 하고 싶어서 JTBC로 왔다. 직급이 달라져도 계속 연출을 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