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웠다. 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밴드 씨엔블루(CNBLUE, 정용화, 이정신, 이종현, 강민혁)의 단독 콘서트 현장. 댄디하고 슈트업된 청년들은 없었다. 대신 부서져라 악기를 연주하던 ‘상남자’ 네 명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의 모습에 어색해 하다가 깨달았다. 제정신을 절반쯤 내려놓고 내일에 대한 걱정을 지울 때 씨엔블루 콘서트의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는 걸.
‘2017 씨엔블루 라이브 - 비트윈 어스 인 서울(2017 CNBLUE LIVE - Between Us In SEOUL)’은 앞으로 이어질 아시아 투어의 서막을 여는 공연이자 국내에서는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단독 콘서트. 지난 3일과 4일 약 7000명의 관객들이 운집해 씨엔블루와 함께 호흡했다.
멤버들과 관객들 모두 갈증이 대단했던 모양이었다. 첫곡 ‘라디오(Radio)’부터 텐션이 잔뜩 올라 있었다. “오늘이 공연 마지막 날이니까 남은 목 상태는 신경 안 쓰고 노래할게요. 내일은 월요일이지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죽도록 놀아봅시다.” 흥분이 목 끝까지 찼는지 정용화의 인사에는 부산 사투리가 잔뜩 섞여 나왔다.

공연은 초반부터 관객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에 팽팽한 팔 근육만 보고도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박력 있는 연주가 더해지니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라디오’에 이어 ‘왠 아이 워즈 영(When I Was Young)’, ‘도미노(Domino)’, ‘아임 쏘리(I'm Sorry)’가 단숨에 지나갔다.
멋이나 폼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무대에만 빠져들어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정용화는 난생 처음 보는 표정으로 들뜬 마음을 보여주고 난생 처음 보는 움직임으로 춤을 춰댔다. 기타를 메고 스피커 위에 우뚝 올라 관객들을 호령하기도 했다. 앞머리가 이상하게 뻗치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의 열기가 가장 중요해보였다.
“어제 관객 분들과 우리 중 누가 먼저 지치나 내기했는데 우리가 졌어요. 그런데 오늘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다들 보니까 벌써 살짝 지쳤는데?” 한참을 달리고도 정용화는 여유가 넘쳤다. 당돌한 말로 객석을 도발하더니 “예전에는 하루 콘서트를 하면 다음날 목이 너무 안 좋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니. 목이 왜 이렇게 좋지?’ 싶은 거다. 안 되겠다. 오늘 공연 때 다 써버려야겠다”는 너스레로 이내 뜨거운 환호를 얻었다.

레퍼토리는 다양했다. ‘캔트 스탑(Can't Stop)’, ‘잇츠 유(It's You)’, ‘러브 걸(LOVE GIRL)’을 부르며 관객들을 향해 윙크를 던질 때는 영락없는 아이돌 그룹 멤버 같더니, ‘라이(LIE)’, ‘블라인드 러브(Bling Love)’, ‘로열 럼블(Royal Rumble)’에 이르러서는 순식간에 진지한 공기를 만들어냈다.
‘인 마이 헤드(In My Head)’로 달궈진 분위기는 ‘이렇게 예뻤나’, ‘웨이크 업(Wake Up)’ 등을 거치며 절정으로 다다랐다. 정용화는 아예 두 팔을 걷어붙였다. 무대 여기저기를 누비는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아예 객석으로 뛰어들기까지 했다. 내일은커녕 바로 다음 순간마저 오지 않을 것처럼 노래하고 연주하고 몸을 흔들었다. 나중에는 숫제 무대 위에 벌러덩 드러눕기까지 했다.
두 번의 앙코르에 걸쳐 지난해 4월 발표된 ‘영 포에버(Young Forever)’를 마지막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끝이 오거든 그 때 스스로에게 고맙다 말하겠다고 얘기하는 노래의 가사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자”던 정용화의 다짐을 다시 불러왔다.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다짐이지만 어쩌면 그게 영원히 청춘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지만 이 순간의 끝은 오지 않을 것처럼. 혹시나 씨엔블루의 콘서트에 가게 되거든 부디 이 수칙을 기억하길.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되, 오늘의 끝은 오지 않을 것처럼 놀아라.

